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 민선 8기 공약, 지역 음악교육박물관 건립 추진
[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 민선 8기 공약, 지역 음악교육박물관 건립 추진
  • 주재근 한양대 겸임교수
  • 승인 2021.08.11 1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재근 한양대 겸임교수
▲주재근 한양대 겸임교수

올해 들어 우주여행을 체험하는 세계적 갑부들 소식이 전해 온다. 그 중 아마존 이사회 의장인 제프베이조스가 미국 국립항공우주박물관을 운영하는 스미스소니언 협회에 2천30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한다.

2018년 8월, 국립부산국악원 과장으로 근무할 때 UN 한국전 참전국 참전용사와 가족들에게 한국의 높아진 위상과 전통공연예술을 알리고자 순회 공연을 기획하고 그 첫 행사지로 미국 워싱턴 D.C와 보스턴에 간 적이 있다.

워싱턴 D.C에서 공연을 마치고 여유시간을 이용해 미국 국립항공우주 박물관을 견학하였다. 세계 최초의 항공기인 라이트 형제의 ‘라이트 플라이어’, 최초의 달 탐사선 아폴로11호 등 우주 탐사에 이용된 각종 우주 장비, 최첨단 스텔스전투기 등 각종 전투기, 콩코드 여객기를 비롯한 민간 항공 교통수단 등 항공우주에 관한 A~Z까지 모든 전시 체험의 장이다. 초등학생 때 이곳에 견학하였다면 비행사가 되는 것이 당연할 정도로 어린이의 꿈을 키우기에 환상의 공간이었다. 마침 박물관을 구경하러 온 이들을 보니 미국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온 어린이 관람객들이 무리지어 다니며 미래의 꿈을 키워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멋진 미국항공우주박물관에 2천300억원이라는 금액이 기부가 되어 전시환경 개선과 전시 교육프로그램 등에 사용된다고 하니 부러움을 넘어 샘이 난다.

공연이나 업무 협의차 유럽을 가게 되면 가능한 짬을 내어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찾아 보곤 하였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모나리자 그림 앞에서 학생들이 교사의 설명을 들으며 학교 미술교육을 받고, 독일 베를린 자연사박물관에서 자연과학 교육을 받고, 호주 퍼스시 바다 해변에서 수영교육을 받고, 벨기에 음악박물관에서 고악기 연주를 들으며 음악교육을 받는 것이 매우 인상이 깊었다. 지역의 각종 박물관, 미술관, 체육관 등 현장에서 오감을 활용한 대부분의 교육이 진정 선진국의 학교 교육이구나라는 것을 체득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전국 박물관이 853곳이 있다(2017년 전국박물관 시설 총람 기준)는 의외성에 놀랐다. 더욱 더 놀란 것은 이중 2곳 중 1곳은 하루 방문객이 채 100명을 넘지 못한다고 한다. 박물관이 인가가 없고 왜 가지 않을까.. 그 이유는 학교교육이나 사회교육과는 별개로 전문가 또는 지자체장 등 정치인들의 업적으로만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욱 간과하고 있는 것이 박물관이 어떠한 기능과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과 비전이 없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대구 달성군에는 원로 방송인 송해 이름을 딴 ‘송해 박물관’이 경북 영천시에는 영화인 신성일의 이름을 딴 ‘신성일 박물관’이 국민들의 혈세로 지어지고 운영된다는 것이다.

박물관은 어린이부터 가족, 전문가 등 모든 연령과 계층이 이용하는 수준높은 정신 문화를 고양하는 공감과 체험의 공간이다.

이에 전국 시도 교육청 가운데에는 교육박물관이 학교와 지역 문화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구교육박물관, 한밭교육박물관, 제주교육박물관, 충북교육박물관, 서울교육박물관 등이 있다. 각 교육박물관에서 중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교육학적 관점에서 박물관이 운영되고 있다.

현 김정학 대구교육박물관장과의 친분으로 인해 방문을 해서 전시 콘텐츠들을 유심하게 본 적이 있다. 대구교육박물관은 학교 교육 연계는 물론 지역사회의 문화적 콘텐츠를 전시와 다양한 행사프로그램으로 끌어내어 지역민과 학생들에게 재미있게 다가설 수 있게 하였다.

대구교육박물관을 둘러 보며 담아 놀 수 있었던 것은 학교교육과 지역사회 연계를 통한 음악의 가치, 기능, 표현 등 연주, 감상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각 시도 교육청 산하 음악교육박물관 건립에 대한 필요성이다.

오래전부터 지역에서 불려져 왔던 각종 노래와 음악을 들어보고 따라 부르고,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음악인들이 학생과 주민들을 위해 연주와 노래를 들려주는 음악복합공간이 곧 음악교육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음악교육박물관에서 한편으로는 지역의 음악자산들인 음원, 영상, 사진, 저작물등을 아카이빙화하여 영구보존과 전시 감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와같은 음악교육박물관 탄생을 위해서는 지역의 현장예술가들과 음악협회, 국악협회 등 협회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내년이면 민선8기 지자체장, 교육감, 지방의회 의원 선거가 있다. 이때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음악교육박물관을 공약에 내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당선 이후 지역 공공의 음악교육박물관이 건립 운영될 수 있도록 재능과 지식, 지혜를 모아 주어야 할 것이다.

세계에서 자랑할 만한 음악적 재능을 가진 우리 민족이 국립음악박물관 하나 없는 것은 둘째치고 먼저는 지역에 음악교육박물관만이라도 지어질 수 있도록 이제 우리 음악가들이 나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