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철 개인전 《그리고, 은밀한 일상의 서사》…내면 서사가 담긴 자유로운 붓질
권기철 개인전 《그리고, 은밀한 일상의 서사》…내면 서사가 담긴 자유로운 붓질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06.09 1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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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갤러리, 오는 11일부터 19일까지
일상에서 시작된 은밀한 내면 서사의 기록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경쾌한 리듬을 담은 붓질로 화폭 위 선율을 전하는 작가 권기철의 개인전이 열린다. 본화랑에서 오는 11일부터 19일까지 개최되는 권기철 작가 개인전 《그리고, 은밀한 일상의 서사》는 작가가 추구하는 두 개의 세계관을 모두 전달하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권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붓글씨를 익히며 자연스럽게 한국화를 접해왔다. 작가의 작업은 어렸을 적 접한 붓글씨와 이어져 현재까지 한지와 먹을 작품 주요매체로 사용하는 수묵작업으로 나타났다. 그는 다양한 매체 실험을 통해 한지 고유 특성과 먹이 지닌 표현의 깊이를 탐구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리고, 은밀한 일상의 서사, 2021, 한지 위에 먹, 212 x 155 cm (사진=본 갤러리)
▲그리고, 은밀한 일상의 서사, 2021, 한지 위에 먹, 212 x 155 cm (사진=본 갤러리)

한지 위에 표현되는 그의 붓질은 ‘무아지경’에 이른 듯 가볍고 경쾌하게 이어진다. 먹과 한지의 삼투압 작용에 의한 발묵, 번짐, 튐, 흘러내림을 이용해 전통 매체의 조형적 특성을 현대적 감각으로 확장해나가는 것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작가 노트를 통해 ‘나의 행위와 나의 그림은 온전한 동의어가 된다’라고 말하는 권 작가의 표현법은 작가의 손길과 표현 재료가 물아일체가 되는 지점에서 출발한다.

권 작가는 클래식음악 애호가로도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이 시작된 음악적 영감을 닮아 붓의 표현은 리듬감 있게 가볍게 펼쳐지지만, 그 표현이 지니고 있는 에너지의 무게는 묵직하게 이어진다. 의식과 무의식, 작위와 무작위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신체와 정신이 몰입되는 순간 터져 나오는 팽팽한 에너지는 한지 위에 강렬한 자취를 드러낸다.

▲그리고, 은밀한 일상의 서사, 2021, 한지 위에 혼합재료, 91 x 53 cm(사진=본갤러리)
▲그리고, 은밀한 일상의 서사, 2021, 한지 위에 혼합재료, 91 x 53 cm(사진=본갤러리)

이번 전시에서 권 작가가 깊이 있게 담아낸 이야기는 ‘은밀한 내면’이다. 전시에는 그가 이전부터 펼쳐오던 먹을 소재로 한 작품과 함께 아크릴물감을 이용한 현대적 수묵작업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선 색채가 가미된 작품이 더욱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작년부터 권 작가는 일상의 순간에서 남들에게 잘 전하지 못한 얘기를 화폭 안에 담아 표출했다. 화폭을 일기장 삼아 흩뿌린 그의 행위적 붓질은 먹으로 표현하던 세계와 또 다른 결을 담아내고 있다. 그는 “먹으로 표현하는 세계는 내면과 외면이 충돌해 만들어 낸 몸부림으로 형상을 제거하고 남은 의식의 덩어리, 하나와 전체-전체와 하나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면, 색채로 표현한 세계는 일상의 발언에서 시작된 좀 더 내밀한 속내의 서사를 담아내고 있다”며 “화폭 위 붓질의 행위가 하나의 감정과 의식의 배설”이라고도 설명했다.

▲그리고, 은밀한 일상의 서사, 2021, 한지 위에 혼합재료, 91 x 53 cm(사진=본갤러리)
▲그리고, 은밀한 일상의 서사, 2021, 한지 위에 혼합재료, 91 x 53 cm(사진=본갤러리)

흔히 권 작가의 작품을 마주한 관람객은 그의 붓질에 담긴 에너지에 매료되곤 한다. 흩뿌려진 먹과 색의 향연은 자유로움과 생동감을 전달한다. 이러한 견해에 권 작가는 “작업을 하면서 작품을 마주할 관람객이 느낄 감각에 대해 예상을 해보긴 하지만, 나의 생각과 발현은 딱 예상까지 만이라고 생각한다”며 “작품을 보고 관람객이 느끼는 감각은 모두 관람객의 영역이고, 그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작품이 지니고 있는 무한한 상상의 장을 언급했다.

▲그리고, 은밀한 일상의 서사, 2021, 한지 위에 먹, 212 x 155 cm(사진=본갤러리)
▲그리고, 은밀한 일상의 서사, 2021, 한지 위에 먹, 212 x 155 cm(사진=본갤러리)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속되고 있는 거리두기는 우리의 일상 이곳저곳의 에너지를 많이 억누르고 있는 상황이다. 분출하지 못해, 이제는 그 흔적조차 희미해지고 있는 생의 에너지의 감각을 권 작가는 살며시 건드리고 있는 듯하다. 화폭에 담긴 그의 내면 메시지는 지쳐있는 대중들에게 활기와 생의 기력을 전달해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