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화가의, 화가에 의한, 화가를 위한 미술 단체 "G‧ART(지아트)"
[특별기획] 화가의, 화가에 의한, 화가를 위한 미술 단체 "G‧ART(지아트)"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07.14 10: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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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서 시작된 미술 모임…기득권 미술계 변화를 꾀하다
미술 작가, 애호가를 위한 고리들 작가 6억 원 투자 약속
오는 10월 ‘G-ART FAIR SEOUL 2021’ 개최 예정
회원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선순환적 미술 단체 지향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이지완 기자] 이탈리아 피렌체는 우아한 도시 이미지와 함께 다채로운 예술의 보고로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다. 이러한 도시 이미지는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메디치 가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문의 시초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가 없지만, 메디치가가 행해왔던 예술인을 향한 후원과 예술에 대한 애정만큼은 몇 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 잘 알려져 있다. 메디치가의 후원을 받은 미술가로는 너무나 유명한 보티첼리, 라파엘르,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가 있다.

예술가가 자신의 예술적 상상력을 펼치는 데에 온 힘을 다하면서, 생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힘든 일이다. 지난달 열린 ‘미술진흥법 제정 토론회’ 소옥영 서울옥션 이사 발언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 활동하고 있는 화가들은 10만 명 정도로 집계되지만, 이중 실질적인 거래가 발생해 예술로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이들은 100명 정도라고 한다. 예술이 많은 사람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한다는 것은 모두가 다 동의하고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항상 예술의 시작은 진흙탕 속에서 시작되곤 한다. 예술가에게 국가의 지원이나 후원자의 관심은 필수적인 요소다.

▲지난해 11월 열린 ㈜G-ART 창립 및 송년회 참석자들
▲지난해 11월 열린 ㈜G-ART 창립 및 송년회 참석자들 (사진=지아트)

그런데, 국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또다시 예술인들끼리 경쟁을 해야 한다. 잘 나가고,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예술만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현실이다. 그 우수함을 평가하는 눈은 기득권이 가지고 있고, 결국 예술계는 항상 살아남는 자만 살아남는 판이 돼버리곤 한다. 개인이 가진 다양성과 새로움이 존중받아야 하는 세계에서 기득권 시각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이렇게 정체돼있는 예술계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꾀하는 단체가 나타났다. 국내 6천 명 해외 2만 3천 명의 미술 애호가와 창작자들이 모여 있는 단체다. 글로벌 미술 전문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미술 단체 G·ART(이하 지아트)다.

지아트는 지난 2013년 페이스북 모임 ‘G-ART WORLD MARKET’을 개설해 온라인상에서 시작된 모임이다. 약 8년이 지난 지금 ‘G-ART WORLD MARKET’에는 국내외 합쳐 약 3만 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모임 규모가 커지자 페이스북에서 첫 모임을 시작했던 고완석 작가가 지아트의 체계적인 조직을 만들게 됐다.

▲지난해 11월 열린 ㈜G-ART 창립 및 송년회(사진=지아트)

현재 지아트는 영리법인인 ㈜G-ART와 SNS상 모임 G-ART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설립된 주식회사 지아트는 고리들 작가가 고완석 작가와 함께 공동 대표를 맡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지아트의 오프라인 모임과 《G-ART FAIR SEOUL 2020》 아트페어를 개최하기도 했다. 현재 지아트는 SNS상 모임 G-ART 회원이 중심이 돼 활동할 수 있는 사단법인인 ㈔G-ART 국제 미술포럼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Global)를 뜻하는 ‘G’를 모임 중심으로 삼고 있는 지아트는 “Open space, Open communication(열린 공간, 열린 대화)”를 지향하며 전 세계에 새로운 미술문화를 창출하고, 진정으로 미술인을 이해할 수 있는 미술 단체가 되기 위한 도약을 시작했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미술 단체 지향

지아트는 기득권이 주름잡고 있는 미술계를 떠나 미술을 직접 실행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모여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 고완석 대표의 바람으로부터 시작됐다. 서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작가로 활동해 온 고 대표는 SNS 붐이 일어났던 지난 2011년에 지금이야말로 ‘작가들이 주도권을 갖는 작가 모임’을 만들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2011년부터 고 대표는 주변 미술 작가들과 함께 지아트 기반을 다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2012년 특허청에 ‘G-ART’ 상표 등록을 완료하고, 2013년 5월 지아트는 페이스북 모임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공개됐다. 이 다음으로 진행된 일은 작가 작품 거래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 구축이었다. 하지만 고 대표는 이 시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G-ART 고완석 대표

고 대표는 “순수미술 실기 전공자들의 바보 같은 면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라며 “온라인 플랫폼 구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시작하다 보니, 사이트를 복잡하고 방만하게 구축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비용 및 사이트 유지‧보수의 어려움 속에서 2014년 지아트 온라인사이트는 문을 닫게 됐다. 이후 6년여 기간 동안 지아트는 페이스북 온라인 모임으로만 존재하게 됐다. 그리고 지난해 2월 지아트 설립 10주년을 앞두고 처음으로 오프라인 모임을 열었다.

모임에는 미술 작가 60명 정도가 모였다. 고 대표는 “다들 실물로는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미술계에 대한 시각을 공유했다”라며 “그때 ‘이러한 모임을 꾸준히 지속해보자’라는 공통의 공감대가 생겼다”라고 지아트 두 번째 도약을 언급했다.

오프라인 모임 이후 지아트는 모바일 단체 메신저방을 만들어, 회원들의 네트워크를 체계적으로 구축해갔다. 지난해 60명으로 시작된 이 모바일 메신저 방은 현재 500명의 참여자가 모여 있다. 미술을 사랑하고 작업을 지속하는 이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는 마치 창작의 용광로처럼 들끓었다. 프로젝트, 아트페어, 전시회 등 다양한 사업들에 대한 기획이 올라왔지만, 아쉽게도 당시 지아트에는 이를 조직적으로 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 고리들작가가 지아트의 동력이 돼주었다.

▲㈜G-ART에 6억 원 투자를 약속한 공동대표 고리들 작가
▲㈜G-ART 공동대표 고리들 작가

고 대표는 “고리들 작가가 지아트에 함께하기로 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6억 원이라는 투자금을 약속한 일이었다”라며 지난해 경험했던 벅찬 감정을 전했다. 고리들 작가는 ㈜창발을 운영하며, 자신의 작품을 선불 판매하는 새로운 후원방식으로 창작하고 있다. 고리들 작가는 더 많은 대중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고, 더 많은 작가가 편안하게 예술 활동을 하는 데에 힘을 더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하며 지아트 투자를 결정했다고 한다. 고리들 작가의 지원으로 지아트는 지난해 10월 ㈜지아트가 설립됐고, 고리들 작가와 고완석 대표가 공동대표 체제로 지아트를 이끌게 됐다.

㈜지아트 공동대표를 맡게 된 고리들 작가는 “지아트는 약 3만 명의 회원들의 바람으로 만들어진 주식회사로 문화의 메카로 성장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라며 지속적 투자를 약속했다. 덧붙여 그는 지아트가 문화선진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한국에 도움이 되는 창의적이고 공익적인 단체가 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오는 8월 구미 지아트 센터·갤러리 개관, 10월엔 ‘G-ART FAIR SEOUL 2021’ 예정

작가들의 자유로운 창작과 작품 공개를 목적으로 설립된 지아트는 모든 이가 즐겁게 미술을 창작하고 향유 하는 세상을 지향한다. 고 대표는 “주식회사 지아트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우리는 그 수익금을 전 세계 작가들을 위해 쓰겠다는 철칙을 세웠다”라며 “지아트는 작가의 작품성을 보지 않고, 그들의 스토리를 보고 작품을 구매하고자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아트는 그 뜻을 펼치기 위해 아트페어‧갤러리 개관 등을 차례로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지아트 첫 아트페어인 ‘G-ART FAIR SEOUL 2020’을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갤러리 블루에서 열었다. 국내 135명, 해외 100명의 작가 작품이 공개됐고, 코로나19 상황으로 작가들의 작품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전시했다. 지난해 열린 페어에서는 작품 3점이 거래됐다.

▲지난해 열린 'G-ART FAIR SEOUL 2020' (사진=지아트)

올해의 아트 페어는 조금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고 대표는 “전국구에 있는 지아트 회원의 갤러리를 활용해 코로나 시국에 걸맞은 분산돼 진행되는 아트페어를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트 페어에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지아트가 부담한다는 계획이다.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만 가지고 참여하면 된다. 지아트 본부에서 참여 작가들의 도록을 편집 발간하고, 참여 작가들이 가까운 지역 갤러리에서 작품을 공개하는 방식이다. 고 대표는 “오는 10월에 열릴 ‘지아트페어 2021’ 참여 작가는 국내 200명, 해외 100개 국가의 300명 정도 작가로 총 500명 정도로 예상한다”라며 “이번 아트페어 참여 작품에서 10%정도 거래가 성사되길 바란다”라는 기대를 비쳤다.

지아트는 올해 사단법인 지아트 설립을 위해 회원을 중심으로 본부 운영위원회와 18개 광역지역 회장단을 만들었다. 미술인을 위한 단체를 후원하기 위한 주식회사 지아트가 공고해졌으니, 회원들이 자생적으로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함이다. 오는 8월에는 구미 지아트 센터·갤러리 개관이 예정돼 있다. 고 대표는 지아트 구미 갤러리가 동부권 거점이자 앞으로 ‘G-ART FAIR’ 개최 갤러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단법인 설립을 앞두고 있는 고 대표는 미술계 변화를 일으킬 결심을 했다고 한다. 법인의 이사장은 조직 내부가 아닌 외부 인사를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고 대표는 “사실 나는 소리 나지 않게 조용히 한국미술협회 활동을 오랫동안 해왔다”라며 “오래된 역사를 지닌 한국미술협회에서 변혁을 꾀하는 것은 정말 어려웠고, 협회 일을 할수록 조직의 방만함과 개혁할 지점이 많이 보였다”라는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 더 효율적이고 젊은 미술 조직을 향한 노력을 쏟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전국회장단 출범식(사진=지아트)

세상을 넓게 바라보며, 품격 있는 단체를 만들 것

서울대에서 수학한 고완석 대표의 스승은 산정 서세옥, 일랑 이종상, 단아 김병종 선생이었다. 고 대표는 한국화단의 1세대부터 3세대까지 대표 작가로 꼽히는 스승들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던 세대라 많은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고 대표는 동양화를 전공하면서 지도교수로 모셨던 노석 신영상 선생의 말을 항상 가슴 깊이 새기며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돌아가신 故노석 신영상 선생은 학부 시절 고 대표에게 ‘품격’을 강조했다고 한다.

고 대표는 “신영상 스승은 항상 내게 ‘고 군,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품격이 있어야 하는 것이야, 말하는 것도 그림도 품격이 있어야 해, 품격이라는 것을 잘 지키고 살아’라고 말씀하셨다”라며 “서울대 교수들은 항상 제자들에게 그림 하는 것을 티내지 말라는 가르침을 펼치면서 바지에 물감이라도 묻어있는 날이면 얼른 깔끔하게 하라고 야단을 쳤다”라고 자신이 배운 가르침을 언급했다.

▲지난 5월 열린 전국회장단 출범식에 참석한 고완석 대표

‘품격’이라는 가르침은 고 대표가 지아트를 운영하는 데에 있어 가장 큰 지침이다. 고 대표는 단체의 품격은 자생력에서 나온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중앙 집권 시스템의 단체보다 단체에 참가하고 있는 회원들이 스스로 움직이는 시스템이 단체를 더욱 건강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노자가 말하길 정말 행복한 이상향 유토피아는 누가 관리자인지 권력자인지를 모르는 작은 나라라고 했다”라며 “지아트도 설립자는 뒤에서 후원하는 입장으로 남고 회원들이 맘껏 활동하는 유토피아길 바란다”라는 지아트 운영 방침을 설명했다.

지아트를 준비하면서 미술로 사업을 하는 국내 20개의 사이트를 분석해 중앙 집중적 시스템은 오래 가지 못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설립자가 죽더라고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지아트라는 자생하는 단체를 시작한 것만으로도 큰 만족감을 느낀다”라는 기쁨의 뜻을 전했다.

끝으로 고 대표는 일랑 이종상 선생의 “액자 속에만 얼굴을 들이밀고 살지 말고, 세상을 넓게 보는 미술을 해라”라는 말씀을 언급했다. 지아트는 미술 속으로 파고들어 고립돼 가고 있는 미술계 현실에 파문을 일으키고자 한 작은 바람에서 시작의 힘을 얻었다. 액자 속으로 고개를 파묻고 화폭만 더듬는 사이 세상은 정말 빠르게 변했는지도 모른다. 지아트는 미술이 가지고 있는 권위를 조금 내리고 세계의 폭을 조금 더 넓혀, 더 많은 이들이 미술을 창작하고 향유 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 3만 명의 지아트 회원과 지아트가 꾀하는 변화의 바람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