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야간경관과 미디어 아트
[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야간경관과 미디어 아트
  • 백지혜 디자인 스튜디오라인 대표, 서울시좋은빛위원회 위원
  • 승인 2021.08.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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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비대면의 일상화, 사회적 거리두기가 살아가는 방식이 되면서 사람들은 외부공간에서 혼자서 즐길 거리를 찾아 삶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과학의 발달은 기계와 소통하고 기계의 반응에 감동하고 위로받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인간의 사회적 욕구가 반드시 인간과, 인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마저 든다.

요즈음 조명 분야의 키워드는 단연 미디어파사드 혹은 미디어 아트이다. 물론 이 용어들은 지나치게 확장된 정의이거나 오용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는 모두 알아듣는다. 무얼 말하는지.. 좀 더 명확하게 소통하고자 디지털아트, 인터렉티브 아트 등의 라는 용어를 쓰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반응이 돌아올 때가 많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미디어파사드는 미디어 아트를 연출하기 위한 도화지이며 미디어아트라는 용어는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며 인터넷을 통한 작업과 보관 , 전달이 이루어지는 특징을 갖는다. 컴퓨터는 전기가 있어야 구동이 되고 빛이라는 형태로 표출되기 때문에 조명의 영역 속에서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건축물을 디자인할 때 미디어파사드를 고려할 경우, 건축가가 다른 건축 입면 요소와는 달리 주,야간 이미지가 매우 달라지는 특징을 갖는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미디어 파사드는 주간에는 아무 기능이 없을 뿐 아니라 여러 가지 디자인적 제약을 야기 시킨다. 반면 일몰 후에는 매우 능동적으로 주변 환경에 영향을 주며 운용 방식이나 컨텐츠에 따라 건축물 전체의 이미지까지 다르게 보이도록 하는 힘을 가진다.

또한 어떤 미디어 파사드 기기, 형식을 택하는가에 따라서 내부에서 외부로의 조망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고 기기의 잔광이 실내로 유입되어 일몰 후 실내 공간 사용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상황도 생긴다.

대형건물의 입면 전면에 미디어파사드를 계획할 경우 우선적으로 커튼월 창틀에 조명을 설치하는 방법을 검토하는데 실내에서 나오는 빛이 미디어파사드에 연출되는 이미지에 간섭을 주어 외부에서 볼 때 의도한 이미지를 보기 어려운 사례도 발생한다.

서울시의 경우 미디어파사드에 대한 설치 가능지역, 휘도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어 주변 빛 환경이나 실내조명을 고려하여 무한정 밝게 미디어 파사드를 연출, 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근에는 미디어 파사드 외에 미디어 월, 미디어 타워, 미디어 폴, 조명 조형물 등 다양한 미디어 아트를 포함하는 구조물들이 생겨나고 있어 도시의 밤은 더욱 볼거리가 많아질 전망이다. 이렇게 다양한 빛요소들을 어떤 식으로 관리해 나갈지, 또 관리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예술 매체가 늘어나는 것은 그 도시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며, 외부에 설치되는 미디어 아트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평등하게 예술을 향유하게 된다는 차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나 야간의 모습만을 고려하거나 주변과의 조화롭지 못할 경우 그 피해는 없느니 못한 상황이 될 것이 뻔하다. 모든 사회 현상이 그렇듯 순기능과 역기능이 공존하다가 어느 한 쪽으로 그 효과가 치우쳐지면, 그 치우쳐진 방향이 역기능이라면 규제하고 관리하는 것이 맞을텐데 미디어 아트는 - 도시의 빛요소가 대부분 그렇다 - 사후 규제, 관리가 쉽지 않다.

도시 경관적으로 미디어 파사드와 같이 넓은 면적을 갖는 경우 주,야간 하드웨어의 형태나 위치, 면적등 물리적인 특성이 표출되는 영상과 더불어 다양한 방식으로 큰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러나, 빛환경 관점에서 보자면 새롭게 만들어 지는 미디어 구조물은 그 영향은 덜할 수 있겠다. 그 형태의 특이성이나 좁은 면적에서 표출되는 빛의 세기나 색상 그리고 움직임이 눈부심이나 환영등 시각적인 오류를 만들어 낼 여지가 커서 연출되는 미디어 컨텐츠에 대한 관리가 더욱 절실하고 중요하다고 하겠다.

미디어 아트가 텔레비전이나 신문 등 대중매체 - 매스미디어-를 도구로 이용한 예술작품을로 이들의 특성 자체가 뜻을 전달하기 위해 폭넓게, 반복적인 표출을 하는 것이라고 할 때 시각적 임팩트를 크게 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각적 기법을 동원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처음 사진과 영상기에서 시작하여 TV 그리고 90년대 이후 컴퓨터에 의한 디지털 시대로 오면서 미디어 아트의 컨텐츠는 하드웨어의 발전에 맞추어 발빠르게 진화해 왔다.

예를 들어 text를 작업재료로 사용하는 작가 제니홀저는 제논이라는 백열등에 의존한 프로젝터를 통해 공공 영역에 짧은 문구의 거대한 텍스트를 흑백으로 프로젝션하였다. LED 기술이 개발된 이후로 작가는 컴퓨터로 조절되는 전광판을 이용하여 작은 크기의 텍스트로 이루어진상투적인 글귀를 빠른 속도로 지나가게 하여 원색의 강렬한 빛과 조형미를 더한 조각으로서 진화하였다. 이전의 작품은 빛공해나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의 빛요소가 아니었으나 미디어 기술의 발달은 이제 빛공해나 시각적인 피해를 야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기술의 발달은 도시 경관적으로 컨텐츠의 적합, 부적합을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매우 그 판단을 여렵게 만든다. 게다가 컨텐츠에 대한 예술성, 환경이나 사람에 대한 임팩트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없으며, 미디어 아트에 내재되어 있는 기술적, 예술적 특성의 반영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전문가 그룹도 충분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점점 발전하고 다양해지는 미디어 구조물이 도시 야간 경관의 가치를 만들고 도시 사람들의 삶에 피해를 주기 않기 위해서는 빛요소로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시각매체로서 전문적으로 심도 있게 다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