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38)
난전을 펴는 사람도 때로는 예술가가 된다.
장터에 나온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물건을 진열하는데 몇 시간씩 공을 들인다.
“이래 펼쳐놓으면 팔리고 안 팔리고는 순전히 하느님 맘인기라”
두 세 시간이나 공들여 사람마음을 끌도록 만들어 놓아도
개시도 못 할 때가 있다는 김씨의 말속에 삶의 애잔함이 들어있다.
시장이 자리 잡은 것은 불교가 융성했던 고려시대다.
21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그 맥을 유지하고 있는 까닭은
인간적인 교류가 정(情)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요즘 소매업의 종말시대에 이어 유통업체매장까지 문을 닫는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시골에 사람이 살아있는 한 오일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일장은 지역사회의 중심지로 농민들에겐 생활의 구심점이자 삶의 터전이다.
우리고유의 삶이 사라지고 지워진다면 우리민초들의 흔적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장(場)에 갈 때마다, 사진보다 새로운 질문에 당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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