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개막, 미래를 논의하는 공동의 장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개막, 미래를 논의하는 공동의 장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05.2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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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디아스포라·혁신 주제 다뤄, 문제의식을 제안하는 건축
신혜원 감독 “한국관이 학교로 변했고, 이 공간은 모두에게 열려있다”
21일 오프닝 시작으로, 5월 22일까지 11월 21까지 진행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기자] 코로나19로 1년 연기된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이 드디어 막을 올린다. 개막에 앞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1일 아르코 미술관에서 국제건축전 한국관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신혜원 감독과 주요 참여작가가 참석해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 기획과 미래학교에 대해 소개했다.

신혜원 감독은 “‘미래학교’라는 주제로 2020년 비엔날레에 참여한다는 보도가 나간 게 벌써 2년이 되가고 있는 상황인데, 정말 긴 시간동안 함께해준 작가, 건축가, 조경가에게 감사한다”며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주최 측 역시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춘 상황에서 무엇보다도 물리적 한계를 넘은 협업으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설치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한국관 미래학교 외관 (사진=아르코 제공)
▲한국관 미래학교 외관 (사진=아르코 제공)

한국관 ‘미래 학교’는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응답으로 기획됐다. 신 감독은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미래에 대해 생각할 계기를 주는 곳, 미래를 발명하는 곳으로 학교보다 좋은 공간이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라며 그러한 공동 논의의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베니스에서 자신은 큐레이터라 불린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역할은 자리를 마련하고 여러 참여자가 활동하기 좋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좋은 분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상을 가진 신 감독은 기자간담회 역시 공간을 기획한 작가들에게 ‘미래 학교’에 대한 소개를 맡기며 수평적이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장으로 이끌었다.

‘미래 학교’는 코로나19이전 기획 당시 관람객들에게 장소를 제공하고, 한국관에서 잠시 쉬어가며 멈추는 시간을 주는 다양성이 있는 공간으로 구성하려했다. 하지만, 해외방문과 대면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기획은 변화돼야했다.

신 감독은 “코로나19 이전에 우리는 줌(ZOOM)으로 대화를 한 적이 있어서 당시 모두 신기해했는데, 그로 얼마 지나지 않아 줌으로 강의를 해야 하는 상황까지 맞닥뜨렸다”며 “관람객들이 찾아올 것이라 생각하고 만든 베니스 현지 공간에 지금은 길고양이와 새들이 찾아오고 있다”며 바뀐 세상에 대한 얘기를 전했다.

그는 “사실 이 과정 속에서 ‘이게 바로 우리의 현 상황'이라는 점을 인지하게 됐고, 한계가 또 다른 진보와 혁신을 끌어왔다고 본다”며 “코로나19이후 미래학교 온라인을 좀 더 활성화시켜 새로운 소통방식을 익힐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고, 개개인의 작가들 작품과 행보를 공유힐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발표 하는 신혜원 감독 (사진=서울문화투데이)
▲발표 하는 신혜원 감독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가로지를 인류의 긴급한 과제로 신 감독은 ‘이주, 디아스포라의 확산, 기후변화의 충격, 사회적‧기술적 변화의 속도’를 꼽았다. 이러한 주제로 다중적 연대를 구축하기 위해선 한정된 공간 보다는 구심점을 만들어 유연한 건축의 방식으로 공간을 구성해야했다.

공간 구성을 맡은 송률 디자이너는 먹고, 자고, 쉬고, 이야기하는 모든 삶의 방식이 이뤄지는 한국의 누, 정자가 미래학교의 근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휴식과 명상을 위한 공유 공간에서 방문객은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배움과 생활의 경계를 허물고 사유할 수 있다.

대면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한국관 ‘미래학교’는 온라인 가상공간에도 자리를 만들었다. 가상 공간에 데이터로 학교를 만들어 구글 스프레드 시트를 연동하고, 온라인 ‘미래학교’에서 나눈 대화로 새로운 가상공간 건축물을 세울 수 있는 환경이다. 프로젝트 관계자가 아니어도, 온라인 미래학교를 방문하는 누구나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열려있는 공간을 완성했다.

이외에도 그래픽 디자인, 환경문제, 이주와 소외의 문제를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과 프로그램이 마련돼 ‘미래 학교’를 가득 채웠다.

▲온라인 가상공간에 구현된 '미래학교'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온라인 가상공간에 구현된 '미래학교' (사진=서울문화투데이)

‘미래 학교’라는 주제와 컨셉이 너무 방대하고 다양해서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질문에 신 감독은 이전에 베니스 기자 간담회를 사례로 들며 답을 시작했다. 그는 “이전에 있었던 해외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래서 한국관의 주제는 무엇이냐, 3줄로 설명해달라’라는 요청을 들었다”며 “‘한국관이 학교로 변했다’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역시 딱 한 마디로 정의되기 어렵지 않은가, 전시를 통해 과정을 함께 하자는 태도가 한국관의 주제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작품을 선보인 이소진 건축가는 “나도 사실 ‘미래학교’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취지를 몰랐는데, 지금 이 자리를 겪어보니 조금은 알 것 같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이냐’라는 질문은 한 분야가 대답할 수 없고, 답이 있는 문제도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이면 논의하는 장으로 개개인이 답을 찾을 수 있고, 그 과정을 본 이들도 각자의 답을 만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제에 대한 견해를 내놨다.

▲한국관 미래학교 종이의 방 (사진=아르코 제공)
▲한국관 미래학교 종이의 방 (사진=아르코 제공)

제17회 베니스비엔날레는 국제건축전 한국관 <미래학교>는 21일 저녁 7시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스페이스필룩스 오프닝을 시작으로 6개월 간의 긴 여정을 시작한다.

신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말에  음율을 입혀 이날치가 대신 전하는 '개회사'를 시작으로 개막식의 문이 열렸다. 그는“‘미래학교’가 이전과 다른 컨셉을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이다보니, 개회사 역시 새로운 방식으로 전해보고 싶었다”며 “개회사를 소리로 풀어, 감사와 소망선언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취지로 기획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안무가 안은미의 오프닝 퍼포먼스와 미래학교 사운드의 장영규가 다채로운 볼거리와 들을 거리를 제공한다. 오프닝은 미래학교 온라인 및 유튜브 한국관 미래학교 공식 채널에서 온라인 생중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