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제 발로 수궁에 들어가다”…국립창극단 ‘귀토’ 6월 해오름극장 초연
“토끼, 제 발로 수궁에 들어가다”…국립창극단 ‘귀토’ 6월 해오름극장 초연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1.05.13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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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6.6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고선웅x한승석x국립창극단 신작
총 53명 국립창극단 단원 전원 출연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새롭게 리모델링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첫 무대에 국립창극단의 ‘귀토-토끼의 팔란’(이하 ’귀토’)가 오른다. 

▲국립창극단 ‘귀토’ 콘셉트 사진(제공=국립극장)
▲국립창극단 ‘귀토’ 콘셉트 사진(제공=국립극장)

국립극장(극장장 김철호)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유수정)은 오는 6월 2일(수)부터 6월 6일(일)까지 신작 ‘귀토-토끼의 팔란’(이하 ‘귀토’)을 해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판소리 ‘수궁가’를 창극화한 작품으로, 국립창극단 최고 흥행작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고선웅․한승석 콤비가 참여했다. 

국립창극단은 1962년 창단 이후 60여 년간 창극의 기반이 되는 판소리 다섯 바탕(수궁가·심청가·적벽가·춘향가·흥보가)을 소재로 한 다양한 작품을 꾸준히 제작해오고 있다. 2019년 4월 부임한 국립창극단 유수정 예술감독 역시 ‘창극은 동시대 감각에 맞춰 변화하되 뿌리인 판소리는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기조 아래 판소리 다섯 바탕의 현대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국립극장 창설 70주년 기념작으로 창극 ‘춘향’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는 판소리 ‘수궁가’를 바탕으로 한 ‘귀토-토끼의 팔란’(이하 ‘귀토’)을 초연한다. 

13일 오전 국립창극단은 온라인을 통해 ‘귀토’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인라 자리에는 국립창극단 예술감독·공동작창 유수정, 극본·연출 고선웅과 주요 출연진인 국립창극단원 김준수, 유태평양, 민은경 등이 참석했다. 

▲국립창극단 ‘귀토’ 고선웅 극본·연출 (제공=국립극장)
▲국립창극단 ‘귀토’ 고선웅 극본·연출 (제공=국립극장)

창극 ‘귀토’의 극본과 연출은 고선웅이 맡았다. ‘귀토’는 ‘거북과 토끼’(龜兎)를 뜻하는 동시에 ‘살던 땅으로 돌아온다’(歸土)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 

고선웅 극본·연출은 “창극 ‘귀토’는 <수궁가> 중 토끼가 육지에서 겪는 갖은 고난과 재앙인 ‘삼재팔란(三災八亂)’ 다룬다”라며 “토끼의 삶이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격조 있는 수궁가에 나름의 해석을 더해 새로운 의미를 객석에 전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작품은 육지에 간을 두고 왔다는 꾀를 내어 살아 돌아온 토끼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원작에서는 후반부에 해당하는 장면으로, 도입부터 원작과는 전혀 다른 서사임을 보여준다. 창극 ‘귀토’에서 토끼는 파란만이 가득한 산중생활을 피해 미지의 세계인 수궁으로 떠나지만, 그곳에서마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육지로 돌아와 자신의 터전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는다. 

이번 작품에서 토끼는 영민함을 무기로 꾀를 내어 위기를 돌파해내는 약자의 대변자가 아닌, 사유하는 존재이자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을 거치며 성장하는 캐릭터로서 그 의미를 지닌다. 다시 돌아온 세상은 변함없이 어수선하지만 이를 대하는 태도가 한층 성숙해진 토끼의 변화된 모습을 통해, 오늘날 관객에게 우리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을지 스스로 자문하게 만든다. 

고선웅 극본·연출은 “우리가 늘 꿈꾸는 이상향은 어디에도 없다”라며 “바람이 없는 곳으로 도망갈 것이 아니라 바람 부는 대로 유연하게 흔들리며 즐기는 법을 배워야 한다”라고 작품 의도를 밝혔다.

▲국립창극단 유수정 예술감독(제공=국립극장)
▲국립창극단 유수정 예술감독(제공=국립극장)

음악은 유수정 국립창극단 예술감독과 소리꾼 한승석이 공동작창을 맡아 박진감 넘치는 전통 소리의 힘을 선보인다. 중앙대학교 전통예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한승석은 작곡과 음악감독도 겸한다. 

판소리 ‘수궁가’의 주요 곡조는 최대한 살리면서도 각색된 이야기의 이면에 맞게 소리를 배치하고 새로 짜는 과정을 거쳐 극과의 절묘한 조화를 선보인다. 국악기로 편성된 15인조 연주단의 다채로운 라이브 연주가 극의 분위기를 환상적으로 배가시키는 가운데, 소리꾼 38명이 국립창극단의 기운차고 신명난 기세를 고스란히 전할 계획이다.  

유수정 예술감독은 “지난해 코로나 때문에 우리 모두가 우울한 시간을 보냈는데, 올렸던 공연들마저 우울한 내용이 주를 이뤄 본의 아니게 관객들을 눈물짓게 했다”라며 “올해는 분위기를 전환해 밝은 분위기의 공연으로  즐거움과 통쾌함을 선사하려 한다”라며 수궁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원전 <수궁가>의 눈대목을 거의 살리면서도 장단 등에 많은 변화를 줬다. ‘범피중류’나 ‘고고천변’ 등 유명한 대목들에도 파격적인 편곡 시도를 많이 했다”라며 “기존 형식에 익숙한 분들은 조금 충격적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무대, 배우들의 동선, 연기력은 이 시대에 맞게 다듬었지만, 뿌리는 전통 판소리에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적으로 해석했지만) 이날치의 음악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표현됐다”라고 덧붙였다.

▲국립창극단 ‘귀토’ 토자 役 김준수(제공=국립극장)
▲국립창극단 ‘귀토’ 토자 役 김준수(제공=국립극장)

작품의 핵심 인물인 토자(兎子)와 자라는 국립창극단의 대표 스타 김준수·유태평양이 맡았다. 파란 가득한 세상을 떠나 이상향을 꿈꾸는 토자와 함께 수궁으로 들어간 토녀(兎女)는 원작에는 없던 새로운 캐릭터로, 민은경이 연기한다. 이외에도 단장 허종열, 코러스장·자라모 김금미, 용왕 윤석안, 주꾸미 최용석 등 국립창극단 전 단원 포함 총 53명의 출연진이 깊이 있는 소리와 익살스러운 유머로 한바탕 유쾌한 웃음을 선물할 것이다. 

토자 역을 맡은 김준수는 “토끼가 자라의 꾐에 넘어가 수궁으로 들어가게 된 원전의 내용과는 달리, ‘귀토’는 토끼가 스스로 수궁을 찾아가 고난과 역경을 겪고 본래의 삶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라고 말하며 “‘바람이 없는 곳으로 도망갈 것이 아니라 바람 부는 대로 유연하게 흔들리며 즐기는 법을 배워야 한다‘라는 고선웅 연출의 메시지처럼 수궁을 다녀온 전후로 토끼가 변화한 모습을 잘 표현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국립창극단 ‘귀토’ 자라 役 유태평양(제공=국립극장)
▲국립창극단 ‘귀토’ 자라 役 유태평양(제공=국립극장)

자라 역을 맡은 유태평양은 “‘귀토’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하고자 사군이충(事君以忠), 약자와 강자 사이의 대립 구도 등 ‘수궁가’를 둘러싼 전형적 관념에서 탈피해, 전혀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다”라며 “토끼가 ‘삼재팔란(三災八亂)’을 겪듯이 자라 또한 자신의 세계에서 ‘팔란(三災八亂)’을 겪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자라라는) 캐릭터에 대해 세심하고 면밀하게 표현하려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토녀를 연기하는 민은경은 “토녀는 원전 수궁가에는 없는 새로운 캐릭터이다. 강단 있는 토녀는 토자가 수궁으로 가는 길에 동행하며, 극의 재미를 더할 것이다”라며 “‘귀토’에서는 수궁가 외에 다른 여러 바탕의 소리가 차용되는 점 또한 눈여겨볼 점”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창극단 ‘귀토’ 토녀 役 민은경(제공=국립극장)
▲국립창극단 ‘귀토’ 토녀 役 민은경(제공=국립극장)

이번 작품은 판소리가 지닌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무대로 꾸며진다. 안무가 지경민은 명무 공옥진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얻어 ‘수궁가’ 속 각양각색 동물들을 단순하면서도 특징적인 안무로 재치 있게 표현할 예정이다. 무대는 2021년 제31회 이해랑연극상을 받은 무대디자이너 이태섭, 의상은 전통한복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는 차이킴의 김영진 등 최고 제작진이 합세해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두드러지는 격조 높은 미장센을 완성한다. 

창극 ‘귀토’는 9월 공식 재개관을 앞둔 해오름극장에서 미리 만나는 공연으로 전석 30% 할인된 가격에 예매할 수 있으며, 이번 공연은 방역 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객석 띄어 앉기’를 실시한다. 예매·문의 국립극장 홈페이지(www.ntok.go.kr) 또는 전화 02-2280-4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