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37)] 사람을 살리는 쌀을 만드는 볍씨
[정영신의 장터이야기 (37)] 사람을 살리는 쌀을 만드는 볍씨
  • 정영신 기자
  • 승인 2021.05.1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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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신의 장터이야기 (37)

 

옛 속담에 못자리 뿌릴 볍씨 고를 때는 맏며느리 고르듯이 골라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입이 가볍고 차림새가 날렵하여 일을 끈기 있게 하지 못하는 처녀들을 가리켜,

뜬 볍씨라고 하여 며느리 감으로 부족했다는 것이다.

모내기철이 오는 봄날 장터를 돌아다니다보면 볍씨 고르는 아낙네들을 만날 수 있다.

예전에는 곡물전이 크게 열리는 장터가 많아 볍씨를 펼쳐놓고 큰 됫박으로 팔았었다.

볍씨를 고르다 깨물어도 보고, 빛깔을 보던 박씨아짐이

혈색이 볼그스름허니 쌀알이 잘 열리것제, 안그렁가

 

1991 전남 구례장 ⓒ정영신
1991 전남 구례장 ⓒ정영신

 

사람을 살리는 쌀을 만드는 게 볍씨다.

가을 끝 무렵이면 곡물 전에 온갖 곡식들이 선을 보인다.

쌀 몇 톨을 입에 넣어 깨물어본 순간부터,

자연의 변화를 이용한 그들만의 놀라운 농사철학이 술술 나온다.

그 지역만의 문화를,

바람의 세기를,

햇빛의 감도를,

땅의 냄새를

그리고

그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