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 연암 박지원 손자 박선수 소장 고문헌 기증받아
국립중앙도서관, 연암 박지원 손자 박선수 소장 고문헌 기증받아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06.2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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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재 박선수 고문헌…국립중앙도서관 온재문고(溫齋文庫) 돼
도서관 “당대 사대부 글씨 담겨있는 고문헌 희귀해”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한 개인이 오랫동안 지켜온 서가는 오랜 역사를 담은 고문헌의 보고가 될 수 있다. 연암 박지원(朴趾源, 1737〜1805)의 손자이자 환재 박규수(朴珪壽, 1807〜1877)의 동생인 온재(溫齋) 박선수(朴瑄壽, 1821〜1899)의 소장 고문헌이 국립중앙도서관의 품으로 기증됐다.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서혜란)은 오는 28일 오후 2시에 본관 5층 고문헌실에서 박원서(국립암센터 의사) 소장 고문헌 1,208책(점)을 기증받고, 개인문고를 설치한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미소장 국가문헌의 발굴 및 확충을 위해 개인 및 단체로부터 애장도서, 특화자료 등을 기증받아 개인문고를 설치 및 운영해오고 있다. 1947년 위창문고를 시작으로 이미륵문고, 고바우문고 등이 설치됐다.

▲박선수의 저서 『설문해자익징』 교정본, 박선수가 직접 한지를 오려붙여 교정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사진=국립중앙도서관 제공)
▲박선수의 저서 『설문해자익징』 교정본, 박선수가 직접 한지를 오려붙여 교정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사진=국립중앙도서관 제공)

개인문고명은 ’온재문고(溫齋文庫)‘이며, 기증자의 고조부인 조선후기 문인 박선수의 호를 따서 만들었다. 온재문고에는 문집과 중국서 등 고서 160책과 교지·간찰·과거 답안지 등 고문서 1,033점이 있다. 특히 1864년(고종 1)에 문과 장원 급제한 박선수 과거 답안지, 1861년부터 1894년까지 34년간 관직에 머물며 그가 받은 86장 벼슬 임명장, 형 박규수와 주고받은 편지 등이 주목할 만하다. 고문헌 이외에도 박선수 서인(藏書印) ‘박선수인(朴瑄壽印)’과 ‘온재(溫齋)’, 본인 포함 부친·형 박규수의 호패, 추사 김정희가 만든 대나무 자 등 장서인·호패 15점 등도 포함돼 있다.

박선수는 전문적인 한자 연구서인 『설문해자익징(說文解字翼徵)』을 편찬했다. 이번 기증자료에는 1912년 석판본 간행에 앞서 박선수가 직접 필사한 교정본이 포함돼 있다. 교정본에서는 불필요한 내용은 지우고, 새로운 내용은 한지를 오려서 수정하고, 틀린 글자가 있으면 오려서 새로 붙여놓기도 하는 등 박선수가 직접 교정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남아있는 다섯 책 거의 매 쪽마다 한지를 오려 붙여 교정한 흔적이 담겨있다.

이번에 기증된 고문헌에는 책 대여 목록과도 같은 『둔필잡지(鈍筆雜識)』가 포함돼 있다. 형인 박규수가 추사 김정희, 소정 김영작(김홍집의 부친) 등 지인 여러 명에게 자신의 책을 빌려주고, 반납된 책에는 별도의 표시를 기록한 문헌이다.

▲박규수 도서 대여 목록, 『둔필잡지』 (사진=국립중앙도서관 제공)
▲박규수 도서 대여 목록, 『둔필잡지』 , 박규수가 직접 작성한 도서대여 목록으로 당대 사대부의 글씨를 볼 수 있다 (사진=국립중앙도서관 제공)

국립중앙도서관 관계자는 “거의 현존하지 않는 당대 사대부 남성의 한글 편지 등 기존에 외부로 공개되지 않은 중요한 고문헌을 선뜻 기증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며, 앞으로 보존처리 및 디지털화해 다양한 분야 연구자를 비롯한 국민들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기증 신청자인 박원서는 “애서가이신 선조가 남기신 소중한 자료를 국가도서관에 기증하여 많은 사람이 열람하고, 연구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라고 밝혔다. ‘온재문고’의 자료 열람을 희망하는 이용자는 다음달부터 고문헌실에서 해당 자료(고문서 제외)를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