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홈볼트포룸, “한국은 중국의 속국ㆍ일본 식민지” 논란 발언 속 개관
독일 홈볼트포룸, “한국은 중국의 속국ㆍ일본 식민지” 논란 발언 속 개관
  • 이민훈 기자
  • 승인 2021.01.0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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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청산 취지로 개관한 박물관, 베를린 ‘훔볼트포룸’
영국 대영박물관ㆍ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맞먹는 규모
중국관 한 귀퉁이 20평 전시공간, 일본관 규모 10분의 1
해외박물관 내 한국관의 품격 고민해봐야 해

[서울문화투데이 이민훈 기자] 독일 베를린 시내에 ‘박물관 섬’ 맞은편에 동독 거점 궁전이었던 ‘프로이센 궁전’을 개조한 박물관 “훔볼트포룸(Humboldt Forum)”이 지난해 12월 16일 개관했다. 과거 독일 제국주의의 산실과도 같았던 공간에 비(非)유럽권 문화를 선보이는 전시공간을 꾸며 과거사에 대한 반성의 의지를 담았다.

그런데,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폐해를 드러내며 반성의 의사를 전한다는 공간 취지와 달리 여러 잡음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박물관 조성 중 지난해 7월 열린 워크숍에서 “한국은 청나라의 속국이었고, 일본의 식민지였기에 독일 수집가들은 한국문화에 관심 없었다”라는 홈볼트포룸 전시담당자의 발언으로 국내에서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독일 베를린 훔볼트포룸
▲독일 베를린 훔볼트포룸(Humboldt Forum)

박물관 3층 동아시아관을 채우는 한ㆍ중ㆍ일의 전시 공간 배분에도 문제가 있다. 한국관의 전시 공간은 중국실, 일본실 공간의 10분의 1 수준인 60㎡ (20평)에 불과하다. 위치 또한 문제다. 거대한 중국관 전시공간 귀퉁이에 별실처럼 조성된 공간이 한국관의 전시공간이다. 이에 베를린 자유대학 이은정 교수가 문제를 제기하고,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언급됐지만 달라진 것은 없는 상태로 개관이 진행됐다.

홈볼트포룸 전시 담당자 논란의 발언 이후 한국국제교류재단은 독일 측에 지원을 연기하면서 사실상 워크숍을 취소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속국’ 발언은 한 우타 라만 슈타이네어트 담당큐레이터는 지난해 10월 국내 매체를 통해 자신의 발언으로 시작된 오해에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라만 슈타이네어트 큐레이터는 “내가 한국을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고, 당시 중국을 오가던 독일 수집가들이 그렇게 인식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라고 해명했다.

▲훔볼트포럼 홈페이지에 공개된 도면을 바탕으로 만든 한국관(왼쪽 상단 파란색 선 안)과 일본관(빨간색), 중국관(주황색) 공간, 한국관은 20평 규모로 일본관 10분의 1 수준이다 (사진=연합뉴스)

담당 큐레이터 해명이 있긴 했지만, 동아시아 전시 공간에서 한국관이 갖는 공간에 대해선 계속해서 안타까움이 들 수밖에 없다. 홈볼트포룸 측은 독일이 가지고 있는 한국 소장품 자체가 130여 점에 불과하고, 소장품의 질도 전시유물로 선보이기엔 부족함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적은 공간을 배분했다고 한다. 130여 점의 전시유물도 독일에 거주하던 20세기 일본인 콜렉터의 안목으로 수집된 것으로 한국문화의 아름다움이 담겨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전시관에 전시될 일본과 중국의 유물이 13000여개인 것에 비하면 충격적인 숫자다.

박물관 측은 한국관 전시유물이 적은 상황이기에, 한국관은 ‘현대 미술’로 전시관을 꾸미겠다는 구상을 내놨다고 한다. 박물관 전체에서 현대 미술작품이 메인 전시품이 되는 곳은 한국관뿐이다. 당시 처음 이 문제를 제기한 이은주 교수는 개인 SNS를 통해 세계 여러나라 관광객이 한국을 '중국관 한 귀퉁이에 전시실을 갖고 있는 나라’, ‘문화와 유물이 거의 존재하지 않아서 현대미술을 보여줘야 하는 나라’로 관람객이 인식하게 될까봐 두려움과 분노를 토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훔볼트포럼 중앙 계단홀에 설치된 강선구 작가의 작품 "Statue of Limitations", 건축예술 공모전에서 1위를 수상했다 ⓒKang Sunkoo

반면, 국내에서는 결국 식민지 시대에 착취한 유물을 전시하는 독일 박물관에 수고로움을 들여서까지 한국 전시품을 넣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논란과 코로나 시국이라는 어려운 시기 속에서도 베를린 훔볼트 포룸은 개관을 했다. 국내 매체에 따르면 현재 훔볼트포럼 중앙 계단홀에는 한국 강선구 작가의 작품이 설치돼있다고 한다. 건축예술 공모전에서 1위를 수상한 작품이다. 세계 속에 한국의 예술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중국의 속국’, ‘일본의 식민지’로 전달하려 한 메시지가 오해라고 해명한 미술관 측이 한국관에 대한 개선을 하지 않고 개관을 진행했다. 속국과 식민지, 당시 중국을 오가던 독일 수집가들의 사상이었을지, 현재 그들의 사상일지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