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영 개인전 《불투명한 중첩》, 생을 살아내는 모순된 흔적 그려내
정윤영 개인전 《불투명한 중첩》, 생을 살아내는 모순된 흔적 그려내
  • 이민훈 기자
  • 승인 2021.04.1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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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느낀 인간 존재 나약함에 전하는 위로와 생의 탐구
정윤영 작가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작품 시작해”

순식간의 퍼져나가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졌다. 지난 1년여의 시간동안 질병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인간의 존재를 실감하게 됐다. 이러한 시간 속에서 자신의 탐구를 쌓아 올린 작가의 일곱 번째 개인전이 열린다.

‘같지만 다른’ 개별적인 생의 흔적을 중첩해 그려낸 정윤영 작가 전시 《불투명한 중첩》이 회화 16여 점으로 꾸려져 갤러리도올에서 오는 5월 2일까지 관람객의 지친 마음을 위로해준다.

무제 untitled_116.8×91cm_Color on silk layered canvas_2020 (사진=갤러리도올)
무제 untitled_116.8×91cm_Color on silk layered canvas_2020 (사진=갤러리도올)

일반적으로 시각 예술 작품은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어떤 욕망이나 세계관이 담겨있다. 하지만 정윤영 작가의 이번 작업에선 뚜렷한 형상성이나 상징성이 보이지 않는다. 색 위의 색을 얹고 면과 면이 만나 겹을 이루는 붓질의 흔적은 다채롭게 무엇을 나타내려 하다가도 정해진 모양을 드러내지 않는다.

추상적인 표현이 두드러져 미세하게 부유하는 흐름을 보이지만, 역동적인 면도 함께 드러난다. 반복적인 모습의 움직임과 자유로운 사라짐으로 색채는 어우러진다. 이는 평면의 공간 안에서 무한하게 확장하고 있는 형상의 모습으로 보인다.

무제 untitled_Equilateral triangle 60cm_Color on silk layered canvas_2020 (사진=갤러리도올)
무제 untitled_Equilateral triangle 60cm_Color on silk layered canvas_2020 (사진=갤러리도올)

한 공간 안에서 다양한 요소들이 더해지며 공존하는 화면은 다르면서도 연결돼 있다. 물리적·시간적 차이를 비교해 서로 보완하기도 하고 덮음과 연결을 시도하며 겹을 통한 의도를 최대로 담고있다.

정 작가는 불교미술학과를 졸업하고 서양화를 공부했다. 이러한 작가의 이력은 화폭 안에서 다양한 동서양의 표현으로 나타나 보는 이에게 재미를 준다. 조심스레 올린 색채로 모순적이고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서로 다르지만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요소들로 중첩된 화면은 우리 각자의 ‘불완전한 생’을 드러내고 있다. 생성과 회복 에너지, 생명의 흐름이 생기있는 색채와 리듬감 있는 붓질로 펼쳐진다.

무제 untitled_116.8×91cm_Color on silk layered canvas_2020 (사진=갤러리도올)
무제 untitled_116.8×91cm_Color on silk layered canvas_2020 (사진=갤러리도올)

이번 전시에 출품된 최근작 untitled(무제)” 연작은 작가가 서울의 집과 강원도 양구의 작업실을 오가며 지난 1년여의 시간동안 꾸준히 작업한 결과물이다. 정 작가는 오랜 시간 병마와 싸운 투병의 경험이 있다. 스스로가 느꼈던 존재의 연약함과 삶을 바라보던 태도가 팬데믹을 만나 또 다른 깊이를 드러내고 있다.

무제 untitled_Regular pentagon 30cm_Color on silk layered canvas_2020 (사진=갤러리 도올)
무제 untitled_Regular pentagon 30cm_Color on silk layered canvas_2020 (사진=갤러리 도올)

정 작가는 “사는 일은 때때로 비천함이 따르지만, 생은 그 자체만으로도 자연스럽고 아름답고, 삶 속 매 순간마다 돌이켜보면 죽음을 견뎌내며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어쩐지 애잔하다”고 말한다. 스스로의 작업은 ‘유한한 생명을 위한 노력의 흔적을 되살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회상과 조형 활동을 통해 모순된 감정의 층위를 새롭게 돌아보고 삶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태도를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