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갤러리 개관 초대전, 왕열 《무릉도원-취중진담》
산촌갤러리 개관 초대전, 왕열 《무릉도원-취중진담》
  • 이민훈 기자
  • 승인 2021.04.1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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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속 ‘독백’의 시간 ‘술병’을 통해 풀어내
왕열의 산수화, “내용과 형식이 뒤집힌 산수화처럼 보인다”

산촌갤러리가 개관 초대전으로 왕열 무릉도원 시리즈를 선보인다. 다음달 12일까지 갤러리 전관에서 왕열 작품 4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왕열의 이번 신작 작품은 팬데믹 시대의 도래로 극히 제한된 대화의 장에 대한 그의 시각이 담겨있다. 혼자의 시간이 많아진 지금, ‘독백’에 관한 이야기를 ‘술병’과의 교감으로 풀어냈다.

왕열, Utopia-醉中, Acrylic on canvas, 90.9x72.7cm 2021-14 (사진=산촌갤러리)
왕열, Utopia-醉中, Acrylic on canvas, 90.9x72.7cm 2021-14 (사진=산촌갤러리)

왕열은 산수화를 그리는 작가다. 산수화는 대상을 경험하고, 느낀 감흥과 생각을 자연의 형상으로 드러낸다. 자연 속 가치와 관념이 대상을 통해 표현되는 것이다. 이러한 산수의 특징을 김웅기 비평가는 ‘주관과 객관이 미분리된 채로 융합돼 인식구조에서 성립’한다고 설명한다.

왕열은 매우 온존한 산수화를 그리는 작가로 평해진다. ‘무릉도원’시리즈는 작가 스스로 자연 속에서 느끼고, 경험하며, 여망한 세계를 펼쳐내고 있다.

왕열, Utopia-meditation,Acrylic on canvas 117cmx91cm,2020 (사진=산촌갤러리)
왕열, Utopia-meditation,Acrylic on canvas 117cmx91cm,2020 (사진=산촌갤러리)

하지만, 왕열이 산수를 구성해 내는 방식에서는 기존 산수화 작법을 뒤집는 파격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산수화 준법으로 지켜지던 스밈과 번짐이 들어설 여지를 배제하고 여백조차 충만한 공간으로 만든다. 김 비평가는 “누가 봐도 분명 산수화이지만 실제 화면 구성은 필이 아닌 면으로 구성되고 여백은 물체처럼, 바탕은 배경처럼 처리돼 마치 내용과 형식이 뒤집힌 산수화처럼 보인다”고 평했다.

이번 전시에서 왕열은 무릉도원 시리즈와 최근의 작업인 뒤집힌 산수화를 또 한 번 뒤집은 작품들로 준비했다. 색의 표현보다 붓의 스트로크나 제스처가 두드러지면서 필이 면을 압도하고, 필 그 자체를 오브제하고 있다. 붓터치가 배경이 아닌 운필을 지향해 박력이 넘치고, 작가의 기운을 생생하게 담아 전달하고 있다는 평이 따른다.  

왕열, Utopia-醉中, Acrylic on Fomex,45.0x60.0cm 2021-43 (사진=산촌갤러리)
왕열, Utopia-醉中, Acrylic on Fomex,45.0x60.0cm 2021-43 (사진=산촌갤러리)

한편, 이번 산촌 갤러리 개관에는 미얀마 양곤 예술인들을 응원하며 후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한국과 미얀마는 ‘버마’라는 이름이 더 친숙한 때부터 문화적 교류를 이어왔다. 산촌갤러리는 “최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얀마에 힘을 전하고, 나아가 인사동 전통 골목과 다시 교류가 이어지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갤러리를 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