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37)
옛 속담에 ‘못자리 뿌릴 볍씨 고를 때는 맏며느리 고르듯이 골라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입이 가볍고 차림새가 날렵하여 일을 끈기 있게 하지 못하는 처녀들을 가리켜,
뜬 볍씨라고 하여 며느리 감으로 부족했다는 것이다.
모내기철이 오는 봄날 장터를 돌아다니다보면 볍씨 고르는 아낙네들을 만날 수 있다.
예전에는 곡물전이 크게 열리는 장터가 많아 볍씨를 펼쳐놓고 큰 됫박으로 팔았었다.
볍씨를 고르다 깨물어도 보고, 빛깔을 보던 박씨아짐이
“혈색이 볼그스름허니 쌀알이 잘 열리것제, 안그렁가”
사람을 살리는 쌀을 만드는 게 볍씨다.
가을 끝 무렵이면 곡물 전에 온갖 곡식들이 선을 보인다.
쌀 몇 톨을 입에 넣어 깨물어본 순간부터,
자연의 변화를 이용한 그들만의 놀라운 농사철학이 술술 나온다.
그 지역만의 문화를,
바람의 세기를,
햇빛의 감도를,
땅의 냄새를
그리고
그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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