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의 일본속보]"날뛰는 우익, 건재한 시민 양심"
[이수경의 일본속보]"날뛰는 우익, 건재한 시민 양심"
  • 이수경 교수(도쿄가쿠게이대학)
  • 승인 2009.12.20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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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터를 위협한 비열한 행위가 용서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교육 현장을 난장판으로 만든 일본 보수단체, 그에 맞선 일본의 양심에 일말의 희망을!!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배움을 즐겨야 할 초등학교가 두려움과 공포의 장소라서 학교 가기 싫다고 울부짖 는다면 우리들은 이 아이들이 받은 상처를 어떻게 치유해 줄 수 있을까?

▲21세기 최대 거짓말로 종군 위안부 강제연행이라고 주장하며 조선인 물러가라 주장하는 우익단체.이처럼 일본의 우익중 극우단체들은 역사를 왜곡하는 집단행동을 서슴치 않고 하고 있다.(사진; 항의집회 주최측 제공)
[세계 5대 건강 식품]의 하나로 평가받는 김치를 공유하며, 같은 민족으로 살아 온 재일 교포의 교토 초급학교 교문 앞에서 확성기를 통해 광란에 가까운 괴성으로 [김치 냄새 난다]는 모멸적 문화적 차별 용어를 여과없이 뱉어내며, [조선학교를 일본땅에서 패 쫓아내라]고 외치며 떼를 모아 행패를 부리는 무리들을 보았다면, 당연히 그 어린 동심들은 위협을 느끼고 학교를 두려워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사건은 지난  12월 4일,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관광지이자 유적지인 교토(京都)의 조선 민족 초급학교에 일본 보수단체를 자칭하는 [재일(일본에 있는 한민족, 나아가서는 일본에 있는 모든 외국인)의 특권을 용서하지 않는 시민 모임, 약칭 在特會]이 몰려와서 학교 교문 앞에서 난장판을 벌였던 것.

 민족 학교는 경제적 곤란때문에 충분한 학교 부지 확보가 불가능하여, 건물 주변의 공원 일각을 지방자치체에 등록을 하고선 학교 운동장 대신으로 오랫동안 사용해 왔던 것인데, 지금에 와서 갑자기 그걸 돌려주고 조선인들은 돌아가라고 소동을 벌렸던 것이다.

 교토는 필자가 오랜 학교 생활과 첫 교단을 경험한 곳으로 사계절이 아름다운 곳이지만,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의 동화정책을 믿고 건너온 동포들이 정착을 하면서 많은 재일 교포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또한, 일본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귀족문화가 발달한 헤이안 (平安)시대의 수도였고, 일본 사회의 정신적 고향이라 평가 받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2001년11월에 현재의 일왕이 자신들의 조상인 간무(桓武)천황의 어머니가 백제 무녕왕의 딸이기에 한반도에 친근함을 느낀다는 발언을 하여 화제를 모았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우익단체들이 가장 숭배하는 대상인 일왕 스스로가 자신의 조상으로 애착을 느꼈다는 간무 천황은 바로 헤이안 시대 첫 천황으로, 수도 교토를 가장 발전시킨 왕이기도 했다. 그런 한민족과 인연이 많은 교토에서 민족 문화가 모욕을 받으며 수모를 당했다는 사실과 더불어, 죄없는 어린 아이들의 가슴에 비수가 꽂혔을 생각을 하면 참으로 가슴이 아프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아무 의식도 생각도 없이 막무가내로 내 뱉고 매도한 그들의 [김치 냄새 난다]는 차별 용어를 접했을 때, 처음에는 귀와 눈을 의심했다. 아니, 너무 유치하여서 어이가 없었다는게 솔직한 표현이다.

 

몇 십년 전 상황이라면 모르지만, 지금은 건강과 다이어트 식품으로 물량이 모자라서 중국산 김치조차 수입하는 현실이고, 일본의 어느 슈퍼마켓이나 다양한 김치 상품으로 넘쳐나고 있건만 그들은 도대체 무얼 보고 살고 있단 말인가?

 지금같은 추운 일본의 겨울에 김치찌개는 계절의 미각으로 인기가 높은 음식이다. 일본의 대중 술집에 들러보라. 김치볶음 메뉴가 없는 집이 드물다. 냄새 나는 김치가 현대인에게 건강과 행복을 주는 생활 음식이 되고 있건만, 과연 그들은 김치 종류를 일체 먹지도 않고, 일식만 관철하고 사는것일까? 궁금하다. 아니, 그들의 일상 생활을 좀 보고 싶다.

 일본의 전통이라는 다다미 장판이나 지붕의 기와 조차도 해외에서 수입하는 현실이고, 다문화 사회를 형성하는 현실에 하토야마 총리조차도 [동아시아 문화공동체]를 주장하고 있다. 총리 부부도 김치를 즐겨 먹는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 그들도 냄새나는 음식 먹으니 쫓아내야 한다는 말을 왜 못 하는걸까?

 어불성설에 언어도단이고, 정상적으로 대응할 가치조차 없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건강한 육체를 지니면서 건전한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질서한 소란을 부리며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그들의 시대역행이 최근의 불경기의 장기화와 더불어 집단적 행위로 나타나고 있다. 의식도 이론도 없이 민족주의 애국행위라 외치며 일장기를 휘두르며, 자신들의 무분별한 행위를 합리화 하며 쾌락도를 높이고 있기에, 그들은 일본 사회에서도 골칫덩어리로 부각하고 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난장판을 방임하며 그들의 경범죄 행위를 보기만 했던 교토 경찰들의 무책임한 행위도 향후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다. 학교 앞에서 폭력 행위를 벌인 우익단체도, 그런 사회범죄를 저지하지 않는 경찰의 업무태만도 법적 처벌에 해당되는 행위임을 양식있는 이들은 모두 자각하고 있으리라.

필자의 집에도 [재특회] [외국인 참정권 반대]전단이 간혹 들어오지만,  내용같지 않은 내용이기에 무시해 왔는데, 그들의 활동이 점점 격화하는 것을 보다 보면 일본의 경제불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오랜 불경기에서 오는 생활 불안과 취직 불황, 사회적 불만, 취직 준비와 기술 습득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자신들의 스트레스를 발산할 구실로 외국인 배타행위를 하며 약자 괴롭히기에 감정을 표출하는 움직임이 강해지는 것은 사회 기능이 그만큼 저하되고 있는 현상이다. 일본 정부가 [동아시아 문화 공동체]를 주창하고, 외교관계를 직시한다면 일단 이러한 잡음에 신속히 대처하는 법적 질서를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 아무리 정부가 대외적 외교 활동이나 관광정책을 열심히 펼쳐도, 자국내에 이토록 위험한 외국인 배격행위가 만연하다는게 알려지면 일본 사회가 지향하는 우애주의 국가 형성은 물론 [동아시아 문화 공동체] 슬로건 조차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뿐이다.

▲ ▲ 도쿄시내의 집회장 앞에서 일장기를 방패막이로 휘두르고 시위중인 일본 우익단체 재특회 회원들.<사진제공 O씨>

 어린 아이들은 내일을 짊어질 재산이고, 더구나 일본 땅에서 자라난 아이는 그렇지 않아도 저출산 고령화로 심각한 일본 사회와 세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할 미래이다. 그런 아이들의 배움터에서 지저분한 어른들의 행각이 용서가 된다면 교육적 사회적 기능의 퇴화는 물론, 일본이 세계적으로 어필하고 있는 인권 평화주의 사회 형성의 국제적 실추를 가속시키는 오점이 된다. 한번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는 일본이 일으킨 침략 전쟁 청산이 100년이 넘어도 힘들다는 역사적 사실에서도 충분히 배우지 않았던가.

게다가 [주권 회복][애국 활동]이란 구실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이론을 외치며, 현실 불만이란 공통점을 불식하기 위한 공격형 행위를 전개하다 보면, 다음의 공격 대상으로는 일본 내의 장애자나 노약자가 될 수도 있다. 하이에나처럼 공격 대상을 바꿔가며 자신들의 성취감을 얻으려는 이들을 교육하여, 차라리 사회 복지 인력으로 재생시키는 방법도 건전한 인력 활용이 될 것이다. 삶의 목표를 잃고 방황하는 이들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갱생시키는 제도 마련도 일본이 지구촌 사회에 대처해야 할 과제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시즈오카의 연속 지진과 더불어 그들의 행위로 불안을 자아낼 때, 다행히도 이런 비인간적 행위에 대한 항의 집회를 연다는 일본인 지인들의 연락이 왔다. 자신들의 사회가 이토록 추해진 것을 방임할 수 없다는 자성의 글들과 함께, 경찰의 무책임은 나아가서 또 다른 민간인들의 희생을 방치할 수 있다는 불안도 내재되어 있었다. 그런 와중인 2009년 12월 18일에 일본의 양심적 언론으로 통하는 [도쿄신문]에 [외국인 괴롭히기, 불만 터뜨리기(外國人いじめ, 不滿はけ口)]라는 제목으로 교토의 소란 상황이 자세히 보도되었고, 우익 보수 단체들은 이 신문을 폐간시키기 위한 액션을 취한다는 연락망도 돌았다. 상업주의에 우선한 주요 미디어들이 심각한 인종 차별 행위를 무시할 때, 진정한 저널리즘의 보도 우선에 기인하여 행동을 취한 언론을 폐간시켜야 한다는 목표로 공격을 당한다면, 민주주의 사회도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그렇게 무법지대의 사회를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일본의 양심적 시민들은 12월 19일인 토요일, [도쿄 신문]의 용기있는 보도를 공감하며 언론 옹호 의식을 공유하였다.

 19일의 집회 당일은 [재특회]의 방해 행위에 대한 경찰들의 경비를 기대도 하지 않았건만, 교토 경찰의 대

▲필자 이수경 교수
처에 대한 자성인지 도쿄 시내의 경비 문제로 주목받은 탓인지, 코우지마치 경찰서에서는 60여명의 사복 및 경찰복의 경비 협력을 통한 집회 보호에 주력했다.

친한파 지인 K를 포함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의식있는 시민들도 자체 경비를 맡으며, 괴성으로 아우성치는 그들의 대처에 분주했고, 집회장을 빌려준 건물 자체의 경비병의 보호를 받으며 공격을 받았던 민족학교의 교장의 증언과 당시의 상황 영상, 민족 차별 인종 차별을 용서해서는 안된다는 마에다 아키라 교수(도쿄造形대)나 [한일병합 100년의 식민지 청산을 생각하는 시민단체]들도 적극적으로 참가했다. 30여명의 [재특회]의 모임에 대해 200 명 이상의 시민들이 자주적으로 모여서 재일 교포 문제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다문화 공간으로 열린 사회]의 방법을 모색하는 모임이 되어, 결국 이론도 내용도 없이 외쳐대던 [재특회]가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 없었기에 철퇴를 하였다.

이런 우익들이 들쑥날쑥하는 일본 사회지만, 교육 현장을 지키며 미래를 건전한 사회로 구축시켜야 한다는 간절한 시민 의식은 물론, 어린 아이들에 대한 차별적 폭력적 행위를 한 야만성을 용서해서는 안된다는 인권의식도 아직 건재하기에 일말의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비록 집회 당일에 일본 큐슈 지역 오오이타현의 평화시민 공원에 평화를 기리는 종이학 천마리가 불에 타고 상징적인 평화의 동상에 방화 흔적이 있다는 뉴스가 교차했지만, 지옥같은 전후의 폐허와 미증유의 희생자들의 비명과 아비규환을 경험한 일본 사회기에 전쟁과 무력, 민족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양심들이 살아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의 양심이 숨쉬는 한은 사회가 그릇된 길을 가려고 할 때, 큰 이정표가 되어 올바른 길을 제시하리라는 기대를 해 보고 싶다.

 일본 열도는 1억3천만의 커뮤니티가 다양한 의견을 가지면서도, 다문화 사회를 형성하려고 [국제이해]과목을 초등 교육에서 부터 활용하며, 좁은 우물에 자아도취되는 우행에 만족하기 보다 이웃을 걱정하는 여유를 가진 시민 연대가 형성되어지고 있다. 그런 시민들의 양심이 큰 윤활유 역할을 하여 상처받은 어린 아이들의 가슴이 조금이라도 치유된다면 얼마나 좋으랴? 여린 가슴들이 따스히 지낼 수 있는 연말 연시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그리고 이런 지구촌의 양심적 시민들의 결속이 더욱 더 돈독해 져서 66억 사회에 아픔으로 눈물흘리는 이들이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수경 도쿄가쿠게이대학 교수(문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