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학도를 꿈꾸는 청춘, 인문학 파먹기] 고된 카페 아르바이트 썰
[영화학도를 꿈꾸는 청춘, 인문학 파먹기] 고된 카페 아르바이트 썰
  • 윤이현
  • 승인 2021.07.04 02: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이현(2000년생), 몇 가지 일을 하며 글로 꿈을 써 내려가는 중이다. 류이치 사카모토와 히사이시 조의 음악, 요리 문학가 라우라 에스키벨의 소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사랑한다. ‘멀리 갈 위험을 감수하는 자만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도전과 실패, 상처로부터 단단해지는 것들과 친해 보려고 한다. 애완 묘 ‘깨미’와 같은 방을 쓰고 있다. 최근 윤영채에서 윤이현으로 개명했다.
윤이현(2000년생), 몇 가지 일을 하며 글로 꿈을 써 내려가는 중이다. 류이치 사카모토와 히사이시 조의 음악, 요리 문학가 라우라 에스키벨의 소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사랑한다. ‘멀리 갈 위험을 감수하는 자만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도전과 실패, 상처로부터 단단해지는 것들과 친해 보려고 한다. 애완 묘 ‘깨미’와 같은 방을 쓰고 있다. 최근 윤영채에서 윤이현으로 개명했다.

두 개의 꿈이 있었다. 변기가 되는 것과 또 하나는 나비가 되어 하늘을 나는. 왜 변기가 되고 싶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그러나 나비는 여전히 내 꿈이다. 이메일 주소에도 나비라는 문구가 들어가고, 왼팔에다가는 보라색 나비 그림도 새겼으니 말이다. ‘나는 행위자체도 멋지지만, 아름다운 날개로 이곳저곳을 누비며 열매의 탄생을 돕는다니 멋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최근 나의 삶은 나비와는 거리가 멀다. 땅바닥을 기는 바퀴벌레다.

먼저 일하고 있던 친구의 추천으로 3개월 전부터 종로의 한 카페에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을 하게 되었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라, 갖춰져 있는 것들이 많지 않았다. 처음에는 가끔 찾아오는 손님들의 주문을 받고 캔 음료를 만드는 간단한 일이 주어졌다. 그러다 갑자기 메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스콘을 굽다가 데이기를 여러 번. 나중엔 슬러시 기계와 두 대의 아이스크림 기계가 들어왔다. 액상을 붓고 아이스크림 위에 각기 다른 토핑을 장식하는 것, 총 세 대의 기계를 마감하는 일까지 모두 친구와 나의 몫이었다. 그러나 견딜만했다. 이렇게 해서 번 돈은 늦은 밤 퇴근길에 밤참을 사 먹을 수 있는 여유를 주었고, 친구네 집에서 늦게까지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추억도 만들어주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평일에 일하는 조와 우리 주말팀의 마찰이 잦아졌다. 휴식과 식사 공간,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서 쭈그려 앉아 밥을 먹는 서러움은 이로 말로 할 수 없었다. 매 순간 걸려오는 사장님의 전화는 근무 날이 아닌 평일까지 이어졌다.

스트레스로 인한 편두통이 잦아졌고 다리는 매일같이 부어있었다. 그로 인해 내가 맡은 두 가지의 일과 입시에 집중할 수 없을 만큼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지친 상태가 이어졌다. 침대에 누우면 스트레스로 인해 두드러기가 올라오고 눈물이 차올랐다. 맘 편히 단 하루만이라도 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를 입에 달고 살았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용기를 내어 사장님께 통보했다. 그 뒤로 사장님으로부터 퇴사를 철회했으면 하는 대략 30통에 가까운 전화와 문자가 쏟아져 들어왔다. 그럴수록 마음은 더 떠나만 갔다. 야식의 달콤함도 돈도 아쉽지 않았다. 나는 하루라도 편히 잠들고 싶었다. 돈이 없더라도 책을 읽고 영화를 볼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입시에 집중하고 싶었고, 하루하루 더 나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이런 내 삶에서 이런 작은 꿈을 끼워 넣을 틈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다. 그렇게 손에 쥔 월급으로는 내 몸뚱이 하나를 건사하느라 정신이 나가 있었으니 말이다.

민감하게 유행을 포착하고 그것으로 사업 아이템을 내놔야 하는 상권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다양한 메뉴를 갖춰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나는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을 돈으로만 보았고, 직원을 기계의 부품 정도로만 여기는 태도는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그것이 내가 비관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또 그곳을 떠나게 한 부메랑인 것이다. 돈이기 이전에 사람이며, 노동자 이전에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다. 나는 그곳에서 일하는 동안 인간의 가치를 짓밟힌 기분이었다. 그게 날 참 비참하게 만들었다.

나를 독립되고 존엄한 인격체로 대우해주지 않는 곳에서, 친구들의 손을 잡고 완전히 벗어나려고 한다. 아직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는 말에 속아 며칠 더 일해야 하지만,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꿈만 같다.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여름밤에 산책을 할 수 있다. 주말 아침에 여유롭게 사랑하는 사람과 나들이를 떠날 수도 있을 것이다. 여전히 엄마를 도우려고 주 5일 출근은 해야 하지만, 적어도 주말이라도 책과 영화에 둘러싸여 다양한 글을 써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야 나비가 된 기분이다.

시궁창 벽을 기는 바퀴벌레에서 훨훨 나는 나비가 된다는 건 그리 특별한 일이 있지 않아도 가능한 일이다. 숱한 고생을 해보고 나서 느끼는 가족의 소중함, 내 존재의 가치,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낸다면 누구나 나비가 될 수 있다. 사회적 성취, , 명예가 없어도 나를 이루는 것들을 포착하는 체험을 통해 우리는 날개를 달게 된다. 색과 형태 그리고 날갯짓의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아직 나의 날개는 힘이 약하다. 난다고 해서 얼마나 높이 멀리 갈 수 있을지, 어떤 꽃에 도달할 수 있을지 아직은 잘 모른다. 아주 작은 바람이 있다면 크고 화려한 보라색 날개로 멋지게 활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를 끊임없이 무너뜨렸던 그곳에도 예쁜 꽃이 필 수 있기를, 나와 함께 일했던 모든 동료의 날개에도 강하고 단단한 근력이 붙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