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신비로운 블록버스터 판화의 세계’展
예술의 전당, ‘신비로운 블록버스터 판화의 세계’展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04.2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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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 판화 세계가 선사하는 치유의 장
오는 5월 4일부터 30일까지, 100여 점의 목판화 선보여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기자] 현대 목판화 대표작가 18인의 작품으로 한국 전통회화에서 볼 수 있는 미감을 현대적 양식으로 표현한 목판화 경향을 선보이는 전시가 개최된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관람객들에게 휴식과 위안의 시간을 선사하며, 낯설고 투박하게 여겨지던 목판화 장르의 벽을 낮추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술의전당(사장 유인택)과 한국목판문화연구소는 오는 5월 4일부터 30일까지 전시 <신비로운 블록버스터 판화의 세계> 나무, 그림이 되다 : LAND·HUMAN·LIFE 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에는 블록버스터 급 대형 목판화가 100여 점 선보여져, 관람객에게 색다른 놀라움과 즐거움을 전한다.

▲ 손기환, 산수, 66x140cm, 한지에 목판화 릴리프, 2017 (사진=예술의전당)
▲ 손기환, 산수, 66x140cm, 한지에 목판화 릴리프, 2017 (사진=예술의전당)

이번 전시는 미술평론가이자 목판연구가인 김진하 전시감독(나무아트 대표)의 기획으로 꾸려졌다. 2000년대 한국 목판화의 주요한 흐름을 대중에게 익숙한 장소와 인물을 주제로 풀어낸다.

관람객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주요한 대형 목판화로는 가로 9.6m의 길이로 해남에서 보길도까지의 여정을 담아낸 김억의 <남도풍색南道風色>, 김준권의 <산운山韻-0901> 등이 공개된다. 김 작가의 작품은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방명록에 서명한 평화의 집에 배치돼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 강행복, 화엄, 가변설치, 한지에 목판화, 2015 (사진=예술의전당)
▲ 강행복, 화엄, 가변설치, 한지에 목판화, 2015 (사진=예술의전당)

존재하는 장소를 생생하게 그려내 보는 이에게 공간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여행의 감동을 전하는 작품들도 준비돼 있다. 한지에 목판 작업으로 완성한 정비파의 <낙동강-그리운 고향>, <지리산 이야기>, 김억의 <해남 땅끝마을>, <한라산과 영실계곡>등 이다. 사실적인 작품 제목에서 재미를 느껴 볼 수 있다.

전시는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2, 3층 전관에서 열리며, 총 3부로 구성됐다. 국토(LAND), 사람(HUMAN), 생명(LIFE)을 주제로 해 목판화의 다양한 감성과 의미를 표현했다.

▲ 김준권, 靑竹-1302, 167×90cm×3ea, 채묵목판, 2013 (사진=예술의전당)
▲ 김준권, 靑竹-1302, 167×90cm×3ea, 채묵목판, 2013 (사진=예술의전당)

1부 ‘국토’에서는 숭고하고 장엄한 우리 삶의 터전을 환유(換喩)와 상징으로 표현한 김준권, 류연복, 김억, 정비파, 손기환, 홍선웅의 작품이 준비됐다. 2부 ‘사람’에서는 다양한 인물상의 역사적 서사와 현실적인 생태를 비판적 사실주의 관점에서 보여준 정원철, 이태호, 유근택, 강경구, 이동환, 이윤엽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마지막 3부 ‘생명’의 장에선 윤여걸, 유대수, 안정민, 배남경, 김상구, 강행복 작가의 작품으로 자연과 사람 사이에서 발현하는 기운과 생명성을 관조적으로 형상화한다.

지난 40년 간 한국 목판화의 경향을 기반으로, 2000년대 이후 동시대의 두드러진 경향까지 이르는 전시 구성은 한국 현대 목판화 성과를 종합적으로 선보이며 앞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창구가 된다.

▲ 류연복, 그리움-별, 한지에 목판화, 91x182cm, 2021 (사진=예술의전당)
▲ 류연복, 그리움-별, 한지에 목판화, 91x182cm, 2021 (사진=예술의전당)

관람객은 한국적 정서, 현실, 미감의 지층(地層)이 켜켜이 쌓인 목판화를 통해 목판화만이 가지고 있는 감수성과 형식의 전형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오랜 시간 공들여 조각칼로 나무를 파내고 겹겹이 종이로 찍어내 작품을 이룬 목판화의 감성은 매체의 홍수 속 무뎌져 있는 현대인에게 웅장하고 잔잔한 감성의 장을 열어 보일 것이다.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목판문명을 탄생시켰는데 여전히 목판화라는 장르가 대중에게 멀고 어렵게만 느껴졌다”며 “이번 전시로 다양한 세대가 목판화가 인상파나 현대 미술만큼이나 흥미롭고 볼거리가 많다는 점을 알게 되었으면 한다”는 기대감을 전했다. 전시 관련 자세한 내용은 예술의전당 홈페이지(www.sac.or.kr)에서 확인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