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연 《지각의 공간, 인식의 장소》展, 공간‧장소 넘나들어
정소연 《지각의 공간, 인식의 장소》展, 공간‧장소 넘나들어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07.2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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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크갤러리, 오는 8월 5일부터 22일까지
‘지각의 장소, 인식의 공간’ 역설 꾀해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장소와 공간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을 작가적 상상력으로 역전시키는 전시가 열린다. 오는 8월 5일부터 28일까지 종로구에 자리한 누크갤러리에서 열리는 정소연 개인전 《지각의 공간, 인식의 장소》다. 전시 제목은 ‘지각의 장소, 인식의 공간’에 대한 반어법이자 장소와 공간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작가의 역설적 의지를 담고 있다.

공간과 장소의 차이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는 계속 이뤄져 왔다. 비슷한 단어인 것 같지만 공간(空間)은 ‘비어있는 틈’의 뜻인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이자,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는 공간으로 해석된다. 이와 달리 장소(場所)는 일정한 곳이나 지역 소(所)가 쓰여 ‘어떤 일이 이루어지거나 일어나는 곳’을 뜻한다.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공간, 공간을 사용한 이의 시간과 감정으로 완성되는 장소. 이 두 가지 개념을 정소연은 뒤집고 혼재시켜 작품 안으로 배치시킨다.

▲정소연, Post-Neverland 1 (사진=누크갤러리 제공)
▲정소연, Post-Neverland 1 (사진=누크갤러리 제공)

전시 취지를 분석한 황인 미술평론가는 “장소와 공간을 넘나든다 함은 장소에서 발생한 사태를 수학적 질서로 재편했다가 다시 그 질서를 지각적인 장소의 세계로 되돌린다 함을 의미한다”라며 “아티스트의 지각능력과 공학자의 인식능력이 번갈아 동원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전시는 두 개의 방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방에는 “포스트 네버랜드(post neverland)” 시리즈 페인팅이, 두 번째 방에는 “벽지그림”과 “벽지공간” 작품들이 전시된다. “포스트 네버랜드” 시리즈는 식물의 ‘개념’을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이상적인 ‘형태’, 즉 현실이 아닌 이데아를 제시하는 식물도감의 도판들을 저본(底本)으로 삼아 그린 그림들이다. 과장한 곡률의 왜곡이 정지 영상인 페인팅 작업 속에서도 동영상적인 지각의 세계를 이끌어 내며 공간으로 가려던 시선을 장소로 되돌린다.

▲정소연, Wallpaper Painting 27(사진=누크갤러리 제공)
▲정소연, Wallpaper Painting 27(사진=누크갤러리 제공)

두 번째 방 “벽지그림”과 “벽지공간”은 이중의 변환이 따른다. 그 이중의 변환은 건축 내부를 벽지라는 내피를 통해 평면화할 때 장소에서 공간으로 환원되고, 그리고 평면으로 다시 입체를 만들 때 공간에서 장소로 복원되는 방식을 택한다. 벽지공간 작품 안에는 하나의 조형물이 장소와 공간을 번갈아 거쳐 가면서 변성돼가는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

정소연의 작업들은 장소가 공간을 보듬고 공간이 장소를 포섭하는 등 현실 속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은 상황을 작품으로 연출해낸다.

전시는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린다. 일요일, 월요일은 휴관이다. 전시 관련 문의는 02-732-7241로 하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