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선의 포토 에세이 81] 선감도(仙甘島) 인연
[천호선의 포토 에세이 81] 선감도(仙甘島) 인연
  • 천호선 전 쌈지길 대표
  • 승인 2021.05.1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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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국회 문광위 수석전문위원을 끝으로 35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마치면서 나는 2020년까지 계속 일하겠다는 결심의 상징으로서 핸드폰 번호의 끝자리를 2020으로 바꿨다. 영화계에서 일하고 싶어 박사과정도 마치고 인간관계도 만들어 왔으나, 퇴직하자마자 동생 천호균 쌈지사장의 요청으로 인사동 쌈지길을 개관하고 사장 업무를 맡게 되었다. 그러나 2009년 쌈지 본사의 경영난으로 쌈지길 운영을 접게 되면서 나로서는 새로운 일자리를 고민하게 되었다.

▲녹색지붕과조팝나무울타리(사진제공=천호선)
▲녹색지붕과조팝나무울타리(사진제공=천호선)

마침 경기도미술관장인 와이프가 경기창작센터 설립을 위해 선감도에 자주 가게 되면서 창작센터 바로 앞에 있는 100년이 넘는 전통한옥을 발견하고 그 집 포함 포도밭 300평을 구입, 농사를 시작하였다. 포도밭은 병충해 방제 등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1주일에 2,3일 정도 선감도 집에 가서 일하는 것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았고, 약 뿌리는 작업 자체가 싫었다.

▲사과,배나무농장
▲사과,배나무농장(사진제공=천호선)

포도나무를 뽑고 관리가 쉬운 개암나무, 호두나무 등으로 바꾸었으며, 자투리땅에 무, 배추, 토마도, 고추는 물론 양파, 마늘 등 각종 야채를 키우면서 친구들과 나누어 먹는 재미를 만끽하였다. 최근에는 과수 재배 경험이 많은 작가 친구의 도움으로 기존 나무를 정리하고 사과나무, 배나무를 키우면서 새로운 도전을 하였다.

▲마라톤클럽기념촬영
▲마라톤클럽기념촬영(사진제공=천호선)

선감도 집은 친척과 친구들의 1박2일 놀이터로 자주 활용되었다, 마라톤 친구들은 자주 와서 바닷길을 달렸고, 사진 친구들은 탄도, 전곡항, 구봉도의 석양 촬영을 즐겼다. 전곡항의 선장 친구를 사귀어 언제라도 자연산 회를 구할수 있었고. 최근 선감도에 ‘바다향기수목원’이 만들어져 볼거리도 보다 풍부해 졌다.

▲디너파티
▲디너파티(사진제공=천호선)

농사일에서 골치아픈 문제는 잡초 뽑는 일이었다. 제초제를 쓰지않고 웅크리고 앉아 손으로 잡초를 뽑다 보니 엉덩이뼈에 협착증이 생겨 매일 진통제 먹고 사는 신세가 되었다. 집안식구들의 걱정과 간곡한 요청도 있었지만, 나 자신 이제 신체조건이 노동을 계속할 수 있는 팔자가 못됨을 자각하고, 금년 4월 선감도 집과 땅을 팔았다.

▲선감도 집
▲선감도 집(사진제공=천호선)

나 자신에게 약속한 2020년은 지났지만 그래도 미련이 남아 집 근처에 작은 주말농장을 구해서 야채만은 내가 키워 먹기로 작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