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프리뷰] 서울공예박물관, 공예작가와 함께 꾸민 새로운 공간 공개
[현장프리뷰] 서울공예박물관, 공예작가와 함께 꾸민 새로운 공간 공개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06.1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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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Objects9》, 안내데스크ㆍ휴게공간을 공예품으로
다음달 15일 서울공예박물관 개관식 예정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서울공예박물관(관장 김정화)이 개관에 앞서 박물관 주요 기물들을 공예작품으로 채운 프로젝트 《Objects9》을 선보였다. 종로구 율곡로 3길 4에 자리하게 된 서울 공예박물관은 다음달 15일 개관식을 열고 16일부터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공예작품 설치 프로젝트 《Objects9》 박물관 내·외부 공간을 공예가의 작품으로 함께 조성한 작업이다. 참여 작가는 9명으로 강석영(도자), 김익영(도자), 김헌철(유리), 박원민(레진), 이강효(도자), 이재순(돌), 이헌정(도자), 최병훈(돌·나무), 한창균(대나무)이다. 2019년 공예작품 설치 지명공모로 선정된 작가들이다.

▲간담회 현장 (우측부터) 김정화 서울공예박물관 관장, 강석영 작가, 최병훈 작가, 이재순 작가, 김익영 작가(사진=서울문화투데이)
▲간담회 현장 (우측부터) 김정화 서울공예박물관 관장, 강석영 작가, 최병훈 작가, 이재순 작가, 김익영 작가(사진=서울문화투데이)

16일에는 프로젝트의 작품을 선보이는 언론설명회를 가졌다. 설명회에는 김정화 서울공예박물관 관장과 외국에 체류하느라 참석하지 못한 박원민 작가 이외에 8명의 작가가 모두 참석했다.

서울공예박물관 주요 가구들을 공예품으로

공예품은 직접 사용할 수 있을 때 그 가치가 배가된다. 박물관은 관람객이 들어서자마자 마주하는 안내데스크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의자 등을 공예 작품으로 선보였다. 설명회자리에서는 앞으로 작품을 전시하는 전시 케이스나 각종 자잘한 가구도 공예품으로 조성할 것이냐는 질문과 작가들의 작품을 사용하는 기물로 선보인 것에 대해 작품 파손이나 도난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나왔다.

김정화 서울공예박물관 관장은 “마음 같아서는 박물관의 문고리도 공예품으로 달고 싶을 정도로 많은 의욕이 있다”라며 “공공건물을 만들 때 마음처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앞으로 계속 공예품을 실용적으로 선보이고자 하는 지향점은 갖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강효, 휴식, 사유, 소통의 분청의자 세트 (사진=서울공예박물관)
▲이강효, 휴식, 사유, 소통의 분청의자 세트 (사진=서울공예박물관)

공예품 파손에 대한 우려에 있어서는 농담 섞인 답변을 전했다. 김 관장은 “야외에 배치된 이강효 작가의 작품은 보기에는 굉장히 아름답고 부드러워 보이지만 스툴하나에 450kg으로 장정 네 사람이 옮겨야 하기에, 도난이 일어난다면 ‘그 분께 공예품을 사랑하는 넘치는 애정에 상을 드리겠다’는 농담도 하고 다닌다”라며 “파손이나 관람객 사용에 대한 이야기는 작가님들이랑 충분히 상의를 나눴고, 현재 박물관에 있는 의자나 리셉션 작품들은 망치로 두드려도 부서지지 않을 견고성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공예박물관은 경복궁 옆 자리의 예전 풍문여고 부지에 건립돼, 풍문여고의 건물을 리모델링해 박물관을 꾸몄다. 김 관장은 박물관에 리셉션 데스크가 많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공간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설명했다. 학교라는 공간 특성상, 중앙 출입구 없이 건물이 모두 개방된 형태를 띠고 있기에 박물관에는 4개의 출입구가 있고, 총 3개의 리셉션이 있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관람객이 서울공예박물관을 처음 마주하는 곳이 출입문 안내데스크라고 생각했다”라며 “박물관이 갖고 있는 이미지를 중요한 공간에 배치해 관람객이 보다 깊이 공예품의 정취를 느끼길 바랐다”라는 의도를 설명했다. 이어, 특정한 출입문이 없는 공간이기 때문에 박물관을 찾았을 때 어떤 공간 안으로 들어왔다기보다 삼청동 골목길 사이사이를 오가는 느낌으로 공간을 향유하길 바란다는 바람도 전했다.

▲이헌정, 섬(사진=서울공예박물관)
▲아트리움 안내데스크로 사용되는 이헌정, 섬(사진=서울공예박물관)

박물관 이미지-작가 특성 어우러진 Objects9

서울공예박물관은 사전가 직물관, 아트리움, 본관, 교육관, 동관, 관리동으로 구성돼있다. 9명 작가의 작품은 박물관 곳곳에 나눠서 배치돼 있다. 사전가 직물관 외벽에는 강석영의 작품이, 내부에는 한창균의 <Hive&Remains>, 아트리움에는 이헌정의 <섬>과 김헌철의 <시간의 흐름>이 배치 돼있다.

본관 앞마당에는 이강효의 <휴식, 사유, 소통의 분청 의자 세트>가 로비에는 최병훈의 <태초의 잔상 2020>이 있다. 은행나무 동산에는 이재순의 <화합1, 화합2>가 있으며 교육관 로비에는 박원민의 <희미한 연작>이, 동관 필로티에는 김익영의 <오각의 합주>가 배치됐다.

▲김헌철, 시간의 흐름(사진=서울공예박물관)
▲김헌철, 시간의 흐름(사진=서울공예박물관)

간담회는 아트리움 공간에 이뤄졌다. 아트리움 천장에는 김헌철 <시간의 흐름>이 설치돼 있다. 420m 철제 프레임에 164개의 모두 다른 형태의 모래시계 피스를 달았다. 흰색과 빨간색으로 구성된 모래시계의 형태는 공예박물관 개관에 대한 김 작가의 축하 의미가 담겨있다.

김 작가는 “공예는 정말 다양한 가치가 있는데 대중에게 그 의미가 잘 전달되지 않는 상황이 계속 지속돼왔다”라며 “공예박물관의 개관은 대중에게 공예의 가치를 잘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 같다”라는 기대의 말을 전했다. 김 작가가 제작한 모래시계 형태는 공예의 가치가 공예만의 넓은 세상에서 작은 통로를 거쳐 대중의 세계로 넘어가는 흐름을 담아내고 있다.

▲작품 설명을 하는 한창균 작가와 그의 작품 'Hive&Remains'(사진=서울문화투데이)
▲작품 설명을 하는 한창균 작가와 그의 작품 'Hive&Remains'(사진=서울문화투데이)

사전가 직물관 내부에 조성된 한창균 작가의 <Hive&Remains>는 대나무, 자작나무, 라탄을 엮어서 만든 벤치와 스툴 세트다. 모두 다른 짜임으로 스툴을 제작해, 작가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다. 라탄과 대나무를 섞어서 만든 벤치이기에 실제 앉았을 때에 푹신함도 느낄 수 있다.

한 작가는 자신이 만든 스툴에 앉아 관람객들이 외롭게 사유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버려진 나무의 쓸쓸한 느낌을 생각하며 작품을 만들었는데, 항상 문명은 영원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해왔다”라며 “유적지에 남겨진 유물과 같이, 우리는 때가 되면 소멸될 수 있음을 생각할 시간이 내 작품을 통해 조성됐으면 했다”라고 작품에 담은 작가의 뜻을 전했다.

박물관 은행나무 동산에는 400년 된 은행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바뀌는 계절마다 아름다운 풍광을 만드는 은행나무 주위에는 이재순 작가의 <화합1, 화합2> 의자 9점이 배치됐다. 작품에는 전국 각 지에서 채취한 자연석이 사용됐다. 고흥석, 영주석, 원주석, 보령석, 문경석, 경주석, 마천석, 황등석, 제주석 등이다. 앉을 수 있는 부분은 매끄럽게 가공돼 있고, 평평한 부분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부분은 태초의 돌이 시작됐을 때의 느낌인 거칠거칠한 재질을 그대로 살렸다.

이 작가는 공예박물관 내 자신의 작품이 관람객들에게 휴게 공간 뿐 아니라 교육 자료로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을 생각해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잘려있는 돌의 단면은 사과를 반으로 쪼갠 모습이기도 하고, 달팽이 문양도 가지고 있다.

의자 작품 중 하나에는 서울의 돌이 사용된 작은 연꽃봉오리가 올라가 있다. 이는 거친 표면과 매끈매끈한 표면으로 태극 문양을 만들고 있는데, 관람객들이 가공을 통해 볼 수 있는 돌의 원래 모습과 가공 전의 느낌을 모두 느껴보길 바란다는 작가의 의도가 담긴 작품이다.

전국 각지의 돌을 사용해 작업을 한 이 작가는 “서울에는 전국 각지에 고향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 올라와서 살고 있는 도시”라며 “서울공예박물관을 찾아와서 자신의 고향 돌을 발견하고 푸근하고 안온한 감정을 느끼길 바랐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400년 된 은행나무와 전국 각지 돌로 만든 이재석 작가 '화합1, 화합2' (사진=서울문화투데이)
▲400년 된 은행나무와 전국 각지 돌로 만든 이재석 작가 '화합1, 화합2'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원시림 조성된 송현동 부지 바라볼 수 있는 옥상 정원

은행나무 동산 옆에는 교육동이 자리해 있다. 이 교육동 옥상에는 김익영 <오각의 합주>가 배치됐다. 이 작품은 물레 성형(jiggering)으로 만든 백자에 오방색 유약을 입혀 제작됐다. 김 작가는 이번에 사용한 안료가 가지고 있는 자유로움이 아름다운 오방색을 표현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번에 사용한 독일제 안료는 파랑과 빨강이 섞이면 정확한 보라색이 나오고, 또 그것이 흙과 섞이면서 깊이 있는 색감으로 안정감을 만들어냈다.

김 작가는 “백자는 빛도 견디고, 바람, 비 모두 견딜 수 있는 소재이기에 야외 의자로써 장점이 있다”라며 “이 옥상 공간은 수목이 우거진 풍경 속에 있어서 내 작품이 자연과 사람을 어우러지게 해 대화를 창출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사용되길 바랐다”라고 설명했다.

▲'오각의 합주'에 앉아 작품을 설명하는 김익영 작가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오각의 합주'에 앉아 작품을 설명하는 김익영 작가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서울공예박물관 옥상에선 인왕산과 북악산의 산맥이 모두 보인다. 그리고 공예박물관 옆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예전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가 자리하고 있다. 경복궁 동쪽에 위치한 이 자리는 일본과 미국이 차례로 소유권을 보유했다가 1997년 대한항공이 한옥호텔 조성 목적으로 인수했다. 이후 사업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지 않다가 대한항공이 민간에 매각하려했지만, 서울시가 이를 공원부지로 지정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시는 부지 매각 자금이 없고, 대한항공은 사업을 추진할 수 없게 돼 24년 가까이 해당 부지는 금단의 땅이었다.

현재는 지난 4월 서울시가 매입해서, 역사 박물관ㆍ공원ㆍ故이건희 미술관 등의 부지로 논의되고 있다. 김 관장은 “논란 속의 부지였던 이 공간이 24년 간 닫혀있으면서, 인간이 만들 수 없는 원시림의 땅이 됐다”라며 “좋은 공간으로 완성되는 것도 좋을테지만, 이대로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다”라는 견해를 드러냈다.

▲서울공예박물관 교육동 옥상에서 바라본 송현동 부지, 원시림이 우거져 있다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서울공예박물관 교육동 옥상에서 바라본 송현동 부지, 원시림이 우거져 있다 (사진=서울문화투데이)

마지막으로 소개한 작품은 본관 안내데스크인 최병훈 작가 <태초의 잔상 2020>이었다. 최 작가는 미국 휴스턴미술관 신관에 세계 유수의 작가들과 함께 아트퍼니처를 영구 설치하며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육중한 자연석과 정갈한 원목을 활용해 석공예와 목공예의 기술적 가치를 극대화한 이 작품은, 현대적이면서도 자연과 생명을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로 전시동 중앙 로비에 새로운 인상을 부여하고 있었다.

▲최병훈 태초의 잔상 2020(사진=서울공예박물관)
▲최병훈 태초의 잔상 2020(사진=서울공예박물관)

<태초의 잔상 2020> 재료는 자카르타 근교 산에서 채취한 돌이다. 돌의 겉면과 안쪽은 다른 색을 띠고 있는데, 흙이 돌이 되는 과정으로 나타난 특성이다. 최 작가는 이 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함이 너무나 좋아 4m나 되는 원석을 계속 소유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공예박물관의 공모를 보고 해당 공간감과 어우러지는 돌의 이미지를 느껴,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돌의 거친 겉면과 고아한 검은 색의 매끄러운 돌의 안쪽은 각각 돌이 가진 원시성과 현대표현한다. <태초의 잔상 2020> 뒤편으로는 사무용 집기를 넣어둘 수 있는 장이 설치돼 있다.

최 작가는 “작품을 만들면서 사용자가 어떻게 사용할 지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하며, 도록이 들어갈 수 있는 높이의 칸을 가진 조선시대 결들을 담아낸 나무장을 만들었다”라며 “데스크에는 원시성과 현대성을 담고 나무장에는 우리나라 산수의 미감을 담아냈다”라고 작품에 대한 해석을 전했다.

▲'태초의 잔상' 앞에서 작품을 설명하는 최병훈 작가, 사무집기를 넣을 수 있는 나무 장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서울문화투데이)
▲'태초의 잔상' 앞에서 작품을 설명하는 최병훈 작가, 사무집기를 넣을 수 있는 나무 장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서울문화투데이)

박물관 건축부터 예술가와 협업해 공간을 구성한 이번 프로젝트는 ‘공간 발견’, ‘작가 발굴’, ‘작품 창조’라는 세 가지 목표에 따라 진행됐다. 다양한 공예 작가가 박물관 개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작품을 시민들이 직접 사용함으로써 공예 문화를 실질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기획됐다. 박물관에 자리한 9개의 작품들은 공간의 ‘기능성’을 확보하고, 관람객들의 ‘사용성’을 고려하는 동시에, ‘심미성’ 또한 담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서울공예박물관은 이번 프로젝트 아카이브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참여한 작가들의 작업 과정과 제작 이야기를 담은 영상은 서울공예박물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되고 있으며, 작가들의 작업 도구ㆍ재료ㆍ모형 등도 전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