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사진가 김근원이 남긴 삶의 기록…『산의 기억』 출간
산악사진가 김근원이 남긴 삶의 기록…『산의 기억』 출간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1.05.25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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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김근원의 산과 사람들
▲김근원, 김상훈(엮음) 지음|열화당|정가 43,000원
▲김근원, 김상훈(엮음) 지음|열화당|정가 43,000원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우리 산의 아름다움과 역사적 현장들을 기록한 산악사진가 김근원의 시점을 담은 책 『산의 기억』이 출간됐다.

예부터 자연을 신앙해 온 한국인들에게 산(山)은 특별한 존재였다. 국토의 칠 할이 산지인 한반도에서 사람들은 산에 기대어, 산과 교감하며 살았고 삶이 다한 뒤에는 그곳으로 되돌아갔다. 수천 년간 한국 산은 단순한 자연이라기보다 한민족의 가슴 속에 자리잡은 정신 그 자체였고, 역사와 문화가 깃든 ‘영혼의 집’이었다. 1950년대 중반, 근현대사의 비극이 국토를 휩쓸고 간 후 사람들은 주요 산하를 탐사하며 우리네 땅과 정신을 회생하기 위해 뜨겁게 움직였다.

이번에 출간된 『산의 기억』은 산악사진가 김근원(金槿原, 1922-2000)이 남긴 수많은 필름 중 한국 산악사 및 스키사의 주요 시기인 1950-1980년대 사진들을 엄선해 글과 함께 엮은 것으로, 옛 필름의 디지털 복원과 관련 인물들의 증언 기록이 되살려낸 역사다.

이 책은 네 명이 오붓하게 떠난 가벼운 산행에서부터 이백여 명의 인원이 참가한 훈련 등반까지 산악운동의 다양한 규모를 다루고 있는데, 산악인들의 모험심과 도전정신은 어디를 가든 돋보인다. 

1950-1960년대엔 그 시대적 특성상 등반을 위해서는 군(軍)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잦았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대원들은 군용기와 군함을 동원해 바다를 건넜고, 폭설이 세상을 뒤덮은 때에도 군 트럭을 이용해 막힌 길을 뚫고 나아갔다. 궂은 날씨에 산 중턱에서 발이 묶이기도 했고, 조난되었다는 오해를 받는 웃지 못할 순간들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히말라야를 꿈꾸며 현지에서 사용되는 극지법 방식의 등반 훈련도 해냈고, 에코클럽이 국내 최초로 설악산 토왕성폭포 빙벽의 하단 등반을 시도하면서 빙벽등반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항상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던 것은 아니다. 1969년 설악산 눈사태로 등반대원들이 세상을 뜬 십동지(十同志)의 조난사고는 한국 산악사의 가장 큰 비극으로, 김근원은 이희성 대장을 비롯한 이들과 인연이 깊었기에 비통한 마음이 더했다. 이 책에는 조난자 발굴의 현장부터 장례식과 묘비 제막식까지의 아픈 기록이 담겨 있다. 

김근원 자신은 늘 작품사진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는 “그냥 산이 좋아 산을 올랐고, 카메라를 들이댔지만 산다운 산을 표현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려보냈다”라고 자책한다. 

그러다 운명처럼 다시금 북한산에서 해답을 찾았다. 가냘픈 구름이 길게 띠를 이루며 백운대 정점에 걸려 있었고, 칠흑으로 짙게 깔린 봉우리들이 보였다. 뒤쪽의 북쪽 하늘은 마지막 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여기에서 그는 흑백사진의 명확한 콘트라스트, 즉 색감에 대해 새롭게 발견했다. 

아울러 산과 사람들의 사연뿐만 아니라 사진가로서의 고민과 기술적인 경험담 등 산악사진과 관련된 세밀한 기록들이 담겨 있다. 

글의 흐름은 연대순은 아니며 등반 기록의 계절과 주제에 따라 자연스럽게 배치했다. 책 끝에는 김근원 연보를 수록해 그의 생애와 함께 산악 활동의 흐름을 시간순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이 책의 저자인 김근원(金槿原, 1922-2000)은 경남 진주 출생의 산악사진가로, 소년 시절에 상경해 줄곧 서울에서 살았다. 1930년대 초 카메라를 갖게 되면서 처음 사진을 접했고, 1954년 북한산 등반, 1955년 지리산 등반을 계기로 사진 작업에 몰입, 1956년부터 한국산악회와 함께하면서 본격적인 산악사진을 시작했다. 이후 슈타인만클럽, 에코클럽 같은 산악모임, 이화여대 사대산악부 및 등산부 등반, 대한스키협회 개최 스키 대회, 한국산악회 주최 등행 대회, 산악훈련 등에 참가해 1950-1980년대 한국 산악사 및 스키 역사의 소중한 기록들을 남겼다. 그 결과물로 「울릉도·독도 보고전」(1956)을 비롯해 총 6회의 산악 관련 기록보고전을 주도했고, 개인전으로 「북한산」(1976) 외 총 16회의 사진전을 열었다. 일본 산악사진협회의 해외사진가상(1967)과 서울시장 표창 (1986) 등을 수상했으며, 사진집으로는 『한국의 산』(1987), 『명산』(1987), 『산, 그 숭고한 아름다움』(2005) 등이 있다.

정가 43,000원. 열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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