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학도를 꿈꾸는 청춘, 인문학 파먹기] 별의 별
[영화학도를 꿈꾸는 청춘, 인문학 파먹기] 별의 별
  • 윤영채
  • 승인 2021.03.2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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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채(2000년생), 몇 가지 일을 하며 글로 꿈을 써 내려가는 중이다. 류이치 사카모토와 히사이시 조의 음악, 요리 문학가 라우라 에스키벨의 소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사랑한다. ‘멀리 갈 위험을 감수하는 자만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도전과 실패, 상처로부터 단단해지는 것들과 친해 보려고 한다. 애완 묘 ‘깨미’와 같은 방을 쓰고 있다.
윤영채(2000년생), 몇 가지 일을 하며 글로 꿈을 써 내려가는 중이다. 류이치 사카모토와 히사이시 조의 음악, 요리 문학가 라우라 에스키벨의 소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사랑한다. ‘멀리 갈 위험을 감수하는 자만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도전과 실패, 상처로부터 단단해지는 것들과 친해 보려고 한다. 애완 묘 ‘깨미’와 같은 방을 쓰고 있다.

모두가 잠든 새벽임을 확인하고 명상한다. 눈을 감고 인도의 명상 음악에 몸을 맡기고 있자니 마치 하늘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기분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 성층권에 홀로 앉아 구름과 땅, 위에 뜬 별 그리고 인간세계를 관조하는 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런 상상을 하며 호흡을 내뱉으면 머리에 가득한 근심과 걱정이 아주 사소하고 별 볼 일 없게 느껴진다. 그렇게 십 분이 지나면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다 잠이 든다. 그러나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외로움에 시달린다. 저녁이 되면 혼자인 집에서 를 싫어하지 않기 위해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겨보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공허하다. 친구가 없이는, 사랑하는 사람의 전화 없이는 시간을 견딜 수 없다. 나를 뚫고 가는 이 무수한 시간을 버틸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집에 있지 않으려 한다. 혼자 있고 싶지 않아서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한 친구의 소개로 작은 한옥 카페에서 금, , 일 오후에 잠시 일을 하게 되었다. 이로써 주 7일을 일하게 된다. 입시와 일을 병행할 생각을 하니 벌써 숨이 턱 막히지만, 그래도 좋다. 이제는 무기력한 내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니 조금은 기쁘기까지 하다.

가만히 앉아 고민을 해봤다. 언제부터 공허함이 나를 괴롭혔는지. ?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만 이 슬픔을 잊을 수 있게 되었는지를 말이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지만, 대략 몇 가지 이유를 추려봤다. 우선,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당한 균형 감각을 가지고 버티는 능력이 내게는 없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 부분은 괜찮다. 능력이 없으면, 수차례 더 부서지고 깨져보면 될 일. 문제는 두 번째 이유 때문이다. 2020년 그리고 2021년은 혼돈의 해였다. COVID-19 사태가 터졌고, 이는 범지구적인 재난으로 기록되었다. 동시에 국내로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이 산산이 무너졌다. 청년 취업률은 42%(2021.03.24. 통계)로 뚝 떨어졌다. 많은 또래 친구들이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 세상이 참 어렵고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방면으로 돈을 벌고는 있지만, 내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숨이 막혀온다. 이게 지난 시간을 괴로움으로 몰아넣은 주원인이었던 것 같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 '인터스텔라' 속 가르강튀아(블랙홀)의 모습 (출처:https://blog.naver.com/)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 '인터스텔라' 속 가르강튀아(블랙홀)과 그 옆에 있는 작은 행성. 한 줄기 빛조차 없는 현실의 우리 모습 같다. (출처:https://blog.naver.com/)

우주가 한번 무너져내리고 다시 소생하더라도 우리는 인간이기에 가지는 본능이 있다. 생존 본능,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자 하는 본능, 사랑하는 이와 자신 사이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고자 하는 욕구, 이름을 알리고 돈을 벌고자 하는 욕망. 모든 것이 어려워진 세상에서 나는 오늘도 무너져 내린다.

 

“Can you hear me? Can you hear me?”

루게릭병으로 잃어버린 자신의 목소리를 기계음으로 내뱉는 이가 있었다. 스티븐 호킹 박사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되었다. 모 동영상 플랫폼에 알고리즘을 타고 올라와 있던 영상을 보게 되었다. 우주 과학 다큐멘터리를 즐겨보는 나로서도 우주 배경 복사와 블랙홀의 경계선인 사건의 지평선 등의 용어는 이해하기가 힘들어 외계어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략 10분 정도 되는 영상을 한 번도 쉬지 않고 본 이유는, 마지막 말 때문이다. 그는 말한다. ‘살아있고 이론물리학을 연구할 수 있는 것은 제게 큰 영광이었습니다. 고개를 숙여서 발을 보지 말고, 고개를 들어 별을 보세요. 보이는 것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무엇이 우주를 존재하게 하는가 상상해보세요. 호기심을 가지세요. 삶이 아무리 힘들어 보일지라도 여러분이 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는 무언가는 항상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는 살아있었음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냈음을 영광으로 여기는 마음과 포기하지 않는 힘을 지닌 사람이었다. 처음엔 딱딱한 기계음으로 전달된 이 메시지가 무섭게 들렸고, 이후엔 왠지 모르게 정답게 느껴졌다. 남들과 눈을 마주치기 싫어서 내 발만 보고 걸었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잉태됨과 동시에 물려받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잃어버리고 산 세월도 떠오른다. 현실이 고되다고 혼자 우울해하던 날도, 솔직한 마음을 전하지 못해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놓았던 순간도 기억해본다. 어쩌면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로 하던 말처럼,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내 집이 없어 임대 아파트에서 평생 월세를 내면서 살지도 모른다. 그러나 발밑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볼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조금은 숨을 쉴 수 있지 않을까. 암울한 미래가 아닌 현재의 가능성을 믿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사랑하는 사람은 물론 호기심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어려운 블랙홀의 이론은 이해할 수 없지만, 나만의 우주이론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이 글을 다 쓴 후에, 아무래도 언덕에 올라야겠다. 오늘은 날이 맑으니 잠실 제2 롯데월드 타워, 남산타워 그리고 강남의 대표적인 건물들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별도 많이 보일 것이다. 그의 말처럼 눈에 보이는 것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려 노력해야겠다. 늦은 밤에 귀가할 엄마를 따스하게 반겨야겠다. 같이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으며 걸어야겠다. 사소하지만, 지금 보이는 것을 안아줄 수 있다면 오늘 밤은 덜 슬프려나. 명상도 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자. 외로움에 죽을 것 같지만 사실 우리의 심장엔 살고자 하는 강한 욕망이 깃들어 있으니. 모두를 안자. 안정적인 가정, 사랑, 명예 그리고 돈. 모든 욕망을 해소할 방법이 사라지더라도 살고자 하는 마음을 안으며 나누자. 고개를 들어 별을 보자. 우리는 별의 별이다.

 

‘Can you hug me? Can you hug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