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울가 : White Black Red +》展, 원시적 색채 속 유희와 고뇌
《최울가 : White Black Red +》展, 원시적 색채 속 유희와 고뇌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05.0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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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 아트-최울가 첫 번째 협업 전시
오는 30일까지, 즉흥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화풍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기자] 본능적인 형식 아래 두터운 고뇌의 시간을 담아내며 독특한 화면 구성을 완성하는 작가 최울가의 개인전《WHITE BLACK RED +》가 개최된다. 가나아트센터에서 7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다.

기하학적인 기호와 상징을 화폭 안에 배치하는 최 작가는 ‘Black & White’ 시리즈로 뉴욕 화단의 주목을 받으며, 국내와 뉴욕, 파리, 베를린, 부다페스트 등의 세계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다.

▲ Red Black Series [Brooklyn Red-031], 2021, Oil on Canvas, 162.2x130.3 cm (사진=가나아트)
▲ Red Black Series [Brooklyn Red-031], 2021, Oil on Canvas, 162.2x130.3 cm (사진=가나아트)

최 작가는 파리국립장식예술학교를 수료하고 베르사유 시립미술학교를 졸업한 후 2000년 뉴욕으로 건너가 자신의 새로운 작품세계를 마주하게 됐다. 뉴욕 그라피티(graffiti)의 자유분방함과 현대예술가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1965-) 개인전에서 본 실험적인 설치미술에서 자극 받은 그는 자신의 이전 작업을 모조리 불태우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후 그는 오랜 시간 원시적이며 비언어적인 이미지만으로 이뤄지는 소통의 가능성을 탐구하며 현재의 즉흥적인 화풍을 완성했다.

가나 아트는 최 작가와 첫 번째 협업이라 할 수 있는 이번 전시를 통해 그의 근작들과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전시는 유화와 오브제, 입체조각의 범주를 넘나드는 그의 자유로운 세계를 바탕으로 화이트, 블랙, 레드 시리즈를 비롯해 컬러 포인트 시리즈, 비틀 시리즈, 도자와 조각 작품으로 구성됐다.

▲ Black Series [In New Space], 2018, Oil on Canvas, 162.2x130.3 cm
▲ Black Series [In New Space], 2018, Oil on Canvas, 162.2x130.3 cm (사진=가나아트)

검은색-흰색, 붉은색…색상 속 생명의 기운을 찾아

뉴욕에서 발표한 ‘Black & White’ 시리즈에는 어항, 강아지, 술병, 꽃과 같이 일상적 삶과 관련된 요소들이 화폭에 가득하다. 관계성 없는 다양한 사물들의 무질서한 공존은 작가가 가진 무의식 세계의 에너지다. ‘Black & White’ 시리즈를 특징짓는 검은색과 흰색은 최 작가가 생각하는 우주와 빛의 근원에 가장 가까운 색이다. 이 두 가지 색을 사용해 그는 원시적 생명력을 표현하고자 했다.

최 작가의 작품은 원시주의에 대한 관심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데, 검은색-흰색 다음 시리즈는 붉은색으로 원시적 세계를 표현한다. 문자가 발명되기 훨씬 이전 동굴 벽면에 붉은색을 칠했던 초기의 인류처럼, 최 작가 역시 붉은색을 통해 삶과 죽음을 향한 비언어적 욕망과 원초적인 감정들을 투영한다. 초기 인류가 동굴벽화에 남긴 본능적 표현과 유사하게 강렬한 색상과 리드미컬한 선을 주요 표현 방법으로 삼았다.

▲ Primitive Small Objet-1003, 2020, Mixed media on polycarbonate, 162.2 x 130.3 cm 63.9 x 51.3 in
▲ Primitive Small Objet-1003, 2020, Mixed media on polycarbonate, 162.2 x 130.3 cm 63.9 x 51.3 in (사진=가나아트)

<WHITE BLACK RED +>의 전시작, 정제된 화면구성과 매체 확장 돋보여

이번 전시에서는 최 작가의 최근작이 다수 선보여진다. 원시주의를 바탕으로 한 색의 표현과 낙서를 연상시키는 자유로운 작업 스타일을 고유하면서도, 보다 성숙해진 최 작가의 예술적 감각을 만나볼 수 있다.

화이트, 블랙, 레드 시리즈 신작을 비롯해 작년에 새롭게 시작한 컬러 포인트 시리즈는 기존 평면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한결 정제된 색과 화면구성이 특징이다. 작가가 2014년부터 연구하고 근작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중저색’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최 작가는 오방색이라 부르는 강렬한 원색의 주변으로 다양한 ‘중저색’을 칠해 조화롭게 자리한 화면 위로 우리의 시선을 끊임없이 순환시킨다.

한편, 최 작가는 기존의 제한된 사각형 캔버스에서 벗어나 더욱 다양한 매체와 형태의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본 전시에 처음 선보이는 ‘Beetle’ 신작과 그의 회화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입체화한 세라믹-조각 시리즈는 그가 그리는 것을 넘어 만드는 행위에 집중해, 보다 현대적인 표현방법을 꾸준히 모색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입체평면 스티커 작업으로 제작된 ‘Beetle’ 시리즈는 최 작가 작품세계의 유희적인 특징과 평면작업에서 작가의 무의식을 통해 탄생한 조형요소들, 틀에서 벗어난 유기적인 형상을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열망이 돋보인다.

▲ White Fox, 2017, Mixed media on FRP, 121x68x22 cm
▲ White Fox, 2017, Mixed media on FRP, 121x68x22 cm (사진=가나아트)

전시는 최 작가가 몇십 년간 일궈온 작품 세계를 보여주면서 확장되고 있는 현재의 모습까지 담아낸다. 컬러 포인트 시리즈를 비롯해 더욱 실험적인 작업으로 나아가고 있는 그의 여러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자유로운 형식 속 묵직한 생각을 담아내는 그의 작업은 현대인들에게 어린 시절의 즐거운 놀이를 추억하게 하며, 예술행위에 대한 자유로운 시각을 선사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