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박물관, 열 두해의 시간을 기록한 《학창, 시절인연》展
대구교육박물관, 열 두해의 시간을 기록한 《학창, 시절인연》展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06.1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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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3주년 특별 전시, 오는 17일부터 10월 17일까지
일제강점기 평양 수학여행, 6‧25전란 시절 수업 사진 선보여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기자] 개인의 기억이 하나 둘 모여 완성된 그림은 시대의 기록이 된다. 대구교육박물관이 시민공모전으로 모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순간이 담긴 사진으로 각각의 시대만이 가지고 있는 감성과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대구교육박물관(관장 김정학)은 오는 17일부터 10월 17일까지 개관 3주년 특별전시회 <학창, 시절인연>을 개최한다. 전시는 시민공모전으로 기증된 옛 사진 및 대구교육박물관 소장사진, 관련 유물들로 구성됐다.

전시는 ‘배움의 창가’라는 뜻의 교실이나 학교를 이르는 학창(學窓)이라는 단어와 ‘때가 올 때, 일이 이루어지는 것’을 뜻하는 불가(佛家)의 말인 ‘시절인연’이 만들어내는 감각을 기반으로 구성됐다. 학창의 기억이 자랑스러워지고, 그 추억이 단단한 생각으로 맺혀지는 순간 가치를 발하는 점에서 착안해 개인의 기억이 시대의 기록이 되는 전시의 의미를 전한다.

▲1학년교실,1960년대(사진=대구교육박물관 제공)
▲1학년교실,1960년대(사진=대구교육박물관 제공)

학교(School)의 어원인 스콜레(Scholé)는 ‘여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학교’라는 공간은 언제나 즐거운 추억를 소환해내곤 한다. 추억은 유물 이상의 가치를 지닐 수 있어서, 당시의 사진 한 장 만으로도 시대를 관통하는 어떤 느낌을 전한다. 이번 전시는‘추억은 머물고 그 마음은 통했던’시절을 정면으로 마주할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전시장은 3가지 소주제로 나눠져 구성됐다. 다양한 사진과 유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데, 일반적인 사진 외에도, 경주 불국사, 첨성대, 분황사와 대구 달성공원, 계산성당 등에서 찍은 옛날 사진도 공개한다. 동시에 같은 장소를 찾아가 촬영해 온 현재의 풍경 사진을 같이 선보여‘격세지감’의 느낌을 전한다.

대구 근대사진연구소가 소장한 구왕삼, 박영달, 배상하 선생 등 대구와 경북의 근현대 사진가들의 걸작도 주제에 맞춰 선정, 전시한다.

▲응답하라 그시절, 1974년(사진=대구교육박물관 제공)
▲응답하라 그시절, 1974년(사진=대구교육박물관 제공)

당시의 생생한 학교 풍경도 전시할 예정이다. 지금은 옮겨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학교들의 옛 풍경을 영상으로 다시 만나게 하고, 특별한 음향장치를 통해, 귀에 쟁쟁한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 등 기념일 노래, 국민체조, 수업 종소리, 운동회 응원가, 등하교 행진곡 소리와 잊을 수 없는 교과서 속 동요들도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된다.

아주 특별한 순간의 기록도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일제강점기 평양수학여행 풍경과 한국전쟁 당시 신천변 감나무밭 노천교실부터 AFKN 스튜디오 방문 여고합창단 녹음장면 등 거대한 역사의 흔적이 스며있는 일상의 공간을 만나볼 수 있다. 현대 사회로 진입하면서 사라져가고 있는 풍경에 대한 기록도 있다. 소풍길, 운동회, 가정방문, 교실청소, 경로잔치, 웅변대회 등 살갑기 그지 없는 소담스러운 장면을 만나볼 수 있다.

학창 시절은 대부분의 우리가 경험한 공통의 순간일 것이다.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은 입학부터 졸업까지,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100여 종의 행사를 치르며 지내 온 열두 해 시간을 차분하게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사진과 유물로 다시 만나는 전시 <학창, 시절인연>은 관람객에게 ‘낯익은 천국,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하며 코로나19로 힘든 일상을 잠시 잊는 익숙한 여가의 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

▲내가 중앙선이다,1970(사진=대구교육박물관 제공)
▲내가 중앙선이다,1970(사진=대구교육박물관 제공)

전시를 기획한 김정학 대구교육박물관 관장은 “사진이란 것은 모일수록 객관적이었다. 작고, 빛바랜 사진들이 시간을 기록하고, 마침내 담담한 역사를 만드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그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관장은 “많은 분들이 사진으로나마 지역교육사 발굴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준 것은 획기적인 일”이라고 평가하며, “지역사회의 잊혀진 역사복원을 위해 사진을 비롯한 소중한 기록물 등의 발굴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대구교육박물관 기획전시 이상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