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고재, 회화물성 고수하는 청년 작가 6인 전시
학고재, 회화물성 고수하는 청년 작가 6인 전시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06.24 15: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음달 18일까지, 청년 작가 단체전 《아이콘》
매체의 범람 속, 다양한 관점을 드러내는 ‘아이콘’ 제시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30대 초중반의 세대는 청소년기에 인터넷 보급으로 폭발적인 매체의 발전을 함께 겪으며 성장한 세대다. 대학시절에는 스마트 폰을 손에 쥐면서 소셜미디어 환경에 빠르게 적응했고, 디지털 매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면서도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를 지니고 있다. ‘포스트 인터넷 세대’로 지칭되는 이 세대의 시선은 기존 우리 사회를 주름잡고 있던 시각에 새로움을 선사하고 있다.

학고재가 미술계 30대 초중반 6명의 청년 작가들 작품을 ‘아이콘’이라는 주제 아래에 모아 전시를 선보인다. 새로운 세대가 가진 시선을 작가들의 독창적인 화법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전시는 지난 23일 시작해 다음달 18일까지 학고재 본관 및 온라인 전시 공간인 학고재 오룸(online.hakgojae.com)에서 열린다.

▲이정호 LEE Jung Ho, 어느 비 오는 날에 One Rainy Day, 2018, 린넨에 유채, 아크릴릭 Oil, acrylic on linen, 129.5x162.5cm(사진=학고재 제공)
▲이정호 LEE Jung Ho, 어느 비 오는 날에 One Rainy Day, 2018, 린넨에 유채, 아크릴릭 Oil, acrylic on linen, 129.5x162.5cm(사진=학고재 제공)

청년 작가 단체전 《아이콘》에는 김은정(b. 1986), 박현정(b. 1986), 이동혁(b. 1985), 임선구(b. 1990), 이정호(b. 1984), 지근욱(b. 1985) 작가가 참여한다. 지난 2019년부터 최근까지 학고재 디자인 | 프로젝트 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선보인 작가 중 선정했다. 전시가 가리키는 아이콘의 개념은 다양한 범주를 넘나든다. 디지털 아이콘, 도상으로서의 아이콘, 함축적인 아이콘적 성질에 대한 생각을 두루 포괄한다. 매체 범람의 시대, 회화의 물성을 고수하는 이들의 다양한 관점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지근욱은 지난 2019년 11월 학고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지 작가는 캔버스 위 색연필로 촘촘한 선을 그어 구성한 회화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실제의 역동성 2420>은 200호 크기의 대형 캔버스 작품으로 선들의 반복적인 집합으로 착시화면을 이끌어낸다. 그의 선은 전체의 화면에서 허구의 면적을 암시한다.

▲지근욱 JI Keun Wook, 곡선의 자리 016 Curving Paths 016, 2020, 캔버스에 색연필 Colored pencil on canvas, 110x110cm(사진=학고재 제공)
▲지근욱 JI Keun Wook, 곡선의 자리 016 Curving Paths 016, 2020, 캔버스에 색연필 Colored pencil on canvas, 110x110cm(사진=학고재 제공)

지난 2019년 12월 개인전을 열었던 박현정은 손과 디지털 매체의 협업으로 그리는 이미지를 선보이는 작가다. 디지털 드로잉을 제작한 이후 회화 재료로 캔버스에 옮겨내는 방식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총 10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디지털 드로잉 과정에서는 그리기와 지우기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이미지 (109)〉(2021)의 회색 배경 위를 지나간 지우개 툴의 흔적이 가장 다채로운 색상을 드러낸다.

지난해 5월 11월에 각각 개인전을 선보인 이동혁과 임선구는 다양한 기획전 및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리며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다. 모태 신앙으로 태어난 이동혁은 신앙에 대한 의문을 회화의 소재로 끌어낸다. 그의 화폭 안에는 믿음에 대한 의구심과 위태로움이 담겨있다. 임선구는 연필로 표현한 다양한 도상들로 낯설고 신비로운 장면을 만들어 낸다. 그는 자신의 드로잉이 “종이라는 연약한 바탕 위에 녹여낸 시간과 경험을 새로운 형질로 굳혀나가는 행위”라고 본다. 일상에서 목격한 형상들이 그 의 화폭 안에서 불규칙하게 부유한다. 세상의 것이 담긴 화폭이지만 그 완성체는 또 다른 형태의 공간을 떠오르게 한다.

▲김은정 KIM Eun Jeong, 식물수업 Lesson on Plants, 2021,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30x194cm(사진=학고재 제공)
▲김은정 KIM Eun Jeong, 식물수업 Lesson on Plants, 2021,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30x194cm(사진=학고재 제공)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 하고 있는 이정호 작가는 지난해 9월 개인전을 열고, 당시 전시 서문을 맡았던 윤진섭 평론가는 그의 전시가 “추(醜)를 통해 거꾸로 삶의 본질을 일깨워”주기 때문에 특별하다고 평했다. 그는 질서화 혼란이 공존하는 장면에 주목해 다른 시간성을 가지고 있는 흔적들을 화폭 위로 끌어 모은다.

올해 4월 학고재에서 전시를 연 김은정은 자신의 경험과 허구적 상상을 뒤섞어 회화 언어로 재구성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경험이나 접했던 작품을 통해 구축된 그의 화폭은 현실 너머의 공간을 아우르는 창이 된다.

▲임선구 IM Sun Goo, 산은 무너지느라 돌을 떨어뜨린다 The Mountain Drops Boulders to Collapse, 2021, 종이에 흑연, 혼합매체 Graphite, mixed media on paper, 280x146cm(사진=학고재 제공)
▲임선구 IM Sun Goo, 산은 무너지느라 돌을 떨어뜨린다 The Mountain Drops Boulders to Collapse, 2021, 종이에 흑연, 혼합매체 Graphite, mixed media on paper, 280x146cm(사진=학고재 제공)

‘청년’은 1896년 동경 유학생들의 잡지에서 처음 언급된 이후 청춘의 열정과 새로움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진취적 이상을 모색하는 신선한 동력이 필요할 때마다 사회는 청년을 호명하고 있다. 청년작가들의 화면을 꾸준히 탐색해오고 있는 학고재의 전시는 세계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는 세대의 시선을 경험해볼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