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프리뷰] 공공디자인의 대중화를 꾀하는 전시《익숙한 미래: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
[전시프리뷰] 공공디자인의 대중화를 꾀하는 전시《익숙한 미래: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07.0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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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스며들어 있는 공공디자인 특성 담아내고 대중화 꾀해
문화역 284, 다음달 29일까지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여름철이면 횡단보도 대기를 위한 공간에 펼쳐져있는 그늘막을 볼 수 있고, 겨울이면 버스를 기다리는 자리에 온열 좌석이 작동하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알게 모르게 우리가 살아가는 이 도시 속에 편리하면서 아름다운 공공기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2019년 공공디자인 진흥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공공디자인의 법과 제도 기반이 마련됐다. 토양이 마련된 공공디자인의 다음 단계는 더 많은 이들에게 ‘공공디자인’의 가치와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 이하 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김태훈, 이하 공진원)이 주관하는 기획전시《익숙한 미래: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가 지난달 30일 문을 열어 다음달 29일까지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대중에게 낯설었던 공공디자인을 전시장으로 모아, 공공디자인의 대중화를 지향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 위해 기획됐다. 전시 첫 날인 지난달 30일에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익숙한 미래 놀다가 만나는 공공디자인, 놀이터, 사용방법이 정해지지 않은 놀이기구 (사진=공진원 제공)

익숙하지만 실현되지 않았던 ‘안전, 편의, 품격, 배려’ 추구

이 자리에서 김태훈 원장은 “‘익숙한 미래’라는 조금은 낯선 단어를 전시 제목으로 택하면서 여러 고민을 했다”라며 “‘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일까, 그것은 삶을 안전하고 품격 있게 만드는 것이다’라는 결론에 닿아갔는데, 이 생각이 정리된 말이 ‘익숙한 미래’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공디자인의 사례가 한 곳에 모이는 이 전시를 통해 공공디자인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국민들의 삶으로 스며들 수 있길 바란다”라는 바람을 표했다.

이번 전시 기획을 맡은 이현성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공공디자인과 교수는 “‘익숙한 미래’라는 말은 어법상으로는 맞지 않는 단어인데, 그럼에도 전시 제목으로 택한 이유는 이 전시가 너무나 익숙하고 중요해서 잊고 있었던 공공의 가치를 꺼내보고자 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라며 “‘안전, 편의, 품격, 배려’, 우리에게 익숙한 이 가치들이 제대로 구현되는 미래가 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미래다”라고 설명했다.

▲전시 설명 하는 이현성 교수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전시 설명 하는 이현성 교수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이 교수는 공공디자인을 더욱 잘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은 전시장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디자인 시설을 전시장에 그대로 재현하기 보다 도시 속 공공디자인의 모티프를 따서 전시장에 배치하는 형식으로 전시를 구성했다”라며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아, 이게 공공 디자인이었구나’라고 알게 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도시 속 공공디자인을 실제로 찾아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전시의 지향”이라고 짚었다.

전시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이 교수는 “참여주체가 다양해질수록 공공디자인은 가치를 얻게 된다”라며 “공공디자인의 공공화가 이뤄지기 위해선 민간의 참여가 핵심요소이기에, 이번 전시에서 기업의 ESG 사회공헌 사업이나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소셜임팩트 사업들도 공공재 범주 안에서 다뤄보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은 도심 속 6개의 일상 공간으로 구성됐다. ▲놀이터: 어린이를 위한 대표적 공공시설에서 무장애, 고령 친화 등 다양한 사회구성원을 위한 놀이시설로 변화 ▲공원: 공공디자인을 통해 회색빛 도시에 녹색의 쉼을 더함 ▲거리: 누구나 읽기 쉬워 보행자의 이동을 돕도록 배려와 안전이 더해짐 ▲학교: 학생들이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변화 ▲골목길 ▲지하철: 안전과 정보전달성 강화의 공간이다.

이번 전시는 공공기관이 주체가 돼 구체화되는 공공디자인의 조금은 딱딱하고 획일적일 수 있는 과정에 대해 새로운 이미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도 담고 있다. 전시장에선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상품을 만드는 스타트업에 대한 소개와 업사이클 비닐 패브릭 스튜디오 H22(희)와 위메프가 협업해 위메프 택배 비닐봉투를 가방이나 의류 제품으로 탈바꿈시킨 사례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 중앙홀에 설치된 미디어 월, 공공디자인을 설명하는 영상과 기호, 단어를 볼 수 있다(사진=서울문화투데이)
▲전시장 중앙홀에 설치된 미디어 월, 공공디자인을 설명하는 영상과 기호, 단어를 볼 수 있다(사진=서울문화투데이)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 지평을 열다

전시는 어린이의 교통안전을 위한 공공디자인 ‘옐로우 카펫’으로 시작된다. ‘옐로우 카펫’은 전시장 초입 미디어 월(wall)에 이미지로 구현된다. 이 설치물에서는 공공 디자인은 지칭하는 단어와 한국 도심을 낯설게 느끼는 외국인의 시선을 통해 도시 곳곳에 배치된 공공디자인을 찾아보는 영상이 번갈아서 재생된다. ‘공공디자인’에 대한 학술적인 설명보다 ‘이런 느낌이 공공 디자인이구나’하는 자연스러운 이해의 장을 제공한다. 우리 일상 속에 어느 순간 스며들어 있는 공공디자인의 특성을 담아낸 전시 설명이다.

전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공간으로는 놀이터, 거리, 학교 등이 있다. 놀이터는 대개 어린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여겨지지만, 최근에는 노인을 위한 놀이터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노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기구와 놀이시설들이 배치된 공간이다. 놀이터 기물들은 기존에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놀이터 사물들과는 조금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미끄럼틀, 시소, 그네가 아닌 알록달록한 문양을 가지고 있는 낮은 둔덕, 바닥에 그려진 일직선의 표식 등이다. 이러한 형태의 공공디자인에 대해 이 교수는 “한 가지 기물에 한 가지 사용방법이나 목적이 제한된 디자인은 앞으로 우리가 점점 지양해야 할 지점인 것 같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공공디자인이 입혀진 놀이터는 세대를 넘고, 장애인 비장애인의 경계도 무너뜨린다.

▲익숙한 미래 놀다가 만나는 공공디자인, 놀이터, 사용방법이 정해지지 않은 놀이기구 (사진=공진원 제공)
▲익숙한 미래 놀다가 만나는 공공디자인, 놀이터, 사용방법이 정해지지 않은 놀이기구 (사진=공진원 제공)

두 번째 전시공간은 ‘거리’의 공공디자인이 주제다. 이 공간에서는 민·관의 협업 디자인을 만나볼 수 있다. 종로구는 ‘쉬어갈 수 있는 벤치’라는 프로젝트로 기부를 받아 관내 이곳저곳에 벤치를 마련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아모레퍼시픽은 자사의 화장품 용기를 재활용한 벤치를 기부하면서 공공디자인을 선보였다. 이외에도 종로구 ‘쉬어갈 수 있는 벤치’ 프로젝트에 여러 기업들이 참여하는 추세다.

또 다른 민관 합작품으로는 강남구 스타일 브랜드 ‘미미위강남(ME ME WE GANGNAM)’의 온열 의자가 있다. 겨울철 버스를 기다릴 때 앉아 있는 의자에 사람이 앉았을 때 온도를 높이는 기능을 입혔다. 이 디자인의 시작은 원래 민간 업체의 발상이었는데, 강남구에서 협업을 제의해 공공디자인의 영역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이 디자인은 서울 도시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익숙한 미래 걷다가 만나는 공공디자인, 거리, 거리에서 만나는 표지판도 공공디자인으로 길 찾기가 수월해진 표지판이다 (사진=공진원 제공)
▲익숙한 미래 걷다가 만나는 공공디자인, 거리, 거리에서 만나는 표지판도 공공디자인으로 길 찾기가 수월해진 표지판이다 (사진=공진원 제공)

전시는 2층 공간까지 이어진다. 2층으로 올라서면 ‘학교’의 공공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이 공간은 실제 학교에 구현돼 있는 공간을 전시장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몇 년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시범사업으로 학교의 많은 환경들이 바뀌어왔다. 공공디자인이 적용된 ‘학교’는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학교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책상과 의자가 열을 맞춰 놓여있고, 커다란 책장과 사물함이 놓여있는 모습에서 어린이들이 쉴 수 있고 뒹굴 수 있는 공간으로 모습을 바꿨다. 둥근 곡선의 형태와 화사한 색이 입혀진 기물들이 보는 이에게 편안함을 전한다.

▲익숙한 미래 배우며 만나는 공공디자인 학교, 어린이들이 쉬면서 독서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다(사진=공진원 제공)
▲익숙한 미래 배우며 만나는 공공디자인 학교, 어린이들이 쉬면서 독서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다(사진=공진원 제공)

디자인은 대게 겉모습의 화려함은 추구하는 분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지향점은 결과물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이 아닌,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발상에서 결론까지 도달해가는 과정 속에 있다고 한다. 

전시는 대중에게 공공디자인 영역을 소개하고 새로운 문화의 분야를 열어보고자 한 시도이면서, 사회에 전하는 하나의 신호이기도 하다. 공공디자인은 단순히 공공기관 단독으로 이끌어 갈 수 없는 영역이다. 공공디자인이 완성되는 과정과 결과를 보여주고 하나의 모델을 보여주면서 앞으로 더 많은 기업과 단체가 공공디자인에 관심 갖길 바라는 염원 또한 전시가 담고 있는 메시지다.

이번 전시는 온라인으로도 즐길 수 있도록 온라인 플랫폼(seoul284.org/design284)이 함께 운영된다. 전시에 대한 보다 더 자세한 내용은 문화역서울 284 누리집(www.seoul 284.org), 문화역서울284의 공식 SNS채널,《익숙한 미래》온라인 플랫폼(seoul284.org/design284)에서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