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수의 무용평론]MODAFE 40년, LEGEND STAGE 에 선 7인의 전설들
[이근수의 무용평론]MODAFE 40년, LEGEND STAGE 에 선 7인의 전설들
  • 이근수 무용평론가, 경희대 명예교수
  • 승인 2021.06.1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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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수 무용평론가, 경희대 명예교수
▲이근수 무용평론가, 경희대 명예교수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는 무용단체들이 많다. 발레블랑, 가림다, 대구시립무용단 등이 기념공연을 가진데 이어 한국현대무용협회가 주최하는 국제현대무용제(MODAFE)도 40주년을 맞는다. 모다페 2021의 주제는 ‘All About Contemporary Dance, This Is MODAFE’다. 주제에 맞추어<대한민국 현대무용을 이끌어 온 전설의 안무가들>이란 부제 아래 Legend Stage(전설의 무대, 5.28, 달오름극장)를 꾸몄다. 연령순으로 열거해보면 육완순, 최청자, 이숙재, 박명숙, 박인숙, 양정수, 안신희 등 모두 7명의 대표작이다. 12분 씩 짜인 공연순서는 나이의 역순이다. 과거의 안무작들이 영상으로 뜨면서 각각 한 사람씩 평론가를 등장시켜 무용가와 작품세계를 설명하는 형식을 취했다.

가장 어린 전설로 무대에 등장한 안신희 작품은 ‘지열 3’이다. 김예림 평론가가 소개를 맡았다. 2014년 초연한 ‘지열(地熱)’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나는 살아있다. 나는 날고 싶지 않다, 고맙다” 오랜 투병생활 끝에 다시 무대에 설 수 있게 된 춤에 대한 간절함이 묻어난 무대가 관객들을 숙연하게 했다. 두 번째로 소개된 양정수의 작품은 ‘비(悲), 걸음 2021-그래서 살내음이 그립다’란 제목이다. 역시 김예림이 해설자로 나온다. 걸음은 무용가가 살아온 삶의 흔적이고 걸어온 길에 대한 성찰이다. 상처받고 아팠던 순간들을 비(悲)로 표현했다. 2014년 초연한 원작, ‘어떤 걸음입니까? 양정수의 비, 걸음 2014’의 2021년 판을 그녀의 딸인 장혜주와 임종경의 듀엣으로 보여준다. 

세 번 째 박인숙 작품은 ‘마리아 콤플렉스 III’다. 김채현이 해설을 맡았다. ‘마리아 콤플렉스 I’(1991)’과 ‘마리아 콤플렉스 II’(2005)에 이어 2015년 그녀가 은퇴작으로 공연한 시리즈의 완결판이다. 남성중심사회에서 관행으로 눈감아져온 문란한 성풍속도를 비판하면서 정욕의 부산물로 태어난 생명들이 무참히 살해되는 낙태문제를 정면으로 조준한 작품이다. 오염된 지구환경과 세속정치문제 등 사회적 이슈에 민감한 박인숙의 시각이 무용언어를 통해 적나라하게 표출된 사회성 짙은 작품이다. 박명숙의 작품은 ‘디아스포라의 노래’다. 심정민이 해설한다. 1999년 초연 이래 거듭 공연되면서 그녀의 대표작이 되어버린 ‘유랑(流浪)’의 압축판이다. 일제통치를 피해 조국을 등지고 연해주로 떠난 조선난민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하면서 겪는 고통과 극복의 과정을 소재로 삼았다. 아마도 ‘유랑’은 금세기 새롭게 화두로 떠오른 지구적 디아스포라(Diaspora) 문제의 원형일 것이다. 

다섯 번째로 등장한 이숙재의 작품은 ‘훈민정음 보물찾기’다. 김태원이 작품을 해설한다. ‘훈민정음 보물찾기’(2009)는 1991년 ‘홀소리 닿소리’로 시작해서 20년간 100회의 공연을 기록한 한글무용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다. 모두 50편에 달하는 한글시리즈는 무용가가 어떻게 나라를 사랑하고 문화를 사랑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 문화사적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여섯 번째 최청자의 작품은 ‘해변의 남자’다. 역시 김태원이 해설을 맡았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초청으로 초연된 작품이다. 사계(四季)를 다룬 작품 중 여름에 해당하면서 많은 공연회수를 기록한 대중적인 작품이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면서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육완순(88)의 작품은 ‘수퍼스타 예수 그리스도(Jesus Christ Superstar)’다. 김채현이 마지막 해설을 담당한다. 1973년 초연된 후 지금까지 330회의 공연기록을 쌓아오고 있는 국내 최장수 무용공연이다. 전설로 선정된 6명 중, 안신희, 박인숙, 박명숙이 작품의 주역으로 출연한 기록도 있고 보니 국내최초로 이화여대에 무용과를 세우고 수많은 현대무용가를 길러낸 육완순이야말로 전설 중의 전설일 것이다.        

<Legend Stage>기획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의문점이 있다. 첫째 육완순을 제외하고 레전드로 호칭되기에 그들은 젊고 40년 역사에 7명의 레전드는 너무 많다. 전설이란 이름을 붙여 <MODAFE MUSEUM>에 가두는 것이 예우라기보다는 오히려 잔인한 처사가 아닐까. 둘째로 레전드 선정에 관객의 자리가 없었다는 것이 아쉽다. 레전드는 어떻게 정해졌을가 하는 의문점이다. 미나유, 이정희, 김기인(故), 김화숙 등은 이들 여섯 명에 비견될 수 있는 무용가들이다. 레전드의 선정기준과절차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이 그들을 명예롭게 하는 당위적 조건일 것이다. 셋째로 영상으로 등장한 평론가들의 해설에 일관성이 없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약력소개에 그친 해설자, 공연작품 설명에 치중한 평론가, 무성의함이 드러나 보이는 평론가 등, 들쭉날쭉한 해설은 가장 미진한 부분이었다. 약력소개와 작품해설에 앞서 이들이 40년 한국 현대무용사에 어떤 기여를 했고 이들 작품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밝혀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