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섭의 비평프리즘] 개체 혹은 집단에 대한 유비로서의 미시세계
[윤진섭의 비평프리즘] 개체 혹은 집단에 대한 유비로서의 미시세계
  • 윤진섭 미술평론가
  • 승인 2021.07.1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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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섭 미술평론가

(지난 호에 이어서)

Ⅲ.

윤한종의 사진작업에 대해 기술함에 있어서 굳이 서양의 사진사적 전통에 그를 억지로 끼워 맞추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는 내가 이제까지 한국의 작가들을 논평하면서 해 온 오래 된 비평적 태도이기도 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윤한종의 경우에 더욱 그럴 필요가 없는 까닭은 그의 작업이 그의 고유의 삶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는 그의 고백에 잘 나타나 있다. 그에 의하면 자신의 사진작업은 생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찍은 심미적 대상으로서의 사진이 아니라, 불량품과 정상품을 잘 가려내기 위해 조명을 설계하는 등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전념한 노력의 산물인 것이다. 따라서 윤한종의 작업은 삶이 곧 예술인 상태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다른 사진작가의 작업과 윤한종의 작업을 구분시켜 주는 특이점인 것이다. 물론 다른 작가의 경우도 삶과 작업이 일치를 보이는 경우가 있으나, 윤한종처럼 시각적 검사 장치를 독자적으로 개발, 작품을 제작하는 유사한 예는 없기 때문이다. 이는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고도의 수준 높은 미적 성취를 이룬 윤한종의 단색조 사진이 존중되어야 할 가장 큰 이유이다.

이처럼 삶과 예술이 일치된 특수한 환경에서 사진 작업을 해 온 윤한종은 작품의 독자성을 인정받아 <도쿄 국제사진상(TIFA)>를 비롯한 국내외 유수의 사진상을 수상한 바 있다. 따라서 중견 사진작가로서 윤한종의 위상이 높아가는 만큼 그에게 거는 사진계의 기대 또한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그의 활동과 관련해서 과연 어떻게 하면 자신의 사진작업이 지닌 독자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동시에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나가느냐 하는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작가에게 있어서 작품에 전념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하고 또 중요한 일이나, 국제적으로 활동을 뻗어나가고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작업세계를 보다 객관적인 차원에서 검증받는 일도 긴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