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무용협회 법률고문…"누구를 위한 것인가?"
[단독]무용협회 법률고문…"누구를 위한 것인가?"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1.07.1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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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의 "고문변호사인가, 개인 율사인가", 회원들 의문 제기
위촉 고문변호사, 이사장 개별 송사 담당
1,600명 회원에 4명의 고문변호사, 3만5천 회원단체도 2명 불과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자유롭고 공정한 문화예술 환경 속에서 예술인들이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필요하다. 예술인들이 예술 활동을 하면서 부딪히게 되는 법률(계약 법률, 공연 계약, 손해 배상 등), 저작권(등록, 양도, 이용 허락 보호 기간 등), 노무(예술인 고용보험, 근로계약, 취업규칙, 4대 보험 등), 세무회계(사업자등록, 인건비, 세금 신고ㆍ납부 등) 등 스스로 해결하기 힘든 전문분야에 대해 분야별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창구를 제공하는 협회와 문화재단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5월 14일 사단법인 한국무용협회 홈페이지에는 협회의 법률 자문을 담당하는 변호사 명단이 게재됐다. 담당 변호사는 총 4명으로 예술협회 법률인단 구성으로는 이례적인 숫자다. 변호사 위촉 소식과 더불어 홈페이지에는 조남규 이사장이 직접 각각의 변호사에게 위촉패를 전달하는 사진도 함께 올라왔다. 

▲한국무용협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한국무용협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법률자문팀 구성 현황

그러나 협회 회원들 사이에선 협회의 이번 위촉이 누구를 위한 법률팀 구성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협회가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이번에 위촉된 고문 변호사들 가운데 1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모두 문화예술(무용)과는 연관성이 없는 형사 사건 전문 변호인임을 알 수 있다. 

이임성 변호사는 검사 출신 변호사로 현재 전국지방변호사회 협의회장과 경기북부지방변호사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의정부지검 형사3부장을 끝으로 2009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로 형사사건을 맡고 있다. 

하만석 변호사는 지난 2007년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형사2부장검사를 끝으로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형사, 민사, 가사, 조세, 행정 등 제반법률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안혁진 변호사는 2013년부터 손해배상(교통사고, 산업재해, 의료분쟁) 및 보험금 소송, 가사소송(상속, 이혼, 친권자 및 양육권자 변경) 및 형사법을 주 업무 분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대법원 국선변호인, 국민권익위원회 자문변호사를 맡고 있다. 

박주희 변호사는 이번에 구성된 무용협회 법률팀 가운데 유일하게 예술분야 관련 법률자문과 소송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사무차장을 맡은 박 변호사는 예술법커뮤니티 부위원장, 한국매니지먼트연합 자문변호사, 한국예술법연구소 자문변호사, 보훈무용예술협회 자문변호사 등을 맡고 있다. 

특히 안혁진 변호사는 조남규 이사장이 개별적으로 진행 중인 송사와 관련된 보도로,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담당한 변호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얼마 전 안 변호사는 기사삭제를 요구하는 문서를 우편으로 발송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협회 고문변호사로 위촉되어 회원들의 공익을 위해 활동해야 하는 고문변호사가 조 이사장의 개인 송사를 위해 위촉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무용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사단법인으로 젊은안무자창작공연, 전국초중고무용콩쿠르,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 서울무용제, 대한민국무용대상, 코리아댄스플랫폼, 전국신인무용경연대회, 전국무용제, 뉴딜사업 등을 주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와 ‘전국신인무용경연대회’는 병무청이 예술ㆍ체육요원 편입대회로 인정된다. 예술ㆍ체육요원은 사회복무제도의 하나로 대한민국의 대체복무제도이다. 예술ㆍ체육요원으로 선발되면 논산시에 소재한 육군훈련소에서 기초군사훈련만 이수하고 자신이 담당했던 분야에서 34개월간 병역 의무를 대신한다.

이처럼 무용협회는 국가의 다양한 사업을 대거 수임하고 있는 단체이지만, 정작 협회에 대한 정보 공개에는 소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올해 이사장 선거 당시 협회 회원 수는 약 1,600명이었으나, 이 내용은 사이트 어디에도 안내되어 있지 않다. 무용협회보다 2년 뒤인 1963년 설립된 연극협회가 협회 소개를 통해 밝힌 회원 수는 약 1만 명이다. 또한, 미술협회가 공개한 회원 수는 약 3만 5천 명이며, 2명의 법률 자문을 두고 있다.

무용협회 내 고문변호사 제도가 도입된 것은 조남규 이사장의 임기가 시작된 2017년부터이다. 협회에 따르면 제도가 도입된 이후 회원들이 고문변호사(법률팀)의 법률 자문 등을 받은 사례는 2017년 0건, 2018년 2건, 2019년 3건, 2020년 5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회원들이 이용한 건수는 몇 건인지 협회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와 더불어 본지는 무용협회 측에 2017년부터 현재까지 법률팀 인원(구성) 변화와 고문변호사 자문 의뢰가 증가한 것에 대해 자세한 사례를 요청했으나 며칠이 지나도록 이에 대한 답변은 듣지 못했다.  

▲한국무용협회 조남규 이사장의 고문변호사 위촉패 전달(왼쪽부터 시계방향)이임성 변호사, 하만석 변호사, 박주희 변호사, 안혁진 변호사 ⓒ한국무용협회
▲한국무용협회 조남규 이사장의 고문변호사 위촉패 전달(왼쪽부터 시계방향)이임성 변호사, 하만석 변호사, 박주희 변호사, 안혁진 변호사 ⓒ한국무용협회

통상적으로 협회 및 기관에서 고문변호사를 선임할 경우 이와 관련한 내용을 회원들에게 고지하기 마련이다. 개방형 공모의 경우 모집 개요 및 지원 자격 등을 명시하고, 단순 임명일 경우에도 임명된 변호사와 협회(기관)와의 유관성에 대해 밝히는 것이 의례이다. 그러나 한국무용협회는 공지사항을 통한 안내가 아닌 홈페이지 내 ‘법률 자문팀’ 섹션을 통한 고문변호사 이름 및 경력 소개에 그쳤다. 회원들에게 개별적으로도 통지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협회 회원 A 씨는 “무용협회 내부의 일이지만, 회원들은 협회의 법률팀이 언제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일련의 내용을 전혀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통보받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협회의 고문변호사란 회원들의 입장에서 도움을 주고, 이익을 대변하는 자리인데 정작 당사자들은 소통할 창구가 전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협회 고문 변호사가 조남규 이사장 개인의 법률문제를 놓고 변호인으로 선임되어 활동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법률팀의 폐쇄성이다. 협회 차원에서 구성된 법률팀인 만큼 회원들에게도 해당 시스템을 활용할 권리가 주어진다. 하지만 회원들이 법률상담 및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창구는 현재 마련되어 있지 않다. 

협회 회원 B 씨는 “회원들조차 알지 못하는 법률팀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의문이 든다”라며 “협회에서 임명했지만, 협회에 속한 회원들은 법률 자문 등을 이용할 방법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협회에 대한 이사회의 사유화를 위한 도구로 이용되는 것 같아 매우 씁쓸하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협회 측은 “무용 활동과 관련해 법률적 자문이 필요할 경우 요청하면 시스템 이용이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무용계는 몇십 년 간 많은 이들의 침묵으로 성폭력 문제를 덮어오다 불과 2년 전 누군가의 용기로 세상에 비로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 여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무용계를 대표하는 한국무용협회는 이에 대한 조력을 받을 성폭력 전문 변호사를 한 명도 선임하지 않았다. 공판 검사 출신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변호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회원들이 어떠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생략된 결과다.

무용협회는 공익을 위해 법률팀을 꾸렸으나, 정작 필요로 하는 도움의 손길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했다. 무용인들의 미래를 지원하고  진정으로 무용 예술의 선순환 모델이 되길 바란다면 회원들이 협회에, 나아가 무용계에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