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nterview] 장수진 ㈜에임브로드 대표 "IT가 나의 예술, 나는 오늘도 상상하기 위해 출근한다"
[Special Interview] 장수진 ㈜에임브로드 대표 "IT가 나의 예술, 나는 오늘도 상상하기 위해 출근한다"
  • 이은영·이지완 기자
  • 승인 2021.06.1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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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축구팬들을 위한 축구데이터 플랫폼, 축구네비게이션 개발
가치가 없는 빅데이터는 쓰레기일 뿐…‘가치’와 ‘의미’를 항상 생각해
수작업으로 쌓아 올린 노력과 시간의 힘을 믿는다
디지털이란 아날로그 대치하는 것 아닌, 아주 직관적 설명할 수 있는 것
전체 통찰하고 통섭해서 데이터로 무장... 새로운 세상을 열 준비가 돼 있어
오는 28일 축구네비게이션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 정보통신전시 참가 시작, 전세계 축구팬 사로잡을 예정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이지완 기자]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고 훈민정음을 반포했을 때, 당시 권력 계층이었던 양반가들은 한글을 ‘언문’이라 부르며 낮추어 말하곤 했다. 세종대왕은 백성들이 말과 글이 달라 어려움을 겪기에 ‘한글’을 창제한 것이지만, 도리어 권력 계층은 평민과 아녀자들이 ‘언어’를 갖게 되는 것이 두려워했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은 양반만의 특권이었고 많은 백성이 언어를 갖게 되면 필연적으로 자신들의 권력이 약해질 것을 알았다.

과거에서는 언어와 정보를 쟁취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 세상은 조금 다르다. 정보 부족을 걱정할 때가 아닌 도리어 정보 과잉을 걱정할 때다. 그런데 정보가 차고 넘치는 이 시대에 대중들은 또다시 언어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빅데이터 시대에 돌입했는데, 이 데이터를 사용하고 데이터를 이용한 유용한 정보를 얻는 사람은 또 일부의 기득권층인 것 같다. 과거와 또 똑같은 흐름이 반복될 것 같은 이 흐름의 줄기를 바꾸는 사람이 나타났다. 한 명의 거대한 상상을 스무 명이 동일하게 상상하게 하고 천 명, 만 명에게까지 상상과 그 사고체계 공유하고 싶다는 ㈜에임브로드 장수진 대표다.

▲장수진 (주)에임브로드 대표가 인터뷰에 답하고 있다 ⓒ김재성 작가
▲장수진 (주)에임브로드 대표가 인터뷰에 답하고 있다 ⓒ김재성 작가

에임브로드는 축구빅데이터 및 분석 인공지능을 최초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올해에는 실시간으로 축구 경기 전술을 분석하는 플랫폼 ‘축구 네비게이션’을 선보였다. 그는 IT업계 1세대 종사자로 이미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 인터넷 시장의 시작 등 여러 번의 격변을 겪으며 시대를 살아왔다. 장 대표는 또 한 번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자 한다. ‘축구 네비게이션’을 통해 세계를 흔든다는 목표다.

서울문화투데이는 장 대표가 바라보고 있는 다음 시대를 향한 시선을 알아보고자 한다. 현 정부 주요핵심 정책인 4차산업혁명과 한국형뉴딜로 예술계에도 코로나 이후 더욱 적극적으로 ‘Art&Tech(예술과 기술 융합)’에 관심을 쏟고 있다. 자신의 전문 분야만 파고드는 시대가 아닌 다양한 분야를 바라보고, 통찰하고 통섭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한 때다. 장 대표는 빅데이터의 시선은 조안(鳥眼)과도 같다고 말한다. 아주 높은 곳까지 날아올라 넓은 영역을 조망하고, 목표물이 생겼을 때 쏜살같이 파고들어 쟁취하는 패턴이 데이터가 가진 힘이라고 얘기한다. 예술가의 눈은 이미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이다.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각자 전문 영역을 뛰어넘는 대화의 물꼬를 열어봤다.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에는 빅데이터나 인공지능이라는 용어조차 없던 시대였을 것 같다. IT업계에 종사했지만, 두산그룹에 입사해 대기업 사원으로 근무한 경험도 있다. 빅데이터 산업에 발을 들이게 된 시간을 듣고 싶다.

IT산업에 발을 들인지는 오래됐다. IT산업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83년도부터 프로그래밍을 했고, 89년에는 두산그룹 입사해서 계열사 통합하는 일로 데이터를 알게 됐다. 올해로 사업을 시작한 지 만 25년이 됐다. 지금까지 해온 사업 아이템은 39개다. 우리가 평범하게 사용하고 있는 한글 PDF인 ‘한Q’를 내가 만들었다. 인터넷 시장이 오면 이메일 엔진과 PDF가 전 세계에 퍼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2년 간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해서 Adobe PDF 컨버전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영문 Acrobat이 200개밖에 안 팔리던 때에 6만 개를 판매하는 말도 안 되는 성과를 이뤘다. 그러니까 어도비 본사에서 깜짝 놀랐고, 그때 나는 어도비 총판권을 받게 된다. 대기업들에겐 엄청난 비즈니스의 영역이었는데, 나한테 뺏긴 것이다. 결국 3년 뒤에 그 총판권을 대기업에게 뺏기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됐다. 그때 깨달음이 있었다. ‘응용기술이 아닌 본질적인 기술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할까? 스스로에게 물었고 그 답은 ‘데이터 기반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일찍이 눈을 뜬 것이었다. 그래서 2005년에서 2006년까지는 데이터 방법론을 개발하게 됐고, 이후 15년간 계속 데이터 일을 해오고 있다.

▲장수진 (주)에임브로드 대표 ⓒ김재성 작가

2005년에 벌써 데이터의 가치를 인지했다니 놀랍다. 그런데 수많은 데이터 중 왜 굳이 ‘축구’를 택했는지 궁금하다.

사실 내게 큰 비밀이 있는데, 나는 축구를 안 좋아한다. 다들 이 얘기를 들으면 놀라워한다.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축구 빅데이터를 연구하느냐고 한다. 나는 데이터 연구를 하면서 다양한 컨설팅을 맡아왔는데, CEO컨설팅도 맡아왔고, 축구 데이터를 개발해 강원FC나 제주FC 등 프로구단 컨설팅도 했다. 그때 컨설팅을 하면서 감독과 계속 부딪혔다. 항상 듣는 얘기가 “대표님 축구 해보셨어요? 안 해보셨으면 말을 마세요”였다. 데이터를 팀 운영을 감독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축구도 안 해본 사람이 무슨 데이터 운운하냐며 싸움 나기 일쑤였다. 자신의 적성과 내가 보이는 것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디지털을 싫어한다. 그때 이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느꼈다.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수용하고 움직이는 사람이 새롭게 필요하다고 느꼈다.

나는 91년도 컴퓨터 음악을 시도한 일화가 있다. 고등학교 때 보컬을 했을 정도로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고 작곡도 오래 했다. 그래서 윈도우 나오기 전, MS-DOS 시대에 컴퓨터로 음악을 40개나 만들어서 음악회사, 광고회사 40곳을 찾아다녔다. 그런데 업계 관계자들이 하나 같이 하는 말이 있었다. “컴퓨터 음악은 음악이 아닙니다. 정박자로 나오는 것은 사람이 하는 음악이 아닙니다”라는 얘기였다. 사람의 한 박자는 정확하지 않다. 짧았다가 늦었다 하는데, 컴퓨터 음악은 정박으로 다 만들어서 하니까 음악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너무 화가 나서 이후에는 실제 피아노 연주와 컴퓨터 음악, 그렇게 2개를 녹음해서 들고 다녔다. 전문가들에게 한번 평가해보라고 했는데, 구분을 못하더라. 그런데 그 사람들은 끝까지 “아무튼 안돼요” 그 말뿐이었다. 그때 포기했다. 전문가를 설득하는 것은 너무 어려웠다.

그런데, 93년도에 서태지의 ‘난 알아요’가 나왔다. 서태지가 나오고 1년. 이 음악 시장이 컴퓨터 음악산업으로 바뀌는 데 1년이 안 걸렸다. 내가 몇 년 동안 설득하고 다닐 때는 안 된다고 하던 게, 대중이 움직이니까 기관과 모든 플랫폼이 다 바뀌었다. ‘B2C(Business to Consumer/기업과 소비자 간 전자 거래)’에서 소비자가 바뀌면 세상이 바뀌는구나’라는 큰 경험을 했다.

축구 시장은 1년에 1000조 원이 오가는 거대한 시장이다. 월드컵은 35억 명이 본다고 한다. 이미 완성된 시장이다. 그런데 이 시장은 100년이라는 시간을 아날로그로만 달려온, 기술이 가장 낙후된 시장 중 하나다. 그리고 세계에 수많은 축구 팬들이 있는데, 그들을 위한 데이터는 단 한 가지도 없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이 시장에 들어가면 세계 1등을 할 수 있겠구나’라고 느꼈다.

전 세계에 축구 분석회사가 1000개가 있는데 그들은 그 분석을 전 세계 모든 팬들에게 공유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축구는 잘 알지만, IT를 몰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IT 산업 사람들은 축구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나는 축구도 알고 IT는 전문가였다. 전체를 통찰하고 통섭해서 데이터로 무장을 했다. 새로운 세상을 열 준비가 돼 있는 상태였다.

"풋볼루션: 축구(Football)+혁명(Revolution), 데이터 축구 혁명 꿈꾼다"

장 대표에게 최적화된 블루오션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자신감을 가지고 개발한 ‘축구 네비게이션’은 어떤 플랫폼인가?

축구팬을 위한 ‘디지털 놀이터’라고 볼 수 있다. 축구 해설가들의 이야기는 알아들을 수 없다. 다 선수에 관한 이야기이고, 팀과 그 팀의 전략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전 세계 축구팬을 위한 그들이 궁금해 하는 데이터를 만들고 공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데이터로 기술과 전략을 분석하는 과정을 만들어서 경기마다 왜 이겼는지, 왜 졌는지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했다. 한 경기가 끝나면 5분 단위로 누가 잘했는지 그래픽과 숫자로 플랫폼에 표시된다. 공격 속도, 전술 등이 실시간으로 나온다. 골이 들어갔을 때 누구를 통해서 들어갔는지, 거리까지 나온다. 지구 반대편까지 정보가 전송되는 게 1초가 걸리지 않는다.

‘축구 네비게이션’이라고 작명을 한 이유가 있다. 10년 전 네비게이션이 나왔을 때 모든 사람들은 “운전하기 바쁜데 누가 네비게이션을 보냐”며 의구심을 표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누구나 네비게이션을 본다. 디지털이란 아날로그를 대치하는 것이 아니다. 아날로그를 아주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힐끗힐끗 보지만 전체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에임브로드가 개발한 축구네비게이션(Football Navigation) 영상 캡처
▲에임브로드가 개발한 축구네비게이션(Football Navigation) 소개 영상 캡처

축구네비게이션, 인공지능을 개발한다고 했을 때도 나도 똑같은 얘기를 들었다. 축구는 경기 보는 것이 바쁘고, 경기장 가서 즐기는 게 재밌는데, 누가 디지털로 축구를 보냐고 물었다. 그런데 그건 이 세상의 변화를 잘 모르는 것이다. MZ세대라는 친구들은 축구 경기 90분을 다 보지 않고 하이라이트만 보는 세대다. 더군다나,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있는 한 두 가지 경기만 보지, EPL에 있는 20개 팀을 다 보지 않는다. 보는 습관과 방법이 달라진 것이다.

이제 앞으로 ‘축구 네비게이션’을 켜놓고 축구를 보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그러면 옆에 그냥 TV로 축구를 보던 사람이 물어볼 것이다. 너 뭐 보냐? 그럼 네비게이션을 쥐고 있는 사람은 ‘얘가 다 알려주는데?’라고 대답할 것이다. 경기 전략을 요약해주고 경기력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해설가의 말이 없어도 모든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경기를 풍부한 데이터 속에서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축구네비게이션’을 준비하면서 나는 ‘풋볼루션’이란 말을 썼다. 축구(Football)와 혁명(Revolution)을 합친 합성어이다. 혁명은 위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시민혁명과 같이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힘이 움직이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축구혁명이라는 것은 일반인에게서 시작한 움직임이 축구의 모든 산업을 뒤엎을 것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데이터 축구의 혁명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빅데이터=가치, 상식적으로 타당한 가치가 세계를 설득"

빅데이터에 대한 내공과 자신감이 느껴진다. ‘풋볼루션’이란 새로운 용어를 언급하셨는데, 이전에 ‘사람이 빅데이터다’라는 시리즈물을 출판하면서 새로운 인식의 장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 생각은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듣고 싶다.

혹시 빅데이터의 반대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빅데이터의 반대말은 쓰레기다. 데이터의 가치를 찾지 못하고 그냥 내 하드웨어에 쌓아두기만 하면 디스크 용량을 잡아먹는 쓰레기다. 그러면 쓰레기의 반대말을 무엇일까? 나는 쓰레기의 반대말은 ‘가치’라고 생각한다. 빅데이터는 가치가 없으면 쓰레기다. 결국 빅데이터=가치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사람도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다고 모두가 사람은 아니다. 하는 행동이 짐승과 같으면 짐승이라고 한다. 세상 모든 것에는 피지컬(physical/신체의 능력)의 영역과 로지컬(Logical/논리)의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 피지컬은 사람이지만 로지컬이 쓰레기면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어도 쓰레기라 하고 악마라 한다. 결국 사람의 반대말도 쓰레기다. 그래서 ‘사람이 빅데이터’다 라는 생각을 시작했다.

‘축구 네비게이션’ 개발에서도 피지컬과 로지컬에 대한 고민을 했다. 세상에는 가치 있는 문화 콘텐츠가 많지만, 그것의 쓰임새가 없으면 쓰레기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의미가 있다고 해도, 가치나 의미는 상식적으로 보편타당해야지만 세계를 설득할 수 있다. 우리가 만든 이 논리를 몇몇 사람만 쓴다면 그건 쓰레기다. 우리는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 대상으로도 축구를 재밌게 하는 플랫폼을 만들었고, 축구 감독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통해서 더 많은 의사결정을 거쳐 재밌게 놀 수 있는 장을 기획했다. 그것이 가치의 발현이라고 생각했다.

▲장수진 (주)에임브로드 대표가 자신의 저서인 ‘4차 산업혁명과 축구 빅데이터’로 빅데이터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김재성 작가

"내 IT 산업 아이디어 모두 음악 기반, 과언 아냐"

‘빅데이터의 반대말은 쓰레기다’라는 말이 정말 새롭다. 장 대표는 기존 산업이나 세계의 흐름에 안주하지 않는 것 같다. 정말 근본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의 발상을 어디서부터 시작하는 지 궁금하다.

나는 예술을 참 좋아한다. 사실 나의 IT 산업에 대한 아이디어는 모두 음악에 기반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술을 좋아하는 것은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를 자퇴하고, IT를 배우라고 얘기한다. 실제로 내 큰 아들은 고등학생인데 학교를 자퇴하고 우리 회사에 출근하고 있다. 둘째 아들은 중학생인데, 아직 고민하고 있다. 본인은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에 들어가겠다고 하는데, 너는 왜 스스로 바보가 되려하느냐고 물었다. 공식을 사용해서 답을 맞추는 사람이 되지 말았으면 했다. 공식을 창조하는 사람이 되길 바랐다.

옛날 예술인들이 그림도 그리고 공학도 하고 했던 것이 상상력이 일반인답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예술은 과학의 영역과 다르지 않다. 이게 숫자로 표현되느냐 아니냐 그 차이라고 생각한다. 살아보면, 우리는 수학 공식처럼 살 수 없다. 삶은 예술이다.

그리고, 예술은 ‘핸즈온’ 손으로 직접 하는 영역이다. 나는 그것이 나의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수천 번 쓰면, 맥락을 보고 글이 뭔지 안다. 쓰지 않고 책을 100권 읽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수작업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시간을 쌓아야 한다. 그것이 모든 것의 경지에 올라가는 시작점이라고 본다.

‘축구 네비게이션’ 개발을 시작할 때 축구 분석을 종이에 손으로 했다. 종이에 경기의 모든 패스 과정을 번호를 매겨 기록했다. 한 경기 당 800번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경기가 모두 끝나면 다시 경기를 돌려보면서 번호마다 선수의 이름과 동작, 패스인지 슈팅인지 크로스인지를 모두 손으로 적었다. 한 경기를 끝내면 A4의 표가 10장정도 되는데 그것을 다시 엑셀시트에 타이핑했다. 그리고 엑셀 프로그램으로 분석했다. 한 경기를 분석하려면 6시간~8시간이 걸리고, 일주일에 10경기를 분석하는 노가다 중에 상 노가다였다. 직원들이 너무 힘들다고 많이 그만뒀다. 그 과정을 1년 했다. 1년치 데이터가 나오면 1년 치씩 또 모아서 그걸 또 분석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축구 빅데이터를 만들었고, 이런 구조를 개발했다. AI와 빅데이터가 기술이라고 하지만 거짓말이다. 내 경험으로는. 각고의 자기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서 파헤치려는 의지가 없다면 그 경지에는 갈 수 없다고 본다.

▲장수진 (주)에임브로드 대표ⓒ김재성 작가

"답 맞추기 보다, 공식 창조하는 사람이 돼야"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지 듣고 싶다.

문화 경제는 규모의 경제라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규모에 도달했을 때부터 수익이 나고 이익이 발생한다. 지금 에임브로드가 8년이라는 시간을 거쳐서 그 규모에 도달했다. 우리 회사는 앞으로 이 ‘축구 내비게이션’을 가지고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오는 28일부터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정보통신전시회에 참가한다. 시각장애인과 일반축구팬들이 함께 축구 중계를 볼 수 있는 디지털 혁신을 선보일 것이다. 그리고 10월에 독일, 내년 1월에 라스베가스, 3월에는 영국 쇼를 나갈 계획이다. 6개월간 해외 4군데를 돌 예정이다. 이제 우리는 내년에 미국으로 본사를 옮기고, 4년 뒤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두고 있다. 시작은 한국에서 시작했지만, 글로벌 회사가 되는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2025년에 나는 은퇴를 계획하고 있다.

2025년이면 한참 승승장구 할 때 같은데, 서둘러 은퇴를 계획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은퇴 이후 나는 데이터 인재교육을 하고자 한다. 예전에 2014년부터 3년간 창의인재교육을 맡아왔는데, 당시 내가 중요하게 언급한 것은 통찰이었다. 통찰이 무엇인가? 사람은 네 가지 형태가 있다. 보고도 모르는 사람, 본 것만 보는 사람, 보지 않았으니 당연히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 안 봤는데 보이는 사람이 있다. 인재의 영역은 안 보고도 보는 사람인데, 이 사람은 훈련으로 완성되는 영역이라고 본다. 단순한 상상력으로는 도달할 수 없다. 실패의 쓰라린 경험과 돈과 시간을 들인 내공이 있어야 얻을 수 있다.

"기업가로서 디지털 산업의 판 만들고파. 한국인의 상상력을 전 세계에 공유, 더 큰 세계를 경험하게 할 것"

장 대표의 미래 비전은 무엇인가?

나는 기업과 회사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기업은 일어날 기(起)에 일 업(業)을 쓴다. 기업가는 산업을 일으키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기업가로서 디지털 산업의 판을 만들고자 한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의 대해서 고민한다. 통찰은 골 동(洞) 살필 찰(察)을 쓴다. 보이는 곳을 살피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곳을 살펴야 하는 것을 뜻한다. 진정한 배려와 가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산업의 판을 만들고, 그곳을 이끌어 갈 인재를 키우고 내가 가진 상상력을 나누는 것이 나의 목표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기술의 융합이나 변조는 잘 해왔지만, 애초부터 기반을 닦아 판을 만드는 것에는 어려움 겪고 있었다. 나는 항상 내가 처음부터 만드는 것에 도전해왔다. 우리나라기업이 세계 축구 빅데이터 시장을 흔들 수 있게 할 것이다. 한국인이 가진 상상력을 공유하고, 정말 많은 이들이 더 큰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나의 다음 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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