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무용 대모 육완순 선생 영면에 들다
한국 현대무용 대모 육완순 선생 영면에 들다
  • 이은영 기자
  • 승인 2021.07.23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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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서 제자 길러내며, 모다페 설립 등 한국현대무용단체 육성 공들여
‘Jesus Christ Superstar’,48년간 국내외 310여회 전국 최장, 최다 공연기록 보유
현대무용 대중화 이끌어
故 육완순 선생(사진=(사)현대무용진흥회)
故 육완순 선생(사진=(사)현대무용진흥회)

한국현대무용의 산증인이자 대모로 불리는 육완순 (사)한국현대무용진흥회 이사장 선생이 23일 오후 5시 40분 별세해 무용인들이 비통해 하고 있다. 향년 88세. 고인은 이날 저녁 무렵 고인의 사무실에서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진 후 의식을 잃은 채 급히 연세대학교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출혈이 심해 응급수술로도 깨어나지 못했다.

고인은 지난 5월 28일(국립극장 달오름 극장) 고인이 직접 창립한 모다페 40주년 기념 'Legend Stage'<대한민국 현대무용을 이끌어 온 전설의 안무가들>이란 부제 아래  올려진 무대에서 영원한 레전드의 모습을 보였다. 고령에도 혼신을 다한 춤으로 관객과 제자들부터 큰 박수와 존경의 꽃다발을 받기도 했다. 이 공연이 고인의 마지막 무대가 됐다.

이근수 무용평론가는 이날 공연에 대해 “이날의 하이라이트면서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육완순(88)의 작품은 ‘수퍼스타 예수 그리스도(Jesus Christ Superstar)’다. 국내최초로 이화여대에 무용과를 세우고 수많은 현대무용가를 길러낸 육완순이야말로 전설 중의 전설일 것이다”라는 평을 남겼다.       

무용계에서는 갑작스런 비보를 접하고 고인에 대한 추모와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모다페(이사장 이해준)는 홈페이지에 "당신이 살아온 삶 아름다웠고, 존경합니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추모의 글을 올렸다. 한 무용계 인사는 “건강하게 활동하셨는데 갑작스런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다” 며 “현대무용의 불모지를 개척해 오신 큰 어른이 돌아가셔서 슬픔이 크다”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기자도 불과 한달 여 전에 고인의 전화를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서울문화투데이가 현대무용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라는 인사를 몇 차례나 하며 사의를 표했었다.

故 육완순 선생(사진=모다페)
故 육완순 선생(사진=모다페)

1933년 전라북도 전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전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과에서 무용을 전공했다. 1961년 미국 일리노이 대학원에서 수학하며 마사 그레이엄, 호세 리몽, 엘빈 에일리 등으로부터 무용을 배웠다 1963년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고인은 한국 최초로 미국 현대무용을 도입하여 과학적 표현법칙을 바탕으로 하는 서구의 현대무용을 한국인의 숨결과 사상을 담은 한국현대무용으로 발전시킨 주인공으로서 한국 현대무용의 대모로 불렸다.

1991년까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한국현대무용의 맥을 이어가는 수많은 제자를 배출했으며 한국현대무용의 여러 단체들을 만들고 키우는데도 많은 공을 들였다. 한국컨템포러리무용단 창단(1975), 한국현대무용협회 창립(1980), 국제현대무용제 개최(현 모다페, 1982), 사단법인 한국현대무용진흥회 창립(1985), KDF(대한민국댄스페스티벌)개최(1990),  SCF(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 개최(1992 ) 등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대표작으로 '초혼', ‘Jesus Christ Superstar', '살풀이'  '한두레', '실크로드', '물마루', '학' 등이 있다. 이 중 1973년 이화여자대학교 강당에서 초연한 ‘Jesus Christ Superstar’ 는 48년간 국내외에서 310여회라는 전국 최장, 최다 공연기록을 가지고 있는 작품으로 현대무용의 대중화를 이끈 대표작이다.

故 육완순 선생(사진=(사)현대무용진흥회)
故 육완순 선생(사진=(사)현대무용진흥회)

대표적인 저서는 「현대무용」, 「현대무용실기」, 「무용즉흥」, 「안무」, 「서양무용 인물사」, 「陸完順-나의 춤 半世紀」 등이 있으며 역서에는 「프랑소와 델사르트의 예술세계」,, 「노베르의 편지」,  「에포트」 등이 있고, 최근 무용인과 나눈 서신을 공개해 큰 화제가 됐던 「내가 사랑하지 않은 적이 있던가」 등이 있다.

주요 수상 경력은 <제 30회 서울시문화상>, <88서울올림픽 개회식 안무표창>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제 13회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무용인상>, <제3회 아름다운 무용인상>, <국제춤축제연맹 대한민국을 빛낸 최고 명인상>, <2019 세계무용의날 특별상> 등이 있다.

유족으로는 남편 이상만 전 서울대 지질학과 교수 씨와 딸 이지현, 사위 이문세(가수)씨가 있다. 발인은 25일(일)에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지고 봉안당은 에덴낙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