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선의 포토 에세이 82] 성북동 길상사(吉祥寺)
[천호선의 포토 에세이 82] 성북동 길상사(吉祥寺)
  • 천호선 전 쌈지길 대표
  • 승인 2021.06.1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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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말 조카의 49재 제사 참석을 위하여 길상사를 찾아갔다. 마침 연산홍과 하얀 연등이 어울려서 환상적인 모습을 만들고 있었다. 또한 불교의 49재 행사가 돌아가신 분의 재탄생을 기원하면서도 보내는 분들에게도 큰 위로가 됨을 느낄수 있었다.

▲길상사 전경 (사진=천호선 제공)
▲길상사 전경 (사진=천호선 제공)

길상사는 요정 대원각(大苑閣)을 운영하던 김영한여사가 법정스님의 저서 ‘무소유’를 읽고 크게 감명을 받아 법정스님을 찾아가 대원각을 사찰로 만들어 달라고 간청하였으며, 법정스님이 이를 사양하자 10년간을 계속 애원함으로써 1997년에 세워졌는데, 7,000여평의 대지와 40여개의 건물로서 시가 1,000억원이 넘었다 한다.

▲길상사 전경 (사진=천호선 제공)

당시 법정스님이 주관하시던 ‘맑고 향기롭게’ 살자는 시민운동의 모임장소가 없어 김여사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설도 있다. 길상사의 팔각정 범종각은 원래 기녀들이 옷 갈아입던 장소였는데 김여사가 법정스님에게 범종이 울리는 곳으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여 만들어졌다 한다.

▲길상사 전경 (사진=천호선 제공)

김영한여사는 어린 시절 3년간 가무를 배웠고, 기생이 되어서는 수필 기고 등 ‘문학기생’으로 이름을 날렸으며, 잠시 일본 유학도 하였으나, 오랫동안 함흥에서 기녀생활을 하면서 시인 백석(白石)과 인연을 맺게 된다. 6.25전쟁이 끝난 직후에는 유력 정치인의 애첩이 되어 대원각을 소유 운영하게 되었으나, 김영한은 백석과의 만남을 그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시하였다. 주변에서 대원각의 시주를 의아해하자 김영한은 ‘그깟 1,000억원, 백석의 시 한 줄만도 못하다‘고 말하였다 한다.

▲길상사 전경 (사진=천호선 제공)

김영한 공덕비에는 백석의 작품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라는 시가 새겨져 있는데, 김영한은 ‘나타샤’를 본인으로 확신하고 있으며, 그의 수필집 ‘나의 사랑 백석’에서도 이 시를 소개하고 있다. 또한 이 시는 후일 뮤지컬로 만들어 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