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헌법을 다시 읽고, 대통령 후보에 나서라
[문화칼럼]헌법을 다시 읽고, 대통령 후보에 나서라
  • 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 승인 2021.08.1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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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우리 국민이라면 모두가 존경하는 애국지사를 들라면 단연 백범 김구 선생이다. 그의 자서전 ‘백범일지’ 중 <나의 소원>에서 그는 이렇게 소망하였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고 역설하면서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이 되기를 소원하셨다. 참으로 지당한 말씀이다.

문화예술 행사장에서 정치인들의 축사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것은 백범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이다. 과연 그 말들이 진정성이 있을까? 평소 실제 정치 현장을 구석구석 찾아봐도 문화 창달을 위하여 노력하는 정치가들을 찾아보기가 힘들기에 그 진정성에 의심이 간다. 현재 뜨겁게 달아오른 대선 판을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그 어느 대선 후보들의 공약 말잔치에서 문화에 대한 언급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동안 진행된 대선 후보들의 TV 토론에서도 한마디도 언급된 적이 없다. 이래서야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으로 갈 수 있겠는가?
  출마를 선언하면 순국선열들이 잠들어있는 ‘국립현충원’을 찾아 참배하는 것이 관례가 되어 있다. 물론 잘 하는 일이다. 그러나 거기에 덧붙여 ‘백범 김구 기념관’에 찾아가 참배하고 백범 김구가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통일조국 대한민국을 이루고, 우리나라를 문화강국으로 가꾸어 보겠다는 결연한 모습을 김구 선생의 영정 앞에서 다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얼마나 멋진 모습일까?

대통령이 되겠다고 대선 후보들은 출마를 선언하기 전에 제발 대통령 취임 선서문을 먼저 살펴보고 출마 선언을 했으면 좋겠다. 대통령 취임 선서문은 이렇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헌법 제69조에 명시되어 있다. 대통령 취임선서문을 다시 요약해보면 대통령의 책무는 크게 3가지다. 첫째,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이루는 일이다. 둘째,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에 힘쓰는 것이다. 셋째,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는 일이다. 이 세 가지 책무 중 하나인 ‘문화 창달’에 힘쓰겠다는 대선 후보가 없다는 것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대한민국으로서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다.

선진국은 국민소득만 높은 나라가 선진국이 아니라 문화국가가 되어야 선진국이 되는 것이다. 문화는 삶에 지친 국민들에게 위로와 치유를 주는 기능 이외에도 문화향유를 통하여 행복감을 느끼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돈으로만 해결될 수 없는 기능을 갖는다. 2002 월드컵 응원과 촛불집회 현장의 문화행사에서 경험했듯이 문화는 국민을 하나로 되게 하는 통합적 기능을 갖는다. 불과 몇 십 년 전만하더라도 석탄과 석유가 산업의 동력이 되던 시대가 있었다. 허지만 현재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산업의 동력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간에게서 상상력과 창의력이 생성되는 시기는 유년기이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생성되는 것은 유년시기에 예술적 경험과 교육을 통해서 생성되기에 문화는 교육적 기능도 갖는다. 그래서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또한 요즘 한국의 영화산업이나 K-pop이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며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처럼 문화가 갖는 산업적 기능도 매우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면서 우리나라를 ‘문화가 숨 쉬는 대한민국’을 내걸었다. 창조성의 원천인 문화인 예술을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문화의 나라를 지향한다고 하였다. 문화 다양성을 추구해 개인과 사회의 풍요를 증진하고 국가의 품격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구체적 실행 공약으로 예술인 복지 강화를 최우선으로 내세웠는데 그동안의 노력은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으나 아직 미완의 상태이다. 또한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생활 문화 시대를 열기 위해 생애주기별로 문화예술교육을 확대하기로 했고, 지역 간 문화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하였으나 그 또한 미완이다. 지난 임기 중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헌법 제9조에 명시된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ㆍ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된 헌법적 책무가 경시되었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대선 후보들은 문화예술 행사 현장에서 말로만 ‘문화강국’을 꿈꾸셨던 백범 김구 선생을 들먹이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 헌법 제9조에 명시된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ㆍ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와 제69조에 명시된 “.....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적시된 ‘국가와 대통령의 책무’를 엄중히 가슴 속에 새기고, 국민들 앞에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로서의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제시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