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획]밖은 한옥, 안은 아파트... 신한가, 한옥에 예술을 입히다
[테마기획]밖은 한옥, 안은 아파트... 신한가, 한옥에 예술을 입히다
  • 이은영ㆍ이지완 기자
  • 승인 2021.07.04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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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가, 전남 장성에 전통ㆍ현대 아우르는 한옥 선보여
수납공간ㆍ단열로 실용성↑
다락공간ㆍ마당 바라보는 창으로 감성↑
문경 대표 “아내가 더 좋아하는 한옥 만들고 싶어”
필암서원, 편백숲 지닌 전남 장성 한옥마을
편백나무 숲 응축한 편백효소찜질도 즐길 수 있어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ㆍ이지완 기자]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클로이 자오 감독 「노매드 랜드」는 주인공 펀이 안식을 취하던 정주(定住)의 공간인 집을 떠나 길 위의 삶 ‘노마드(Nomad)’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1시간 40여 분간 펼쳐지는 미국의 광활한 대륙과 집이 아닌 벤을 자신의 거처로 삼으며 떠도는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집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급격한 도시화 과정과 경기 불안 속에서 집은 안정적인 휴식의 공간이라기보다, 재산과 부의 상징이 됐다. 영화 「노매드 랜드」는 우리 시대가 인생을 걸어 소유하고자 하는 집에 대한 개념을 은은한 자연 풍광으로 서서히 무너뜨린다. 집에 대한 강박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주거의 방식을 제안하는 영화는 끝으로 나아가며 조금 다른 방식의 삶의 형태도 보여준다.

▲황룡행복마을 신한가 한옥 (사진=신한가)
▲황룡행복마을 신한가 한옥 (사진=신한가)

전남 장성군 황룡면에는 ‘황룡행복마을’이라는 한옥마을이 있다. 농촌인구 감소로 늘어나고 있는 노후주택을 개선해 지역공동체에겐 정돈된 정주(停住)공간을 마련해주고, 타도시민들에겐 쾌적한 주거환경 제공, 지역에선 관광자원 확보를 위해 추진된 신도시 사업으로 조성됐다. 이곳에서 한옥을 건설하고 있는 신한가(대표 문경)는 영화 「노매드 랜드」가 던졌던 물음을 ‘한옥’을 통해 던지고, ‘한옥’으로 새로운 답을 제안하고 있다.

춥고, 불편하고, 비싸다고 여겨지는 한옥의 고정관념을 흔들면서 ‘아내가 더 좋아하는 한옥’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한옥으로 우리 사회 속 집과 삶의 방식에 대한 새로운 형식을 선보인다.

▲황룡행복마을의 저녁 풍광(사진=신한가)

문경 신한가 대표는 대우건설 퇴직 후 건설의 새로운 영역인 ‘한옥’을 탐색하기 위해 도전을 시작했다. 건설기업 사이에서 한옥은 ‘돈이 남지 않는 사업’으로 분류돼 왔다. 현대인의 생활 구조와 맞지 않는 설계와 한옥의 춥고, 불편한 이미지는 사람들이 한옥을 선택하는 것에 장애물로 작용했다. 결국 ‘한옥’에는 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부를 자랑하려고 짓는 건축물, 불편한 생활공간이라는 굴레가 씌워지게 됐다. 문 대표는 이런 한옥의 고정관념을 부수고 실용적이고 현대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힘써오고 있다.

문 대표는 한옥을 ‘감성’이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침실, 거실 등 실의 개념으로 구분되지 않고 안채, 바깥채 등 채로 구분되는 한옥의 특성을 살려 공간을 재구획해 선보인다. 집을 사용하는 ‘사람’의 시선에 맞춰 섬세하게 공간을 조성했다. 신한가 한옥에선 차갑게 뻗어 나가는 직선보단 멀리 보이는 앞산을 형상화한 것 같은 높이가 다른 선들과 곡선을 자주 만나게 된다. 자르듯이 재단된 택지 개발공간에 감성을 입히는 시도가 더해졌다.

▲신한가 한옥에는 집집마다 현판을 걸어 집의 이름을 만든다(사진=신한가)

가족 구성원의 니즈와 감성을 모두 담아내다

‘황룡행복마을’은 KTX 정차역인 광주송정역에서 약 24K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기차역에서 차로 이동 시 대략 30분 정도 소요된다. 이 마을은 2007년 전남도·장성군·전남개발공사의 협약으로 조성됐으며, 전국 최대 한옥 전용 단지(125,945m2)로 알려져 있다. 한옥 120세대, 커뮤니티 시설 및 한옥 체험관이 있으며 약 11,000m2 규모의 중앙공원, 도로와 주차장이 있다. 도시가스 및 전기, 통신, 상하수도 설비가 지중화로 돼있어 건강한 전원생활과 편리한 도심 생활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한옥마을로 평가받고 있다.

▲주방에서 거실을 바라보면 좌측에 마련된 다실의 색한지 미닫이 문이 보인다, 한옥의 미감을 돋보여준다 (사진=신한가)

초기 한옥마을 활성화를 위해 문 대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한옥에 살기를 원하는 현대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문 대표는 한국갤럽을 통해 한옥 주택에 관심 있는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한옥에 대한 소비자 인식부터 한옥 필수 요소, 스타일, 선호도까지 세세한 부분까지 조사해 현대인이 원하는 한옥에 대해 분석했다.

신한가는 조사를 통해 한옥에 거주하고자 하는 남성과 여성이 서로 다른 감성과 공간을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남성의 경우 안방과 분리된 자신만의 공간이자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끔하는 분위기를 원했고, 여성의 경우 손님들이 자주 놀러 올 수 있는 공간이면서 살림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주방과 마당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당에서 바라본 다실, 색한지로 꾸며진 창살이 돋보인다. 한옥창살에 색한지를 입히는 시도는 여태껏 드물었다 (사진=신한가)

문 대표는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옥의 구조를 모두 분해ㆍ재배치하기 시작했다. 한옥의 필수요소로 여겨지는 기와지붕, 대청마루와 툇마루, 서까래와 대들보 같은 구조물은 그대로 지키면서 주방의 공간은 현대적으로 이끌어 냈다. 싱크대와 냉장고 공간을 만들면서 기존 아파트에 있는 주방과 동일한 수준으로 공간을 설계했다.

여기서 의문이 들게 된다. ‘너무나 현대적인 이 공간이 한옥과 잘 어울릴 수 있고, 한옥의 정취를 드러낼 수 있을까’란 것이다. 신한가는 그 연결고리로 ‘감성’을 택했다. 신한가 한옥 주방에는 식탁이 놓일 자리, 혹은 식사가 이뤄질 자리 즈음에 큰 창을 낸다. 식사를 하면서 바라볼 수 있는 한옥 창살과 마당풍경은 한옥이 가진 미감을 마주할 수 있게 한다. 집이 가지고 있는 전체적인 정서를 환기시키고, 일상 속으로 스며들게 하는 방법이다.

현대적인 공간 조성으로 한옥의 편안함과 여성의 만족도를 높였다면, 신한가는 전통적인 요소들로 남자의 로망을 완성 시킨다. ㄷ자 형태의 구조, 혹은 ㄱ자 형태의 한옥은 집의 진행 방향을 한 번씩 꺾게 하는 지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공간의 특성을 사용해 신한가는 안채(안방)와 독립된 공간을 조성한다. 안채와 멀리 떨어진 곳에 사랑방을 배치하고, 이 방이 집의 전체적인 방향성에서 어긋나지 않게 누마루를 이어 연속성을 추구한다. 누마루는 외따로 떨어져 있는 공간과 집이 이어질 수 있는 감성을 담아낸다. 또한,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마당보다 가까운 실외의 공간으로 존재한다. 신한가에서 한 조사에 따르면 방에서 연결된 ‘누마루’의 공간이 어린 시절의 감성을 담고 있는 요소라고 한다.

▲다락창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이 한 폭의 그림같다 (사진=신한가)
▲다락창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이 한 폭의 그림같다 (사진=신한가)

한옥 감성 담아낸 다락, 벽장, 상량

신한가 한옥에서 ‘감성’을 드러내는 또 한 가지 요소는 다락과 계단 밑 공간을 활용한 벽장에 있다. 어릴적 자유로움과 낭만을 가진 공간 또한 신한가가 가지고 있는 매력 중 하나다작은 규모의 한옥일지라도 다락 공간을 들인다. 문 대표는 “어린시절 다락에 있는 창으로 바라보던 풍경이 생생하다"라고 말한다. 거주자의 손주들이 놀러와서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데 노력을 쏟았다고 한다. 

하나의 그림이 걸려있는 것처럼 만들어진 사각 창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외부 풍경을 담아내고, 서까래 원목의 부드러움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게 한다. 다락의 공간은 게스트 룸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계단 밑 여유 공간을 방 안 벽장으로 활용했는데, 이 작은 공간은 창고이면서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신한가 한옥의 상량, 건축연월과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신한가)
▲신한가 한옥의 상량, 건축연월과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신한가)

한옥 이곳저곳에 녹여낸 감성을 신한가는 마지막으로 ‘상량’으로 집약해 기록한다. 신한가 한옥은 살게 되는 사람에 따라 공간을 구획하고 거주자의 감성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집과 함께 살아가게 될 사람에게 최적화된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때문에 건축 당시에 녹여냈던 열의와 감성을 담아 신한가는 상량에 멋스러운 글씨로 복을 기원하는 문구와 건축연도를 새겨둔다.

다실이 아름다운 집의 상량엔 “應 天上之三光 (응 천상지삼광) 備 人間之五福 (비 인간지오복)”이라 적혀 있다. 하늘의 삼광이 집에 응해, 인간의 오복이 늘 구비되길 바란다는 뜻이 담겼다. 상량에는 거북과 용의 글자를 새겨 넣는데, 거주자 뜻에 따라 용과 거북이 글이 되기도 하고 문양이 되기도 한다.

▲ 좌측에 있는 계단밑 공간을 활용한 수납공간, 작은 아지트같은 느낌을 풍긴다(사진=신한가)

부족한 수납공간과 실용성ㆍ구조 안전성 개선

신한가의 한옥은 감성 안에 실용성과 구조 안전성을 녹여서 예쁘면서도 가치 있는 한옥을 선보였다. 한옥의 아쉬운 점 중 하나는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수납공간이다. 문 대표는 이 점을 개선하고자 집안 곳곳에 수납장을 배치했다. 하지만 단순하게 수납공간을 늘리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고, 조금 더 감성적으로 집안에 배치할 수 있도록 고민했다. 앞서 언급한 계단 아래 빈 공간을 활용한 작은 벽장 같은 것이 그 예다. 또한 안채에 딸린 드레스룸이나 벽장을 격자문양의 미닫이 문으로 설계해 한옥이 가지고 있는 감성을 그대로 유지한다.

신한가 한옥이 실용성 다음으로 주목한 지점은‘구조적 안전성’이다. 전통적인 한옥은 상부 고정 하중으로 집을 버티는 구조다. 주춧돌 위에 기둥을 세운 뒤 지붕에 약 2~3톤의 보토와 기와를 올려 자중에 의한 하중으로 안정성을 추구했다.

이런 구조의 집은 지진 등의 재난이 발생했을 시에 측하중에 의해 붕괴사고가 날 수도 있다. 문 대표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지진의 위험성’에 대해 인식하고 한옥에도 지진에 대비할 수 있는 구조적 안정성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과 한옥기술개발연구단이 개발한 기초와 기둥을 일체화한 공법을 적용했다. 전혀 지지대가 없었던 주춧돌과 기둥 사이에 H-형강을 끼워 넣고 앵커 볼트로 결구하는 방법을 적용했다.

▲한옥 창살에는 계절의 감각이 느껴지는 나뭇잎이 들어가 있다 (사진=신한가)

지붕의 하중을 버티는 기둥에 새로운 기술을 입힌 신한가는 다음으로 지붕 위에 얹었던 2~3톤의 보토 무게를 줄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지붕에 얹었던 보토를‘친환경 수성 연질폼’으로 바꿔 단열성을 높였다는 점이다. 보토의 무게에 의한 붕괴사고의 위험을 줄이고자 시작된 발상을 추워서 불편함이 있었던 한옥의 문제점을 같이 개선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귀결시켰다.

지진과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에 안전한 집을 설계하긴 했지만, 목재구조를 가진 한옥의 특성 상 화재에 대한 위험은 항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신한가 한옥에는 화재경보기 등 화재에 대한 기본적인 대비는 모두 갖추고 있다. 여기에 문 대표는 “한옥은 단층 구조로 아파트와 달리, 화재가 발생하면 집안 어디에서든지 창을 통해 바깥으로 뛰쳐나갈 수 있는 구조다”라며 “신한가는 지붕에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면서, 건축용 소재가 타면서 유독가스로 인한 질식의 위험도 예방했다”라고 덧붙였다.

한옥 규모에서도 신한가는 실용성을 추구했다. 대게 일반인들은 한옥은 넓은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당을 가지고 있고, 성인 4명은 누울 수 있을 것 같은 대청마루를 한옥의 기본적인 골격이라 보는 것이다. 하지만 한옥의 감성은 그런 규모에서 나오지 않는다. 신한가는 거주자가 원하는 규모에 맞는 설계 안에서 한옥의 미감을 살려낸다.

장성 한옥마을에는 18평형 작은 규모의 한옥도 있다. 해외에서 생활하고 있는 건축주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잠시 머물거나, 은퇴 후 거주할 공간으로 지어진 곳이다. 대청마루와 긴 누마루는 없지만, 거실 양측으로 난 창과 한옥 창살로 마감한 방문은 작은 공간에서도 소박하고 시원한 한옥의 감성을 이끌어냈다.

아내를 위한 다실 공간이 있는 또 다른 한옥은 현관 정면에 소박한 다실을 마련했다. 거대한 대청마루의 공간은 없지만, 마당으로 이어지는 큰 창은 집 내부의 공간을 더욱 넓어보이게 한다. 이 한옥 역시 그다지 큰 규모는 아니지만 건축주가 원하는 큰 주방과 다실 등에 무게를 두고 공간을 재설계해 건축주 맞춤 공간을 완성했다.

▲집집마다 모두 다른 문양이 새겨져있다 다실이 있는 이 한옥의 문양은 도깨비다(사진=서울문화투데이)
▲집집마다 모두 다른 문양이 새겨져있다 다실이 있는 이 한옥의 문양은 도깨비다(사진=서울문화투데이)

예술과 여유가 함께 있는 한옥 위해

문 대표는 “‘웰빙’ 잘 사는 것과 ‘힐링’, 잘 쉬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신한가의 한옥은 잘 살기보단 잘 쉴 수 있는 공간을 추구한다”라고 말한다. 수도권을 떠나 지방 한적한 곳을 찾아 새로운 보금자리를 꿈꾸는 이들은 대게 인생의 노후를 준비하는 연령층인 경우가 많다. 전남에 자리한 이 한옥마을은 도시를 떠난 이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며 일상을 이끌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주목할 만하다.

‘황룡행복마을’은 전남 장성군은 ‘옐로우시티’라는 슬로건으로 자연 친화적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황금’과 닮은 색인 ‘노랑’은 도시의 풍족함을 기원하고, 장성군에 흐르는 ‘황룡강’을 의미하는 색이기도 하다. 이 마을 근처에는 필암서원, 축령산 편백숲, 백양사가 자리하고 있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힐링을 경험할 수 있다.

▲웃는 모습이 그려져있는 신한가 한옥의 담벼락(사진=서울문화투데이)
▲웃는 모습이 그려져있는 신한가 한옥의 담벼락(사진=서울문화투데이)

‘황룡행복마을’에서 가까운 곳에는 축령산 편백숲의 상쾌함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오투스토리(대표 문재준)가 운영하는 “장성 편백 힐링 스파”는 편백나무 톱밥을 이용한 편백 효소 찜질을 선보이는 공간이다.

고층건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자연 속에 있는 ‘힐링 스파’의 내부 구조도 현대적인 건축물의 느낌보다는 깨끗하게 정리된 오두막 느낌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족욕, 반신욕, 산림욕, 효소욕으로 이어지는 스파 코스는 숲을 찾아서 즐길 수 있는 삼림욕을 응축해 선보인다. 목조구조로 만들어진 공간 속에서 즐기는 스파는 편백나무 숲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건물 창으로 보이는 광활한 녹지와 자연 바람은 도시 공간과 지친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게 한다.

▲'장성편백힐링스파'의 편백효소찜질공간, 편백나무 톱밥으로 몸을 덮고 찜질을 즐긴다(사진=오투스토리)
▲'장성편백힐링스파'의 편백효소찜질공간, 편백나무 톱밥으로 몸을 덮고 찜질을 즐긴다(사진=오투스토리)

‘편백 효소 찜’은 편백나무로 만들어진 장방형 통 안에서 효소로 몸을 덮은채 즐기는 찜질이다. 기자는 실제로 이 찜질을 경험해보았다. 흙을 덮고 있는 듯한 ‘편백 효소 찜’은 몸 속 가장 깊은 곳까지 열을 전해주는 듯했다. 낮은 체온보다는 높은 체온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편백나무 숲을 찾아 삼림욕을 즐길 때는 피톤치드의 향을 맡는 수준이 우리가 느끼는 삼림욕의 한계로 볼 수 있다. ‘편백 효소 찜’은 그 편백 나무의 기운을 깊숙하고 확실하게 전달하는 방법이었다. 20분간 편백나무 통 안에 효소로 이불을 덮은 듯한 시간은 거대한 편백나무 숲 한가운데서 물기를 머금은 흙 위에 누워있는 느낌을 선사했다.

황룡행복마을에서 모국의 정취를 느껴보고자 이주를 선택한 18평 한옥 건축주에게 도시의 삶을 떠나 시골의 삶을 시작한 것이 힘들지는 않았는지 물었다. 그는 “새로운 이주민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공간이었다면 어려움을 겪었을 것 같지만, 황룡행복마을이라는 공간이 귀촌을 원하는 도시민들이 어울리는 공간이다보니 새로운 생활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좀 더 수월했던 것 같다”며 “이곳은 수도권과 다르게 해가 지면 거리에 조명이 없고, 오가는 이도 드문데 어떻게 보면 무서울 수 있는 공간이지만 밤에 들리는 빗소리나 풀벌레 울음소리들은 되레 공간을 더 따뜻하게 만든다”라고 답했다.

▲처마 끝에 거북모양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사진=서울문화투데이)
▲처마 끝에 거북모양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사진=서울문화투데이)

장성 한옥마을의 아침은 언제나 새 울음소리로 시작한다고 한다. 안채에 있는 큰 창을 통해 생생하게 들려오는 생의 소리와 한지를 통해 쏟아지는 햇살은 도시에서의 삶과 전혀 다른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땅을 한 번 밟아보지 못한 채 화장실로 들어가 출근 준비를 해야했던 도시의 삶과 새의 지저귐으로 시작해 집 중정을 통해 흙을 밟고 아침을 준비하러 나가는 발걸음은 우리 삶에 전혀 다른 울림을 만들어낸다.

신한가 한옥 곳곳에는 예술작품 같은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다. 처마 끝에는 동물 모양 상이 있고 지붕 아래에는 그 집만의 문양으로 구름이나 도깨비 얼굴이 자리하고 있다. 유독 돋보이는 점은 각각의 한옥마다 현판이 걸려있다는 점이다. 소소헌, 정정헌 등 각각의 한옥은 모두 다른 이름들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한옥 돌담에는 와편으로 만든 꽃 문양과 신한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웃는 얼굴이 수놓아져 있다. 집 곳곳에 놓인 작은 요소를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삶의 다양한 면이 활기를 얻게한다.

▲다실이 있는 한옥 전경 (사진=신한가)
▲다실이 있는 한옥 전경 (사진=신한가)

일상과 삶의 공간과 방향을 변화하는 것에는 아주 큰 힘이 필요하고, 경제적인 장애물을 넘어서야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언젠가 떠날 수 있겠지’라고 생각만 하는 삶에서 ‘살면서 어디로든 떠나볼 수 있는 삶’으로의 전환은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열심히 살아가면서 여행하라’ 각박한 도시의 삶과 콘크리트의 정서가 담긴 집에서, ‘한옥’으로의 여행을 시작해보자. 매일 아침 자연 속에서 눈을 뜨는 것 같고 서까래의 곡선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떠올릴 수 있는 거주공간으로써의 한옥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갈 버팀목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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