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 조각 선구자 권진규 컬렉션, SeMA로 기증돼
한국 근현대 조각 선구자 권진규 컬렉션, SeMA로 기증돼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07.2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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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규 작품 136점 포함한 총 141점 기증
내년 탄생 100주년 기념전, 2023년엔 상설 전시공간 마련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한국 근현대 조각을 이끌어 온 故권진규(1922-1973) 작가의 작품의 보금자리가 생겼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백지숙)은 권진규기념사업회(대표 허경회) 및 유족과 기증협약을 맺고 한국 근현대조각의 선구자 권진규 작가 작품 140여 점을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기증을 통해 미술관은 내년에 권진규 작가 탄생 100주년 기념전을 개최하고. 오는 2023년에는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상설전시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권진규, 도모, 1951, 석고, 25×17×23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사진=SeMA 제공)
▲권진규, 도모, 1951, 석고, 25×17×23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사진=SeMA 제공)

권진규기념사업회 명예회장이자 권진규 작가 누이동생 권경숙 유족 대표는 “오빠는 살아생전 자신의 작품을 내 자식들이라고 불렀다”라며 권 작가가 가졌던 작품에 대한 애정을 언급했다. 이어 그는 “오빠가 떠난 지 48년이 된 올해, 천신만고 끝에 마침내 오빠의 자식들이 있을 거처가 마련돼 너무나 기쁘다”라며 “비로소 인생 숙제를 마친 셈”이라며 벅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서울시립미술관 권진규 컬렉션’으로 명명되는 이번 기증 작품 규모는 조각 96점, 회화 10점, 드로잉 작품집 29점, 드로잉 6점으로 총 141점이다. 권진규 컬렉션에는 권 작가 작품 136점을 포함해 그의 부인이었던 가사이 도모의 작품도 포함돼 높은 연구적 가치를 지닌다. 특히 <자소상>(1968), <도모>(1951), <기사>(1953) 등의 작품은 권진규의 작업 세계를 이해하고 연구 확장하는 데에 큰 자양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 권진규_자소상과 함께
▲권진규 자소상과 함께 (사진=SeMA 제공)

권진규는 1922년 함경남도에서 태어나 1949년부터 일본 무사시노미술학교 조각과에 입학하며 예술가적 자질을 드러냈다. 1950년대 일본 이과전에서 여러 차례 입선하고 특대(特待)의 상을 수상했다. 생전에는 한국과 일본에서 총 세 차례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의 조각은 테라코타, 석조, 건칠 등으로 제작한 인물상과 동물상이 주를 이룬다. 특유의 정신성을 작품에 녹여내며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형상을 추구한 권진규는 한국 근대 조각사의 핵심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권진규, 구부리고 선 여인, 1972년경, 테라코타, 26×23×11.5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권진규, 구부리고 선 여인, 1972년경, 테라코타, 26×23×11.5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사진=SeMA 제공)

오는 2023년 서울시립 남서울 미술관에 마련될 권진규 상설전시 공간 조성은 지난 2001년 천경자 컬렉션, 가나아트 컬렉션 이후 20년 만의 일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대량 기증 컬렉션으로는 1998년 천경자 컬렉션 98점, 2001년 가나아트 컬렉션 200점, 2019년 최민 컬렉션 161점, 2020년 김인순 컬렉션 106점이 있다. 이 중 천경자 컬렉션과 가나아트 컬렉션은 기증협약에 따라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 상설전시실을 운영하고 있다.

권진규, 기사, 1953, 석조(안산암), 65×64×31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권진규, 기사, 1953, 석조(안산암), 65×64×31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사진=SeMA 제공)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번 권진규 컬렉션 수증은 권진규 작가가 한국 근현대미술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의미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작가의 작품이 흩어지지 않고 공공기관에 소장되어 시민이 언제나 향유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연구, 관리할 수 있는 출발점을 마련한 것에 큰 의의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