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진의 문화 잇기] 영화 ‘미나리’가 전하는 메시지 … 누구나의 삶 속 ‘희망’
[박희진의 문화 잇기] 영화 ‘미나리’가 전하는 메시지 … 누구나의 삶 속 ‘희망’
  • 박희진 큐레이터/칼럼니스트
  • 승인 2021.04.2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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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큐레이터/칼럼니스트
▲박희진 큐레이터/칼럼니스트

길고 지루한 코로나19 전쟁 속에서 모처럼 문화계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들었다. 전 세계 91개 해외영화제에 초청된 영화 <미나리(Minari)>가 몰고 온 훈풍이 심상치 않다. 하루하루 다르게 쏟아져 보도되는 이슈 행보를 보이고 있어 칼럼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전 세계에서 영화 <미나리> 소식이 업데이트되는 기사만도 수차례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 좋은 문화계에 훈풍으로 큰 위로가 되어주고 있다. 

지난해 영화 <기생충>을 보면서 ‘이런 우리영화를 다시 또 볼 수 있을까’ 싶었다. 잘 만들어진 작품의 감동 끝에 여운은 길었다. 그렇게 영화<기생충>은 지난해 열린 세계적인 영화제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개상을 휩쓸어 세계에 우리영화를 알리며 전 세계인을 매료시켰었다.  

영화 <기생충>에 이어 올해는 영화<미나리>가 세계인의 관심사가 되었다. 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음악상 등 6개 부문 후보가 되면서 <기생충>에 이은 한국영화를 대표한 K-MOVIE를 알리며 전 세계 물망에 올랐다. 2020년 <기생충>이 미국시장에서 쌓아올린 한국 영화의 이미지를 2021년 <미나리>가 우리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면서 한국 영화의 수준을 한 층 더 높였다는 평이 따른다. 

영화 <미나리>를 만들어낸 사람들은 최근 가장 핫한 배우 윤여정(74) 씨를 비롯한 배우진과 미국에서 알아주는 제작사부터 배급사까지 이 시대 영화계 스타급 군단으로 잘 짜여져 있다. <미나리>를 제작한 제작사는 이미 미국에서 그 명성이 자자한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가 수장으로 있는 플랜B(PLAN B Entertainment)가 제작을 맡았다. 플랜B는 2001년 설립 이래, 여러 작품을 아카데미 시상식에 올리며 뛰어난 안목을 자랑했던 제작사이다. 배급사 A24 또한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A24는 미국 독립영화 제작배급사로 열려져 2017년 영화<문라이트(Moonlight)>로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남우조연상, 각색상을 거머쥔바 있다. 이렇듯 <미나리>는 출연진과 제작, 배급까지 성공가도를 기대할만하게 했다.   

영화의 연출과 각본을 맡은 리 아이작 정(한국이름 정이삭) 감독 역시 칸 영화제 후보에 오른 이력이 있는 주목 받는 감독으로 그의 예술적 감각과 삶의 경험이 영화<미나리>의 핵심이 된다. 바로 이 점에서 <미나리>가 조금 더 특별 한 것이다. 영화는 잔잔한 한 편의 드라마처럼 와 닿는다. 고단한 이민자의 삶과 타국에서의 인종차별 등의 메시지가 담겨 동시대 가난과 부유의 극단적 선택의 영화<기생충>을 이은 대작으로서의 면모를 볼 수 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이민을 간 한국계 이민 가족의 고군분투 생존기가 담겨있다. 재미교포 2세 정이삭 감독의 가족사가 고스란히 녹아들어 더 친숙하고 더 따뜻하게 다가와 여운과 감동이 짙게 남는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53)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고 수상소감을 말한 바 있다. 영화<아이리시 맨(The Irishman)>을 만든 마틴 스코세이지(Martin Scorsese) 감독의 말을 봉준호 감독이 인용한 것인데, 올해를 기억하게 만든 성공적인 영화 <미나리>는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에서 출발한 영화라는 점에서 역대 수상자의 메시지가 뇌리를 스친다. 

‘아무데나 씨를 뿌려 놓아도 어디서든 잘 자란다.’는 미나리의 강인한 생명력을 영화의 타이틀(미나리를 한국어 그대로 ‘미나리’로 영화제목을 구성한 것)로 내세운 것처럼 한국인의 정서와 한국 소재를 담은 영화로 미국에서 제작되어 미국문화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타국에서의 강인하게 살아남은 한국인 이민자들의 애환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낯선 타국에서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일상에서 서로의 정서적 공감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영화의 제목도 한국어이고, 주연 배우도 한국배우, 감독도 한국인 재미교포,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가족들도 집에서는 익숙한 한국어로 대화를 한다.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물음표를 던져본다. 이 영화 한국영화인가? 미국영화인가? 
개인적으로는 <미나리> 같은 작품성 있는 영화를 한국영화로 분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영화는 미국으로 이주해간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미국에서 촬영을 했고 미국인 배우가 출연을 하며 미국 회사가 제작한 영화이기는 하다. 미국의 양대 영화상 중 하나인 골든글로브에서는 골든글로브 후보 명단에 영화<미나리>의 국적을 미국으로 표기했다. 게다가 지난해 <기생충> 때와 마찬가지로 <미나리> 작품을 ‘외국어 영화’로 분류해 작품상 후보에서 탈락시켰다. 

이를 둘러싸고 미국의 골든글로브가 영화를 단순히 언어 비중에 따라 ‘외국어영화’로 구분한데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특히 미국 사회에서의 아시아 혐오 범죄와 인종차별이 만연한 현 상황에 투영되는 문화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훌륭한 영화작품을 기분 좋게 볼 수만 없는 상황인 듯 싶어 참 불편하다.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한다. 그 언어는 영화이다.” 
지난해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의 소감이었다. 영화를 영화로 바로 보지 못하는 영화 시상식에서 매년 반복되는 인종차별적인 행보로 불거진 잡음들은 고질적인 미국의 변화하지 못하는 백인 우월주의 문화의 단면은 아닐까 생각한다. 

전 세계 영화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골든글로브는 ‘외국영화’를 구분짓고 배제하기보다는 우선 무엇이 자국의 영화인지, 미국영화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부터 바로 알고 영화상의 위상을 지켜가면 어떨까 싶다. 

‘미나리’ 같이 강한 생명력으로 버텨내온 모두의 삶을 영화 <미나리>에 투영해보며 잔잔한 감동으로 전하며 영화의 메시지처럼 세대와 세대, 나라와 나라가 편견과 차별 없는 희망있는 삶을 함께 살아가길 바란다. 미국사회에서의 인종차별과 아시아계 증오범죄 문제의 심각성을 모두가 알고 이것이 세계인의 성숙한 문화로 점차 변화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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