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제19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내달 개막…“우리나라를 오페라의 중심으로”
[현장리뷰]제19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내달 개막…“우리나라를 오페라의 중심으로”
  • 이은영ㆍ진보연 기자
  • 승인 2021.03.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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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25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창작오페라 ‘김부장의 죽음’, ‘달이 물로 걸어오듯’, ‘춘향탈옥’·번안오페라 ‘엄마 만세’, ‘서푼짜리 오페라’ 선봬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ㆍ진보연 기자]1999년 시작된 이후 120여 개의 민간 오페라 단체가 참여해 온 22년 전통의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의 저변 확대를 위해 예술의전당이 함께 나선다.

▲제19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제작발표회 참석자 단체사진
▲제19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제작발표회 참석자 단체사진

‘제19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를 소개하기 위해 24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미래아트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소극장 오페라와 같은 창작 콘텐츠가 발전해야 장르가 더욱 탄탄해지고 지속 가능해진다. 다른 오페라 축제와 비교했을 때, 창작오페라의 비중이 큰 것이 소극장오페라축제의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2017년 이후 4년 만에 관객들을 맞는 소극장오페라축제는 올해 20일 동안 총 22회의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의 공연은 4월 한달간 총 5개의 작품이 번갈아 5회씩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춘향탈옥은 2회 공연 예정이다.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는 2018년부터 3년 간 공백기를 가졌는데, 재정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예술의전당의 재정적 협조는 축제의 단절을 막는데 큰 역할을 한 셈이다.

유인택 사장은 “우리나라 예술인이 전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고 있지만, 정작 젊은 예술가들 특히 순수예술 분야의 예술가들은 좁은 국내 무대를 견디지 못해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라며 “소극장오페라축제는 민간에서 진행해온 축제이지만 사실 공공에서 나서야 할 영역이다. 공공의 지원을 토대로 오페라인과 시민의 인정을 받는 축제로 자리매김 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장수동 예술감독, 이강호 제작감독, 양진모 음악감독 등 오페라계의 베테랑 감독들이 사령탑을 이룬 가운데 펼쳐질 이번 축제에는 3편의 창작오페라와 2편의 번안오페라를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다. 축제 기간 동안 우리 창작오페라로는 오예승 작곡 '김부장의 죽음', 최우정 작곡 '달이 물로 걸어오듯', 나실인 작곡의 '춘향탈옥'이 공연된다. 또한 번안오페라는 도니제티(G. Donizetti) 작곡 '엄마 만세', 바일(K. Weill) 작곡의 '서푼짜리 오페라'가 공연된다. 

성악가의 대사와 노래를 어려운 외국어로 들어야 했던 기존의 오페라와 달리, 이번 소극장오페라축제 작품들은 모두 우리말로 공연된다. 자막을 읽을 필요 없는 한국어 대사와 노래로만 구성해, ‘100% 우리말 오페라’로 오페라 초심자부터 마니아까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창작오페라뿐 아니라 외국 번안오페라 작품 2편도 우리말로 공연한다.

이번 축제 라인업의 특징은 짧은 공연시간이다. 3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에 지쳐 오페라가 지루한 장르라고 여겼던 관객들도 이번 소극장오페라 작품들은 도전해 볼 만하다. 중간 휴식시간(인터미션)을 포함해 평균 90분 남짓한 공연시간으로 관객들의 오페라 감상 부담을 줄였다. 여기에 우리 시대의 문제를 다룬 흥미진진한 작품들로 재미를 더했다.

한국판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가장으로서의 비애를 다룬 블랙코미디오페라 '김부장의 죽음'과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한 남자의 비극을 담은 창작오페라 '달이 물로 걸어오듯'은 우리 시대의 고뇌와 아픔을 오페라로 풀어내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유쾌한 소재와 기발한 발상으로 코믹오페라의 진수를 보여줄 '엄마 만세'와 서민 오페라의 걸작으로 뽑히는 '서푼짜리 오페라', 고전 속 캐릭터에 우리 시대의 여성상을 참신하게 녹여낸 로맨틱코미디오페라 '춘향탈옥'은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며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할 작품들로 평가받고 있다.

무대에 손이 닿을 법한 ‘초근접’ 객석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소극장오페라 공연의 묘미이다. 그간 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글라스로 주로 감상해왔던 성악가들의 노래와 연기를, 무대와 가까운 자유소극장 객석에서 어느 때보다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제19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제작발표회(왼쪽부터)장수동 예술감독, 이건용 조직위원장, 박수길 조직위원장,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 최지형 집행위원장 ⓒ예술의전당

이번 축제에서는 같은 무대에서 매일 공연이 바뀌는 레퍼토리 방식을 새롭게 선보인다. 이는 한 시즌에 여러 개의 작품을 일정 기간 번갈아가며 공연하는 시스템이다. 매일 공연작품을 교체하기 때문에 관객들은 매일 다른 오페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본격적인 축제에 앞서 축제조직위는 4월 6일 개막식을 열고 화려한 축제의 장을 연다. 4월25일 마지막 공연이 끝난 후에는 폐막식과 시상식이 이어진다. 각 작품 출연진들의 실력, 예술성, 작품성 등을 평가해 수상자들을 선정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축제에서는 다양한 부대행사가 관객들을 위해 마련되어 있다. 버스킹으로 구성된 오페라 거리공연 路(로)페라, 소극장오페라 발전을 위한 포럼, 창작오페라 제작투자매칭(오페라 피칭타임), 관객과의 만남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가 축제기간동안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오페라를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신청과 참여가 가능하며, 자세한 일정과 참여방법은 예술의전당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유인택 사장은 “이번 축제는 작품의 구성과 더불어, 오페라인들을 위한 교류의 장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라며 “공연장에서의 공연뿐만 아니라 시민에게 다가가기 위해 광화문, 서울역 등에서 거리 공연 및 버스킹을 진행하며, 좋은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이끌어내는 피칭데이와 포럼도 예정되어 있다. 오페라단, 제작자, 컴퍼니, 투자자 간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오페라 시장의 기반을 탄탄히 하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박수길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은 “오페라 문화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소극장 오페라 공연이 활성화 돼야한다”라며 “소극장 오페라가 단순 운동 차원을 넘어 국내의 대표 축제 중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축제는 주제를 나타내는 슬로건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창작오페라를 통해 관객들의 접근성을 높이며 문턱을 낮추는 것이 목표다. 현대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작품들을 선정해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매일 다른 무대로 다채로움을 선사한다.

장수동 위원장은 “소극장오페라축제는 소극장에서 진행된다는 것에 묻혀 잘 주목받지 못했다. 소극장오페라라는 건 결국 독립영화와 같다. 독립영화 ‘미나리’가 주목받듯이 전 세계에서 유일한 소극장오페라축제가 더욱 주목받길 바란다”라며 “대중 속으로 들어가서 소극장 오페라의 매력을 알리는 무대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오페라의 대중화가 아닌, 대중들의 오페라화를 목표로 한다. 대중들이 오페라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술의전당에서의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지속성은 이번 축제의 성과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유인택 사장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지는 공공의 지원에는 뚜렷한 명분과 논리가 필요하다”라며 “오페라인들과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가 있다면, 앞으로의 지원 명분도 충분히 마련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뮤지컬 <빨래>가 지난 15년 간 100만 명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소극장 오페라도 이렇게 꾸준한 사랑은 받는 콘텐츠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서라도 한국의 오페라는 큰 변화가 필요하다. 이번 축제가 하나의 단초 역할을 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축제 기간 무대에 오르는 5개의 작품은 창작오페라 3편, 번안 2편으로 구성된다. 작품 선정은 축제 조직위원회와 집행위원회가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결정했으며, 내년 축제의 작품 방향성은 이번 축제가 끝나기 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건용 위원장은 “창작오페라 위주로 가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기성 레퍼토리 중 국내에 덜 알려진 것을 소개하는 것이 맞는지 많은 사람들이 논의하고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언어가 무엇이냐에 따라 장르도 새로워지고 작품도 달라진다. 그리고 450년이라는 긴 역사 가운데 오페라의 중심도 이탈리아, 파리, 독일, 러시아 등으로 옮겨가는 것이 당연하다”라며 “서울이 그 중심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국내 오페라 시장에서는 창작 보다 번안의 비중이 크지만, 우리말로 된 창작오페라의 저변이 점차 확대되어 세계로 뻗어나가길 바란다”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