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의 새로운 도전…“‘성소수자·로봇배우·전통 굿’을 이야기하다”
국립극단의 새로운 도전…“‘성소수자·로봇배우·전통 굿’을 이야기하다”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1.04.0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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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360도 회전의자에서 관람하는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배우 로봇 설정으로 미래 사회 연극에 질문을 던지는 1인극 ‘액트리스 원’, ‘액트리스 투’
야외 마당에서 블루투스 헤드폰을 끼고 즐기는 빛과 소리의 향연 ‘당클매다’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빨간 지붕의 극립극단(예술감독 김광보)이 새로운 실험의 장으로 탈바꿈한다. 이달 16일부터 5월 10일까지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 판, 야외마당에서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액트리스 원: 국민로봇배우 1호>, <액트리스 투: 악역전문로봇>, <당클매다> 등 4개 공연을 동시에 선보인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홍보 이미지(제공=국립극단)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홍보 이미지(제공=국립극단)

[SETUP 202]라 이름 붙인 이 프로젝트는 국립극단이 새로운 도전을 통해 관습적 선택에 질문을 던지는 장이다. 기초, 기본을 일컫는 101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202의 자세로 소재부터 관람 방식까지 동시대와 새로운 방식으로 호흡하고 우리 시대의 담론을 확장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성소수자, 로봇 시대의 연극, 테크놀로지 기반의 융복합 예술 등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들이 서계동 국립극단의 빨간 극장에서 경쾌한 페스티벌 형태로 펼쳐진다.

프로젝트 전 기간에 걸쳐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하는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는 박상영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으로, 지난해 낭독 쇼케이스에서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그간 국립극단이 시도한 소설의 무대화는 <페스트>, <1984>, <빛의 제국> 등 해외 고전과 국내 중견 작가의 소설이 대부분이었으나, [SETUP 202]에서는 국내 신진작가의 문제작을 통해 작업 경계를 넓히고 우리 시대의 새로운 이슈를 연극 관객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는 동시대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인 ‘성소수자’ 이야기를 대상화하지 않고 평범한 청춘들의 유쾌한 일상 속에 담담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원작의 말맛을 살리면서도 무대에 걸맞게 변화를 준 김연재의 각색, 공연 구성의 틀을 깨고 만화적 상상력을 곁들인 임지민의 연출이 만나, 보다 신선한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백성희장민호극장의 객석과 무대를 모두 배우들의 동선으로 사용하며, 관객은 무대 위에 설치한 회전의자에 앉아 원하는 방향으로 360도 몸을 돌려 관람하는 형태의 실험적인 공간 활용이 특징이다.

▲‘액트리스 원’, ‘액트리스 투’ 배우 성수연(제공=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4월 16일부터 25일까지 공연하는 <액트리스 원: 국민로봇배우 1호>, 5월 1일부터 10일까지 공연하는 <액트리스 투: 악역전문배우>는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젊은연극상에 빛나는 성수연 배우의 1인극이다. ‘액트리스 프로덕션’이 제작한 기획 초청 공연으로 최근 연극계에서 개성 넘치는 작업으로 주목 받고 있는 정진새가 작·연출을 맡았다. 

미래 연극 무대의 ‘로봇 배우’를 가정하여 하루가 다르게 인공지능 AI가 일상화되며 급속히 진보하는 기술사회 속에서 과연 ‘인간다움’과 ‘예술’의 본질은 무엇인지, 우리 사회에 ‘연극’이 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햄릿>을 패러디한 대사 “Power on or power off, that is the question.(켜느냐 끄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이 눈길을 끈다. 
 
5월 1일, 2일, 8일, 9일에 국립극단 서계동 야외 마당에서 6회에 걸쳐 공연하는 <당클매다>는 블루투스 헤드폰을 착용하고 관람하는 미디어 아트 공연이다. 봄이 한창인 5월의 저녁, 거대한 나무의 형상을 한 오브제를 중심으로 빛과 소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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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클매다’ 공연 그룹 이스트허그(EASThug) (제공=국립극단)

기획 초청 공연으로, 다원 아티스트 그룹 이스트허그(EASThug)가 전통 굿의 음악적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지난해 국립극단 우리 연극 원형의 재발견 <하지맞이 놀굿풀굿>에서 쇼케이스로 선보였던 공연으로, 올해는 무대를 야외로 옮겨 개방감을 더하고 코로나19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식으로 관객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김광보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과감하고 화려한 건물 색깔로 ‘빨간 지붕’이라는 애칭을 가진 서계동 국립극단이 신선하고 실험적인 공연들로 가득 찬다. 봄 기운과도 잘 맞는 페스티벌격 프로젝트 [SETUP 202]가 동시대 관객들과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의 창구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SETUP 202] 입장권 예매는 오는 9일 오후 2시부터 시작하며, 모두 비지정석으로 운영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공연장별 특성에 맞는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하여 진행 예정이다.(문의 1644-2003/ 전석 3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