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희 개인전 《찰나의 형상》, 유리물성 탐구
고성희 개인전 《찰나의 형상》, 유리물성 탐구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08.0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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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화랑, 오는 28일까지
유리가 구현한 인체 조형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조각을 전공하고, 투명하고 영롱한 유리 물성에 매료돼 평생을 유리로 연구 해온 작가 고성희 개인전이 열린다. 본화랑에서 오는 6일부터 28일까지 개최되는 《찰나의 형상》이다. 조형적 표현 수단이자 순수 미술 매체로 유리를 다뤄 온 고성희의 유리 조형 예술을 만나볼 수 있다.

▲고성희_기억된 날, 2020, Casted, crystal, 500 x 500mm (사진=본화랑 제공)
▲고성희,기억된 날, 2020, Casted, crystal, 500 x 500mm (사진=본화랑 제공)

고 작가는 대학 시절 조각을 전공했지만, 갑작스레 우리에 빠지게 된 이후 프랑스 유학길에 올라 유리 재료의 다양한 기법과 예술적 토대를 공부했다. 순수한 호기심과 열정에 이끌려 떠난 유럽 유학은 그를 한국 유리 조형 예술 선구자로 불리게 만들었다. 유럽에서 익힌 기술로 고 작가는 당시 실용적, 공예적 수준에 머무르던 한국 유리 예술의 한계를 넘어서는 창작을 펼쳤다.

투명하고 매끄러운 유리로 가공된 인체 형상은 고 작가의 대표적인 유리 조형 작업으로 조각과 유리를 접목 시킨 작품이다. 조각은 몰드 위에 판유리를 놓고 열을 가해 유연하게 만든 후 유리 무게에 의한 중력으로 내려앉는 물리적 성질을 이용하는 슬럼핑 기법으로 제작됐다. 이는 기존 조각과 다른 독특한 질감과 시각 효과를 낸다. 고 작가의 유리 인체형상은 새로운 소재와 형태적 변화로 오랜 시간 조형적 대상이었으며, 재현적‧표현적 한계에 부딪혔던 전통적 인체조각의 현대적 재해석으로 보여준다.

▲고성희,편안한날, 2021, Opticglass, Casted, 조명, 300 x 300 mm
▲고성희,편안한날, 2021, Opticglass, Casted, 조명, 300 x 300 mm(사진=본화랑 제공)

유리는 가공과 성형 방법에 따라 다양한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자유분방한 재료다. 예술가의 상상력으로 어떤 형태와 모양으로도 구현될 수 있는 유연성과 다채로운 효과 연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고 작가는 기술적 숙련도와 고도의 섬세함을 바탕으로 유리가 가진 자유로움을 풍성하게 이끌어낸다.

상상력과 어우러진 작품들은 유리 조형 예술의 새로운 차원을 열어 보인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와 마주하고 있는 현 시대 상을 표현한 유리 작품도 선보여, 작가가 바라보고 있는 현시대의 사회적 고민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