우리말로 즐기는 오페라…‘제19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내달 개최
우리말로 즐기는 오페라…‘제19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내달 개최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1.03.18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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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6.(화) ~ 4. 25.(일) 20일 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창작오페라 ‘김부장의 죽음’, ‘달이 물로 걸어오듯’, ‘춘향탈옥’·번안오페라 ‘엄마 만세’, ‘서푼짜리 오페라’ 선봬
착한 입장권 가격, 다양한 할인혜택 제공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자막을 읽을 필요 없는 한국어 대사와 노래로만 구성된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가 2017년 이후 4년 만에 관객들을 맞는다.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조직위원회(공동위원장 박수길 前국립오페라단 단장, 이건용 前서울시오페라단 단장,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이하 축제조직위)는 내달 6일부터 25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제19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를 개최한다.

▲오페라 `김부장의 죽음’ 공연 모습(제공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오페라 `김부장의 죽음’ 공연 모습(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1999년 시작된 이후 120여 개의 민간 오페라 단체가 참여해 온 22년 전통의 소극장오페라축제는 오페라 관객의 저변 확대와 창작오페라 발굴ㆍ육성을 목표로 20일 동안 총 22회의 공연을 관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장수동 예술감독, 이강호 제작감독, 양진모 음악감독 등 오페라계의 베테랑 감독들이 사령탑을 이룬 가운데 펼쳐질 이번 축제에는 3편의 창작오페라와 2편의 번안오페라를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다.

성악가의 대사와 노래를 어려운 외국어로 들어야 했던 기존의 오페라와 달리, 이번 소극장오페라축제 작품들은 100% 우리말 오페라로 구성된다. 창작오페라뿐 아니라 외국 번안오페라 작품 2편도 우리말로 공연된다.

우리 창작오페라로는 오예승 작곡 <김부장의 죽음>, 최우정 작곡 <달이 물로 걸어오듯>, 나실인 작곡의 <춘향탈옥>이 공연되며, 번안오페라로는 도니제티(G. Donizetti) 작곡 <엄마 만세>, 바일(K. Weill) 작곡의 <서푼짜리 오페라>가 공연된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젊은 오페라 연출가들의 예술적 아이디어와 참신한 지휘자들의 음악적 해석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의 공연은 4월 한 달간 총 5개의 작품이 번갈아 5회씩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단, 춘향탈옥은 2회 공연)

평균 90분의 공연시간(러닝타임), 재미와 감동을 선사할 우리시대 이야기들
이번 축제 공연구성(라인업)의 특징은 짧은 러닝타임(공연시간)이다. 3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에 지쳐 오페라가 지루한 장르라고 여겼던 관객들도 이번 소극장 오페라 작품들은 도전해 볼 만하다. 

중간 휴식시간(인터미션)을 포함, 평균 90분 남짓한 공연시간으로 관객들의 오페라 감상 부담을 줄였다. 여기에 우리 시대의 문제를 다룬 흥미진진한 작품들로 재미를 더했다.

한국판 ‘세일즈맨의 죽음’, 가장의 비애를 다룬 블랙코미디오페라 <김부장의 죽음>(오예승 작곡, 신영선 대본)
1965년생으로 평범한 중년 가장이자 대기업의 부장인 김영호. 그는 자신이 제법 괜찮게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죽음 앞에서 자신이 중요하게 여겨온 모든 것이 무의미해짐을 발견한다. 

이 작품은 586세대가 젊은 시절 민주화 운동 경험과 현재의 기득권을 함께 지니고 있으나, 불행한 세대임에 주목한다. 가장 높은 우울증과 알코올의존증 환자 비율, 자살률, 주취폭력의 최대 가해세대, 돌연사 비율, 불안한 노후와 부모-자식에 대한 짐을 이중으로 지고 있는 경제적 부담 등 50대, 특별히 ‘가장’ 역할을 요구받는, 중년 남성들이 처한 현재의 상황은 단순히 개인 삶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죽음 앞에서 가치를 주장할 만큼 본질적으로 좋은 삶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평범하고 속물적인 삶을 살아온 주인공. 죽음을 대면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마침내 유일한 존재로서 자신의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 정주현이 지휘, 정선영이 연출한다.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한 남자의 비극을 담은 창작오페라 <달이 물로 걸어오듯>(최우정 작곡, 고연옥 대본)
2014년 서울시오페라단이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한 남자의 비극적 서사를 다룬다. 

나이 오십이 넘도록 혼자 살아온 화물차 운전수 수남은 술집 여종업원 경자를 만나 새 삶을 시작한다. 어느 날 새벽,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수남에게 경자는 장롱 속에 숨겨둔 두 구의 시체를 보여준다. 어린 시절 계모와 여동생 때문에 자신이 받아야 할 사랑의 몫을 빼앗겼다고 믿었던 경자는 두 사람에 대한 미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수남은 경자와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 대신 살인죄를 뒤집어 쓰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조사과정에서 점점 자신을 폭력남편이자 잔인한 살인자로 몰아가는 경자의 모습에 수남은 혼란을 느끼고 좌절한다. 

객관적 사건보다는 인간 심리에 초점을 맞춘 스릴러풍 창작오페라다. 조정현이 지휘하고, 표현진이 연출한다.

▲오페라 `달이 물로 걸어오듯’ 공연 모습(제공=서울시오페라단)

탈옥한 춘향이는 어디로 향했나, <춘향탈옥>(나실인 작곡, 윤미현 대본)
변사또는 춘향을 몹시 사랑하고 만다. 오직 춘향이만 생각하다가 상사병에 걸려 식음을 전폐하고, 춘향에게 연애편지만 쓰고 앉아 있다. 혼자서 춘향을 독차지 할 요량으로 춘향을 옥에 가둬 버린 변사또. 그러나 순순히 당하고만 있을 춘향이가 아니다. 춘향은 탈옥을 감행하고. 향단이도 그런 춘향을 따라, 얼씨구나 하면서 남원골을 빠져 나간다. 탈옥을 감행한 춘향이는 몽룡을 찾으러 한양으로 향하는데, 공부에는 별 흥미가 없는 몽룡은 과거시험에 여러 번 떨어진 몰골로 춘향을 맞이한다. 보다 못한 춘향은 몽룡을 아예 방에 가둬놓고 공부에 매진시키려 한다. 

우리 고전을 재해석해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작곡가 나실인이 직접 지휘하고 김태웅이 연출한다. 

좌충우돌 오페라 리허설, 막이 오르면 기적 <엄마 만세>(최지형 번역·각색)
작품 속 오페라 출연진들은 각자 멋진 아리아를 부르게 해 달라고 지휘자에게 뇌물공세, 협박과 아부, 애원을 한다. 극장장과 프리마돈나는 프로그램에 실릴 이름의 위치 문제를 두고 때로는 본인이 인정하지 못하는 여가수와는 함께 노래할 수 없다고 말다툼을 한다. 이에 여가수 루지아의 엄마 아가타는 대역을 하겠다고 나서며 설상가상 공연이 임박해지자 가수들이 출연료 선불을 요구한다. 

프리마돈나와 그녀의 후원자인 남편, 여가수와 그녀의 엄마, 지휘자, 대본가, 극장장, 무대감독 등이 저마다 아우성을 치는 가운데 연습이 진행되고 드디어 공연 전날을 맞이하게 된다. 

<엄마 만세>는 이탈리아 작곡가 도니체티의 <Viva la Mamma>를 번안한 희극 오페라다. 권성준이 지휘하고, 장서문이 연출한다.

강도 매키 메서의 정략 결혼, 해피엔딩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서푼짜리 오페라>(양진모 번역, 이회수 각색)
노상강도단의 두목인 매키 메서는 런던의 구걸 사업을 독점하고 있는 ‘거지들의 친구’라는 회사의 사장인 피첨의 외동딸을 꾀어내서 몰래 결혼한다. 뒤늦게 이를 안 피첨은 경악한다. 매키 메서는 사업상의 적수일 뿐 아니라 딸은 자신의 노후대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매키 메서를 고발해서 교수대로 보내려고 동분서주한다. 포주이기도 한 매키 메서는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망가는 대신 사창가에 숨어 있다가 창녀 제니의 배신으로 체포된다. 런던의 경찰청장 호랑이 브라운은 매키 메서의 옛 전우로서 사업상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 브라운의 딸 루시는 매키 메서의 애인으로 그의 탈옥을 돕는다. 그는 창녀의 배신으로 재차 체포되어 교수형에 처해지게 된다. 

고전 속 캐릭터에 우리 시대의 여성상을 참신하게 녹여낸 <서푼짜리 오페라>는 쿠르트 바일이 작곡하고 브레히트가 대본을 썼던 20세기의 걸작이다. 박해원이 지휘하고 이회수가 연출한다. 

매일 매일 새로운 작품을 즐긴다  
이번 축제에서는 같은 무대에서 매일 공연이 바뀌는 레퍼토리 방식을 새롭게 선보인다. 레퍼토리(repertory, repertoire) 방식이란, 한 시즌에 여러 개의 작품을 일정 기간 번갈아가며 공연하는 시스템이다. 매일 공연작품을 교체하기 때문에, 관객들은 매일 다른 오페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더 가까워진 오페라, 더 생생한 재미와 감동
무대에 손이 닿을 법한 ‘초근접’ 객석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소극장오페라 공연의 묘미이다. 그간 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글라스로 주로 감상해왔던 성악가들의 노래와 연기를, 무대와 가까운 자유소극장 객석에서 어느 때보다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축제조직위 유인택 공동위원장은 “이번 축제를 통해 오페라 애호가뿐 아니라 오페라 초심자 관객도 소극장 오페라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으며, 향후 국내 창작 오페라 부흥과 오페라의 저변 확대에 기여할 것을 확신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다채로운 부대행사
본격적인 축제에 앞서 축제조직위는 오는 6일(화) 개막식을 통해 화려한 축제의 장을 연다. 25일(일) 마지막 공연이 끝난 후에는 폐막식과 시상식이 이어진다. 각 작품 출연진들의 실력, 예술성, 작품성 등을 평가해 수상자들을 선정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축제에서는 다양한 부대행사가 관객들을 위해 마련되어 있다. 버스킹으로 구성된 오페라 거리공연 路페라, V-log, 소극장오페라 발전을 위한 포럼, 창작오페라 제작투자매칭(오페라 피칭타임), 관객과의 만남의 시간인 GV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가 축제기간동안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오페라를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신청과 참여가 가능하며, 자세한 일정과 참여방법은 예술의전당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위의 부대행사는 거리두기 단계별 방역지침을 준수하여 시행될 예정이며 일부 내용과 일정은 변동될 수 있음.)

착한 입장권 가격, 다양한 할인혜택 제공
이번 소극장오페라축제의 공연 입장권은 R석 7만원, S석 5만원에 구입이 가능하다. 특히 음악대학 재학생은 S석에 한해 2만원에 구매가 가능한 특별 할인 혜택을 마련하여 오페라를 공부하는 학생들은 다양한 작품을 부담없이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김부장의 죽음> 공연 예매 시, 부장 명함을 소지하면 5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입장권 예매는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와 인터파크에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