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서울 시향 사태’ 형사기소자 직원들 ‘황제휴가’ 받는다
‘2014년 서울 시향 사태’ 형사기소자 직원들 ‘황제휴가’ 받는다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06.2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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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서울시향에 질타 쏟아내
사건 벌어진지 7년 만에 처리된 해당 직원들 직위해제
직위해제 기간 정함 없고, 임금 100% 지급 예정으로 논란
▲오한아 서울시의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 노원1)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지난 2014년 벌어진 ‘서울시향 사태’에 대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미온적 해결 대응에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오한아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 노원1), 김소영 의원(민생당, 비례대표)이 질타를 쏟아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지지부진한 태도는 서울시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서울시향은 지난 21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서울시향 사태’의 형사기소자들을 안건에 올려 직위해제를 실시했다. 본래 안건은 직위해제 심사 뿐 아니라 징계안도 올라왔지만, 서울시향은 감사·조사사항이 없고, 공소사실확인서만 확보했을 뿐 공소장과 같은 객관적인 자료를 미 확보했다는 이유로 징계안을 보류했다.

‘서울시향 사태’는 서울시향 직원 17명이 당시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이사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사건이다. 지난 2014년 12월 서울시향 직원 17명은 박 전 대표가 성추행, 폭력, 인사전횡 등 9가지의 범죄를 저질렀다면서 기자, 서울시, 서울시의회에 단체메일 전했다.

이중 서울시향 직원 10명은 박 전 대표의 9가지 범죄사항을 단체로 정식 고소했다. 하지만 조사를 진행하던 경찰은 다음해인 2015년 8월 오히려 박 전 대표를 고소한 직원 10명에게 명예훼손을 적용하여 피의자로 전환했다. 이후 경찰은 2016년 3월 3일 해당 서울시향 직원 10명을 불구속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서울중앙지검은 2019년 7월 3일, 사건명을 ‘허위호소문 유포사건’으로 명명하고 박 전 대표를 고소한 직원 10명의 단체행위에 대한 범죄사실 확정과 함께 5명을 형사기소 처리했다.

▲김소영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민생당, 비례대표)<br>
▲김소영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민생당, 비례대표)

이듬해인 2020년 2월 27일 대법원은 박 전 대표에 대한 9가지 범죄혐의 모두를 ‘무죄’ 판결했으나, 서울시향은 현재까지 형사기소자들에 대한 단 한 차례의 인사위원회조차 개최하지 않고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에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부터 지속적인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21일 서울시향은 형식적인 인사위원회를 개최하고 해당 형사기소자들은 직위해제를 처리했지만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직위해제 기간 동안에 해당 형사기소자들은 출근도 하지 않은 채 임금은 100프로 지급받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료부족 사유로 징계안건은 다뤄지지 않고, 직위해제 기간도 정해지지 않아 더 큰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소영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은 제301회 서울시의회 정례회 문화본부 소관 결산업무보고 중 서울시향 인사위원회가 징계안을 처리하지 않은 것에 대해 “현재까지 서울시향의 행태에 비추어보면 단 1프로도 예상을 빗겨나가지 않은 결과”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타 출자출연기관의 경우 직위해제 시 임금도 70퍼센트만 지급하는 규정이 있는데, 서울시향 직위해제의 경우는 임금 삭감도 전혀 없이 집에서 대기하는 말 그대로 ‘황제휴가’나 마찬가지의 행태이다”라고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지적했다.

서울시향 대표이사 직무대리를 겸하고 있는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서울시향 규정이 미흡한 부분이 많아서 이에 대한 규정을 바꾸라고 지시했다”라고 했지만, 결국 이번 직위해제자들에게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고 답변해 규정 미흡을 보완하지 않은 채 인사위원회 개최를 강행했음을 시인했다.

오한아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부위원장도 한 목소리로 서울시향을 비판했다. 오 부위원장은 “형사기소자들이 업무도 주어지지 않고 재택을 한다는 것은 징벌성 성격이 아닌 ‘안식년’과 같은 특혜의 소지가 있다”라면서 “이런 사안은 업무상 성과를 낸 사람들에게 주어져야 하는 ‘보상’의 개념이다”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의회 전경 
▲서울시의회 전경 

특히, 오 부위원장은 서울시향의 이러한 행태가 타 기관에 선례가 될 요지가 있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서울시의 많은 출자·출연기관이 서울시향의 사례를 답습해 직위해제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질까봐 겁난다”라면서 “직위해제자들의 업무배제는 당연하고, 무엇보다 출퇴근 의무를 성실하게 다하도록 관리를 잘해야 할 것”이라며 직위해제자들에 대한 특혜시비가 없도록 조치할 것을 당부했다.

오 부위원장과 김 의원은 “지난 2월 인사위원회 개최를 알려왔을 때, 인사위원들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자료를 철저히 준비하라고 권유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소장도 없이 인사위원회를 강행한 것은 결국 이들에게 직위해제만을 내린 채 징계는 최대한 피해가게 하려는 의도가 심히 의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으며 “서울시향 사태 당시 현직 대표를 모함하는 집단적인 행위였고, 전 국민이 사건을 다 접했을 만큼 커다란 공적 사안인데, 서울시향이 자꾸 이 사건을 개인적인 사건으로 치부하는 것은 서울시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함께 목소리를 높여 서울시향을 질타했다. 한편, 서울시향 규정 상 집단행위에 대한 형사기소는 ‘해고’ 사유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