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운동장역', "어디서 내려야 되나요?"
'동대문운동장역', "어디서 내려야 되나요?"
  • 정혜림 기자
  • 승인 2009.12.2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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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 놓고 기억 자도 모른다? 동대문운동장 가서 동대문운동장 찾는다!

얼마 전 지하철에서 한 할머니께서 말을 거셨다. "동대문운동장 가려면 얼마나 더 가야하우?" 몇 정거장을 더 가면 되는지 알려 드리려고 노선표를 확인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분명 '동대문역' 다음에 있어야 할 '동대문운동장역'이 사라진 거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으로 이름을 바꾼 지 벌써 두 달. 아직도 전철 내 노선표에는 그대로 '동대문운동장역'으로 표기돼 있고, 안내멘트만 듣고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이 과거 '동대문운동장역'인지 쉽사리 알기 어렵다.

지난 10월 29일, 서울시 지명위원회가 '동대문운동장역'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으로 개정ㆍ고시, 지하철 '동대문운동장역' 이름은 2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하철 2호선, 4호선 그리고 5호선을 통과하는 이 역은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가장 큰 역 중 하나. 특히 순환선인 2호선과 4호선의 환승역으로 엄청난 유동인구를 자랑한다.

하지만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으로 개정한 이래, 3주 안에 모든 표지판과 안내방송멘트 등이 바꾼다는 기존 계획에도 일부 노선표가 수정되지 않고 있어 시민의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게다가 20년 넘게 쓰이던 역 이름이 하루아침에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로 바뀌었음에도 제대로 된 홍보조차 없으니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

특히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은 지하철의 접근성, 저렴한 가격, 24시간 영업의 삼박자를 두루 갖춰, 하루 7천여 명, 연간 250만 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한다. 헌데 '한국방문의 해'를 선포한 서울시가 대놓고 비매너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다시 말해, 기존의 노선표를 가지고 방문한 관광객의 경우, 달라진 노선표에 당황할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반대로 바뀐 노선표를 가지고 왔다 해도 전철 내 노선표가 수정되어 있지 않으니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역 이름은 그 지역을 상징하는 것은 물론, 간편하고 기억하기 쉬워야 한다. 여기서부터 첫 번째 비매너가 발생했다.

사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으로 이름을 바꾸게 된 데에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파크(DDP)' 사업 추진하던 중, 동대문운동장 터에서 조선시대 성곽터와 유구 등이 발견, 전체적인 콘셉트가 변경됐기 때문이다.

역명은 행정구역의 변경, 역명으로 쓰던 목적물의 소멸, 주변지역 여건의 변화에 따라 '상당한 이유'가 생겼을 때 변경된다. 헌데 '개발논리에 밀려 보존하기도 어렵다'는 유적지를 이유로 기억하기도 어려운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로 지었으니, 무성의한 네이밍센스에 놀라움을 감출 길이 없다.

둘째, 서울의 랜드 마크였던 '동대문운동장역'이 이름을 바꾼 사연에 대해서는 어떠한 설명도, 홍보도 없다. 2011년 완공 예정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대해서는 전후방 지원과 대대적인 홍보를 아끼지 않음에도 말이다.

'모든 정책에는 시민을 향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휴대폰 번호만 바뀌어도 바로 알려주는 서비스가 보편화 됐다. 이름이 바뀌었으면 알려줘야 하는데 하루아침에 스티커만 바꿔놨으니, 이건 누가 봐도 일방적인 통보이자, 배려에 비읍도 보기 어려운 처사다.

역시 어른들 말이 틀린 게 하나 없다. 결국 피 보는 건 또 국민인가보다. 명칭 바뀌는 거야, 쉬운 말로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거다. 하지만 익숙해지기까지 불편은 과연 누가 감수해야 하는지, 배려 없는 비매너 서울시는 반성해야 한다.

지하철(전철)은 우리 국민뿐 아니라 외국인도 많이 이용한다. 그 나라의 경제를 알고 싶으면 시장에 가라고 한다. 그 나라의 배려는 지하철에 있는 것 아닐까.

적어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만큼은 시민이 역에 내려 당황하지 않도록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구 동대문운동장역)'이라 표시하는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하다.

더불어 더 이상의 혼돈을 막기 위해 전철 내 노선표가 하루빨리 수정,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이란 새 이름을 알리는 서울시의 친절한 배려를 기대해본다.

정혜림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