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sue] 이건희 기증관 건립, 국민 동의 얻었나?
[Hot Issue] 이건희 기증관 건립, 국민 동의 얻었나?
  • 이지완‧안소현 기자
  • 승인 2021.07.2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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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부산 이건희 기증관 서울 건립 반대 목소리 높여
일부 시민사회단체들 국가 보유 기증관에 ‘이건희’ 이름 웬 말
문화예술계 ‘이건희 컬렉션 활용’ 너무 성급해
국중박‧국현 이건희 컬렉션 전시 매진…국민 뜨거운 관심 이어져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안소현 기자] 가치 있는 문화 예술은 쇠락해 가는 도시를 살릴 수 있을까? 스페인 중공업 중소도시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유래한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는 문화가 도시 발전과 경제적 부흥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가리키는 용어다. 최근 들어 국내에 ‘빌바오 효과’가 자주 거론되고 있다.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약칭:이건희 기증관)」 건립지 선정에 몰린 관심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일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방안’을 발표하고 이건희 기증관 건립지로 서울 용산구와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거론했다. 많은 국민에게 문화적 향유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위치이자, 근처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의 인프라가 컬렉션의 연구‧보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7일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방안 발표 현장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지난 7일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방안 발표 현장 (사진=문화체육관광부)

하지만, 문체부 발표 이후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이건희 기증관 건립지 선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대구‧부산 지역에선 공모절차를 거치지 않고 문체부에서 구성한 위원회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처사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문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건희 미술관 유치 계획을 발표한 지자체는 20곳에 달한다고 한다.

이와 동시에 일각에서는 국가 관할 미술관‧박물관에 ‘故 이건희 회장’의 이름이 들어가는 것이 맞느냐는 부정적인 시각과 상속세를 미술품 기증으로 대체하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이 공존한다. 일례로 지난 7일 열렸던 문체부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방안’ 브리핑 유튜브 온라인 생중계에서도 누리꾼들의 비판적인 시각이 나타났다.

KTV국민방송 채널에 공개돼 있는 활용방안 발표 영상에는 ‘미술품을 구매한 자금 출처를 밝혀달라’라는 댓글과 ‘이번 미술품 기증은 삼성이 내야 할 세금의 일부를 낸 것뿐이니, 위인으로 추앙하는 뉘앙스는 옳지 않다’는 의견도 찾아볼 수 있다.

▲문체부 브리핑 영상에 달린 누리꾼들의 댓글들
▲문체부 브리핑 영상에 달린 누리꾼들의 댓글들

이건희 기증관 유치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대구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은 공존한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와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건희 컬렉션에 대해 컬렉션이 가지고 있는 가치는 인정하지만, 이 컬렉션의 존재는 삼성 불법 비자금 조성과 차명재산 의혹에 불을 지폈다고 지적했다.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이건희 컬렉션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의미를 바탕으로 두고 ‘이건희 기증관’을 둘러싼 논쟁과 유치 계획을 밝힌 지자체 입장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또한, 미술계와 문화예술계의 시각도 아울러 앞으로 ‘이건희 컬렉션’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하는 지 고민해볼 수 있는 장을 열어본다.

▲지난 6월 대구시청 앞 이건희 미술관 유치 반대 시위를 벌이는 민주노총 대구 지역본부 (사진=민노총내구지역본부)
▲지난 6월 대구시청 앞 이건희 미술관 유치 반대 시위를 벌이는 민주노총 대구 지역본부 (사진=민노총대구지역본부)

서울 건립, ‘서울공화국’에 힘 보탰나? VS 각계 의견 청취, 국가 이익 도움 되는 결론 내려

문체부는 국민 문화 향유 기회 확대 및 국가 브랜드 발전을 우선으로 삼아 이건희 기증품 활용 기본 원칙을 세우고, 건립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서울 용산구와 송현동 부지를 건립지로 검토하며, 올해 안에 확정짓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7일 발표에서는 건립지를 공모절차를 거치지 않고 선정했다는 점에 있어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는데, 황희 문체부 장관은 공모를 위한 행정력, 비용, 기간 등 기회비용이 너무나 크다는 지점을 언급했다. 황 장관은 “공모를 진행하고, 그 기간 동안 지역에서는 더 큰 열망이 생길 것인데 그 후 선정되지 않았을 때의 지역 내부의 허탈감은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건립지 선정에 있어 각계 의견을 청취해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지자체 반발에 대해 선을 그었다.

▲지난 14일 세종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앞 이건희미술관 서울 건립 철회 1인 시위를 벌인 김형기 단장 (사진=국립이건희미술관 대구유치 시민추진단)
▲지난 14일 세종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앞 이건희미술관 서울 건립 철회 1인 시위를 벌인 김형기 단장 (사진=국립이건희미술관 대구유치 시민추진단)

문체부 발표 이후 전국 비수도권 8개 시‧도 한국미술협회 지회장과 대구‧부산 지역에서 반대 성명서가 나왔고, 김형기 국립이건희미술관 대구유치시민추진단장(경북대 명예교수)은 지난 14일 문체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김형기 단장은 “이건희 기증관 서울 건립은 수도권 집중 현상에 더욱 힘을 보태는 행위이자 청년들의 지방 이탈‧지방 소멸 문제로 치달아 갈 위험성을 갖고 있다”라면서 “수도권을 제외한 비수도권만 참여할 수 있는 이건희 기증관 공모를 강력하게 재요청한다”라고 주장했다. 김 단장은 문체부의 기증관 건립지 선정이 공모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돼 절차가 투명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강조했다.

이건희 컬렉션 연구‧활용 활성화 목적의 문체부 건립지 선정 이유에 대해선 “기증품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점은 공감한다”라면서 “연구를 위한 고미술, 전적류는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그대로 두고, 미술품에 대해서만 대구로 이전시켰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밝혔다. 김 단장은 근대 미술 메카인 대구의 성격과 삼성의 발상지인 대구의 의미를 이건희 기증관 대구 유치 근거로 들었다. 그는 “대구는 근대미술의 연구가 많이 이뤄져왔고, 이러한 역량과 기반을 이건희 컬렉션 미술품을 소장, 보존할 수 있는 역량이 될 것”이라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부산은 지난 5월 2030년 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계획하면서 부산 북항 재개발 지역에 이건희 기념관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개인 SNS를 통해 미술관 유치의사를 강하게 표력하기도 했는데, 박 시장은 “(이건희 기념관이) 수도권에 있으면 여러 미술관 중 하나가 되지만 부산에 오면 누구든 꼭 가봐야 하는 명소가 되고, 그것이 문화국가를 만들고자 했던 고인의 유지를 제대로 살리는 길이다”라는 글을 게시하며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힘을 쏟았다.

부산시청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6월초 부산시에서 미술관 유치계획을 전달하고자 문체부를 방문했을 때만 해도 미술관 건립지 선정이 검토단계에 있다며 공청회나 사전설명회를 검토하고 있다고 알렸는데, 건립지 발표 이전에 그러한 절차는 전혀 없었다”라며 “위원회 구성 또한 한 분 빼고 모두 서울쪽 인사로 구성돼 공모 같은 지역 의견을 수렴하는 창구를 전혀 만들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라고 안타까움 토로했다.

부산시는 대구시와 더불어 지속적으로 문체부의 일방적인 건립지 선정에 반대의사를 표현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시청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이건희 미술관 이후에도 국립 시설 유치는 계속해서 있을 것이라고 보는데, 말로만하는 지방 분권이 아닌 실질적인 노력이 있는 분권 운동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故이건희 회장의 묘역이 있는 수원시와 에버랜드 호암미술관 등을 보유하고 있는 용인시가 ‘이건희 기증관’ 건립 유치에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7일 문체부 발표 이후 염태영 수원 시장과 백군기 용인 시장은 언론을 통해 아쉬운 입장을 전할 뿐 별다른 입장을 발표하진 않았다.

▲지난 5월 이건희 기증관 유치의사를 드러낸 박형준 부산 시장 SNS 게시글
▲지난 5월 이건희 기증관 유치의사를 드러낸 박형준 부산 시장 SNS 게시글

문체부 이건희 컬렉션 활용 계획 너무 성급해

이건희 컬렉션, 이건희 기증관을 향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입장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먼저 기증관 건립지 선정에 있어서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기념관 입지로 서울과 지방 모두 각각 장점을 갖고 있다”라며 “지방에 설립한다면 문화 편중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현재 용산 기지라는 좋은 입지 조건이 생겼기에 서울 설립도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라는 입장을 표했다.

이와 달리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칼럼에 ‘故이건희 기증 미술품, 기증자의 뜻 이어져야’를 기고한 이동식 前 KBS 감사(문화전문기자)는 이건희 기증관 서울 건립을 단호히 주장했다. 이 전 감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접근성”이라며 “많은 관객을 유치하려면 접근하기 가장 편한 서울에 기념관을 두어야 한다”라고 피력했다. 이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도 결국은 접근성이 떨어져 실패하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하며 지방 유치를 지지하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중섭, 흰 소, 1950년대, 종이에 유채, 30.5x41.5cm(사진=MMCA제공)
▲이중섭, 흰 소, 1950년대, 종이에 유채, 30.5x41.5cm(사진=MMCA제공)

입지 선정 문제 이외에 문화예술계는 이건희 컬렉션을 대하는 문체부의 성급한 태도를 지적하고 있다. 윤 평론가는 이건희 기념관 건립 과정이 졸속으로 진행된다고 우려를 표하며, 문체부가 “구체적인 운영 방법이나 해당 컬렉션 및 기념관의 정체성 등을 깊이 고민하지 않고 성급하게 일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14일 문체부가 5,500만 원짜리 연구 용역을 긴급 발주한 부분에 대해서는 “타당성 검토도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연구 용역을 주면 안 된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은주 대구미술관장도 윤 미술평론가와 비슷한 맥락의 의견을 피력했다. 최 관장은 이건희 컬렉션을 ‘한 사람이 평생을 들여서 이룩한 컬렉션’이라며 이건희 컬렉션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먼저 언급했다. 문체부가 지향하고 있는 전국 순회 전시와 활용계획에 대해서 공감하는 바이지만, 그보다 먼저 실행돼야 할 것은 컬렉션에 대한 연구와 토론이라고 강조했다.

최 관장은 “전시는 전시 개념이 우선돼야 하는 데, 성급하게 전국 순회 전시를 시행하게 되면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조명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며 “1,488점에 달하는 미술품에 대한 전국 각지 학자들의 토론회,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들의 연구역량을 기반으로 의미 있는 주제를 도출해 선보여주길 바란다”라는 뜻을 표했다.

▲김환기, 산울림19-II-73#307, 1973, 캔버스에 유채, 264x213cm. ⓒ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
▲김환기, 산울림19-II-73#307, 1973, 캔버스에 유채, 264x213cm. ⓒ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

지난 20일 이건희 컬렉션을 처음 선보이는 국립현대미술관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언론 공개회에서 전시를 기획한 박미화 과장 역시 권옥연 <양지>의 작품 제작연도에 대한 의문을 표하며 급한 전시 기획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박 과장은 “전시에서 권옥연 <양지> 제작 연도를 1956년으로 권옥연 생전 발간된 도록에 기반해 표시하긴 했는데, 다른 자료에는 이 작품이 권옥연의 파리 유학 전인 1948년에 제작된 것으로도 기록돼 있다”라며 “이번 전시를 빠른 시일 내 준비해 한국미술은행의 자료와 비교하며 연구 성과를 도출하기엔 시간이 부족했고, 이후 좀 더 다양한 연구‧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겸재 정선, '인왕제색도', 1751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겸재 정선, '인왕제색도', 1751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건희 컬렉션 기증한 것이 아닌 기증 당한 것?

故이건희 회장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21,693점에는 국보 14건, 보물 46건이 포함돼 있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1,488점에는 박수근, 김환기, 장욱진, 권진규, 유영국 등 한국 근대기 대표 작가의 작품들이 포함돼 있다. 수집예산이 적어 박물관과 미술관이 소장할 수 없었던 미술품들이 이번 기증으로 국가의 품으로 들어오게 됐다.

지난 21일 동시 개막한 국립중앙박물관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과 국립현대미술관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전시 사전예약 2주 분은 벌써 매진된 상태다. 코로나19로 관람객 정원을 제한한 원인도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이건희 컬렉션을 향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故이건희 삼성 회장의 기증이 국내 미술계, 문화예술계를 넘어 일반 대중과 사회 전반에 불러일으킨 파란은 여러모로 우리 사회를 흔들고 있다. 긍정적인 관심들 사이에서 이건희 컬렉션‧이건희 기증관을 향한 날선 비판들도 이어지고 있다. 문체부 발표 이후 지난 15일 ‘이건희 기증관’ 건립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의 주요 메시지는 “최악의 결정,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과 건립계획을 철회하라!”였다.

▲지난 15일 열린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 건립 반대 문화연대 시민사회단체 온라인 기자회견 (사진=문화연대)
▲지난 15일 열린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 건립 반대 문화연대 시민사회단체 온라인 기자회견 (사진=문화연대)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다산인권센터 랄라 활동가는 공공의 미술품과 문화재를 전시하는 공간에 ‘이건희’라는 명칭이 붙는 것, 투명하지 않았던 기증 절차에 문제 제기를 했다. 랄라 활동가는 “삼성가는 상속세 납부시한 30일을 앞두고 국가에 미술품 2만 여점을 기증했는데, 우리는 이미 2007년 11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삼성이 비자금으로 팝아트 작품 ‘행복한 눈물’을 비롯해 다수의 미술품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라며 “재벌가들이 행하는 탈법, 불법을 위한 미술 구매는 관행적이고, 이번 기증이 국정농단의 주범인 이재용 사면 흐름에 영향을 끼칠까 심히 우려 된다”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임정희 문화연대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삼성의 거대한 기증에 대해 모두 함께 논의할 수 있는 민주적인 심의 과정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협소한 장에서 끝난 논의를 마치 민주주의적 합의를 거쳐 도출된 양 얘기하는 것이 굉장히 불쾌하다”라는 입장을 토로했다. 이건희 기증관 건립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이번 기증이 ‘사회공헌’으로 포장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국립중앙박물관 이건희 기증품 전시 전경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이건희 기증품 전시 전경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이 평생을 투자해 이룩한 컬렉션을 향한 국민의 관심은 호기심과 분노 등으로 채워지고 있다. 시대의 인플루언서를 바라보는 호기심과 국정농단의 주범이자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 유가족에게 13년 만에서야 두루뭉술한 프린팅 사과 편지를 보낸 삼성가에 대한 분노다.

21일 막을 올린 이건희 컬렉션 전시를 통해 실물로 볼 수 있게 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김환기 ‘여인들과 항아리’ 이중섭 ‘황소’가 전하는 시각적 경험과 문화적 쾌감은 분명한 현실이었다. 이건희 컬렉션으로 드높아질 국가 브랜드와 넓어질 국민들의 문화적 향유는 확실하다. 하지만, 이 거대한 작품들이 가진 사회적 논쟁을 뒤로 하고 마냥 아름답게 감상만 할 수 없다는 것도 우리 사회가 마주한 현실임을 명확히 인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