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CA 윤범모 관장, 문학-미술 넘나드는 통찰력으로 《시인과 화가》출간
MMCA 윤범모 관장, 문학-미술 넘나드는 통찰력으로 《시인과 화가》출간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05.24 17: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학과 미술이 함께 어우러지던 1920~30년대 이야기
시인 이상-화가 구본웅, 소설가 박완서-화가 박수근 등
저자 윤범모 “문학과 미술의 즐거운 만남 기대해”
▲다할미디어, 시인과 화가, 윤범모 지음 (사진=다할미디어 제공)
▲다할미디어, 시인과 화가, 윤범모 지음 (사진=다할미디어 제공)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언어로 이미지를 그려내는 시인들의 창작은 화가에게 영향을 주기도 하고, 화가가 구현해낸 화폭 위의 세계는 시인에게 영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시인과 화가의 바늘과 실 같은 관계, 형제지간 같은 관계의 깊이를 다룬 책이 출간됐다. 문학과 미술이 한 가족이 돼 동고동락하며 풍요로운 예술세계를 만든 1920~30년대 서울의 이야기를 전한다.

다할미디어는 근대기 시인과 화가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기획된 《시인과 화가》 출간 소식을 알렸다. 화가 나혜석과 시인 최승구를 비롯, 시인 이상과 화가 구본웅, 백석과 정현웅, 김용준과 김환기를 거쳐 이중섭과 구상 등 문단과 화단에서의 끈끈한 관계를 조명하는 글이 담겨있다. 저자인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오래전 『인간과 문학』 잡지에 연재했던 내용이다. ‘문학과 미술의 즐거운 만남’을 기대하고픈 마음을 담아 책으로 엮어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26세 청년 구보가 하루 동안 경성 곳곳을 배회하며 겪는 일을 묘사한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삽화는 박태원의 친구이자 그림도 잘 그렸던 시인 이상이 그렸다. 문인으로 잘 알려진 이상의 꿈은 사실 화가였다. 그가 그린 <1928년 자화상>은 1931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입상할 정도였다.

역설적이게도 1920~30년대 식민지 시절 조선의 문화예술은 오히려 더욱 찬란한 꽃을 피웠다. 젊은 지식•예술인들이 근대 문물의 수용과 함께 20세기 초반 서구의 사상•철학•문화 등을 빠르게 흡수하며 나라를 빼앗긴 울분과 설움, 절망을 예술로 승화시킨 것이다. 당시 내로라하는 수많은 문인과 화가가 예술적 교감을 나누고 이를 각자의 작품에 반영하면서 ‘경성의 르네상스’를 일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 《시인과 화가》는 어려운 시기에 삶과 우정을 나누며 시대의 풍경이 되었던 문인과 화가의 일화를 담아냈다. 책은 근대의 시인과 화가의 만남에서 나아가 박완서와 박수근, 김지하와 민중화가 오윤에 이르기까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관계의 맥을 짚어나간다.

마침 저자가 몸담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도 최근, 1910년부터 1945년까지 해당 시기에 문학과 미술의 상호관계를 살펴보는 전시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로 화제를 모으고 있기도 하다. 미술 애호가인 BTS 리더 RM이 좋아한 전시로도 주목받았다.

윤 저자는 “어두운 시대를 살았던 창작자들이 어떻게 시대를 끌어안고 예술세계를 풍요롭게 가꾸었는지 살펴보려 했다”라고 출간 취지를 밝혔다. 이어 그는 “문인과 화가의 만남이 현대사회에서는 과거 이야기로만 묻히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직업적 세분화도 중요하지만 예술계의 진정한 통섭과 융합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비평가다운 아쉬움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