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차 빼는데 1시간?
세종문화회관, 차 빼는데 1시간?
  • 양문석 기자
  • 승인 2009.12.23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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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공연 관람객들, 세종문화회관 주차장 혼잡ㆍ불편 호소, 주차 문제 심각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겠다!

▲세종문화회관

세종문화회관의 주차장 혼잡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본지에 한 시민이 이런 불편함과 번거로움에 대한 제보를 해 왔다.

제보를 한 시민은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안숙선 & 장사익 송년 특별콘서트’를 보고 난 후 저녁 9시 40분 경 지하 4층 주차장에서 지하 1층에 위치한 정산소까지 빠져 나오는 데만 1시간이 넘게 소요돼 많은 사람들이 항의하는 소동까지 있었다”며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대극장인 세종문화회관에서 어떻게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어디 주차 무서워서 공연 볼 수 있겠냐”라며 울분을 토해냈다.

덧붙여 “지금껏 많은 공연장을 찾아 다녀 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과연 현실적으로 대책마련이나 관람객에 대한 배려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세종문화회관은 자체 주차장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지난 2008년 8월, 서울시의 광화문 광장 조성과 관련해 지하주차장이 폐쇄된 이후 인근 세종로 주차장을 사용하고 있으나 입구와 출구가 각각 한군데로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 그동안 꾸준히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지하 주차장이 폐쇄되기 전에는 그나마 출구가 2군데여서 지금 보다는 나은 상황이었다. 세종문화회관 뒷편 지상 주차장 또한 모두 공원으로 바뀌면서, 세종로 지하주차장 입구는 정부종합청사를 왼편으로 돌아간 진입로 한 곳 뿐이다.

▲주차요금 사전정산 시스템을 사용 중인 국립극장
현재 세종로 주차장은 지하 6층 규모에 평소에는 100여 대, 인기 공연이 있을 때는 4백~5백여 대의 차량을 수용한다. 또한 주변 직장인들의 월단위 주차차량을 포함, 인근 교보빌딩 주차장 등이 만차일 경우 세종로 주차장으로 우회시키는 경우가 발생하면 차량 수는 1000대가 훌쩍 넘어서게 돼 혼잡함은 더욱 가중되기 마련이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를 통해 “연말이라 공연도 많고, 일시적으로 혼잡했던 것 같다”며 “이는 비슷한 규모의 다른 공연장도 상황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큰 문제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덧붙여 “이번에 안숙선&장사익 콘서트처럼 높은 연령대를 타깃으로 한 공연일수록 차를 가지고 오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주차 혼잡문제가 가중된 것 같다”며 “대중교통을 이용해 달라는 공지를 하고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 시민은 인터뷰를 통해 “세종로 주차장에 차를 대고 공연을 볼때면 대부분 차 뺄 걱정부터 하게 된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이런 불만을 호소해 왔다. 아름다운 공연문화를 자리잡기 이전에 주차 문제부터 개선돼야 할 것입니다”고 말했다.

이어 “세종문화회관 주차 문제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봅니다. 관리인 자체부터 고객 위주로 빨리 처리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공연이 끝나면 늦은 시간이고, 관객들이 빨리 집으로 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라도 주차관리에 근본적인 개선책이 있었으면 합니다. 솔직히 예술의 전당이나 다른 공연장에 비해 세종문화회관 주차문제는 훨씬 심각한 것 같습니다”고 말하며 조속한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도…

▲복잡한 구조의 세종로 주차장 출입 진행방향
▲광화문광장 지하주차장이 들어설 곳

 

물론 연말연시 많은 행사와 공연이 집중되는 기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공연장의 주차장 현실이 비슷하지는 않다.

일례로 국립극장의 경우 세종문화회관에 비해 지리적으로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 자가용 이용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 주차권 정산시스템 등을 이용해 공연이 끝난 후 귀가길 번잡함을 상당 부분 해소하고 있으며, 주차 시설 역시 자가용을 이용하기 편이하도록 잘 구비돼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사전 정산 시스템은 공연 전 미리 주차비를 시간 단위로 정산하기 때문에 공연 후 주차장을 빠져 나갈 때 주차비 정산으로 인한 번거로움과 혼잡함이 줄어들고, 불필요한 시간이 절약돼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이에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많은 공연장을 다니며 검토해 봤다. 사전 주차권 정산시스템 역시 몇 달 간 시험 운영 해 본 경우도 있었지만, 일부 관람객들께서 공연 전 3-4시간 전부터 주차를 해 두시고 다른 볼일을 보는 등 문제점도 나타났다”며 “국립극장의 경우 지상 주차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좀 상황이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규정을 이용해 부당하게 주차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이 없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주차비 할인 시간이 긴 것도 문제가 된다. 이미 다른 극장의 경우 공연 시간에 맞춰 3시간 정도의 할인혜택을 주는 장치를 마련해 이런 문제가 발생되는 것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또한 주차장 위치 문제는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예술의 전당의 경우 지하 주차장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는 거의 발생되지 않고 있다. 근본적으로 여유로운 출ㆍ입구 보유 및 주차장 관리 시스템이 먼저 뒷받침 돼야 할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잘 정돈된 국립극장 주차장 전경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고객들께서 불편을 호소하고 여러 언론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걸로 안다”며 “세종문화회관 근처에 주차장 부지를 물색했으나 워낙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터라 비싼 땅값 등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세종로 주차장은 SK 건설에서 관리하고 있다. 우리도 여러 개선책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2012년 8월 말 세종로 주차장을 세종문화회관에서 인수하기 전까지 SK 건설 측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세종문화회관 공연 관람객에게는 주차비 할인혜택을 주고 있다. 따라서 기업 차원에서는 영업이익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부분을 간과하기 힘들며, 사전 주차 정산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부당하게 주차하는 사람들이 늘어날게 뻔하고, 기업의 손실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여 현재 세종로 주차장의 문제는 단순히 세종문화회관에만 국한 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덧붙여 “서울시도 아마 그동안 민자유치사업에 큰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긴 힘든 사항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해 조속한 대책 마련이 당분간 힘들다는 뜻을 밝혔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현재 세종로 주차장은 서울시에서 SK 건설에 2012년 8월 말까지 소유권을 이전한 상태다.

한편 서울시가 최근 주차공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던 광화문광장 주변에 지하주차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는 2011년 12월까지 종로구 세종로 76-14 ‘광화문시민열린마당’ 지하 1층에 55면 규모의 주차장을 건설하겠다고 지난 12월 17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공사 완료 시점 등을 따져 볼 때, 세종문화회관이 안고 있는 주차 문제에 당장 큰 효과는 없어 보인다.

비록 세종문화회관이 안고 있는 주차 부지 확보 문제 등이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할지라도, 사전 주차 정산시스템 도입 등 당장 실현 가능한 대책을 찾아 관련 기관과의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보다 시급히 대처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대규모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의 주차 문제는 더 이상 공연 관람객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비싼 관람료에 주차문제까지 가중된다면 공연 문화의 대중화는 정착되기 힘들 것이다.

관련 기관과 기업 또한 이 문제에 대해 눈앞의 이익 보다는 장기간 불편함을 겪고 있는 시민에 대한 배려를 생각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양문석 기자 msy@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