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프리뷰]발레로 풀어낸 독립운동사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공연프리뷰]발레로 풀어낸 독립운동사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 안소현 기자
  • 승인 2021.08.1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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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토월극장서 13일부터 15일까지
이동탁, 김지영 등 유니버설・국립발레단 간판 무용수 총출동

[서울문화투데이 안소현 기자] "대한독립의 소리가 천국에서 들려오면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광복 76주년을 맞아 창작 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의 막이 올랐다. 안중근 의사의 삶을 예술적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15일까지 진행된다. 

▲6장 단지동맹에서 이동탁 무용수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6장 단지동맹에서 이동탁 무용수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공연은 안중근의 투사적 면모와 함께 인간적인 면모도 복합적으로 담아내려 노력했다. 작품은 ▲1장 프롤로그(뤼순감옥) ▲2장 안중근의 혼례식 ▲3장 이토의 통감취임 축하연 ▲4장 러시아 연해주 의병부대 활동 ▲5장 안중근의 꿈 ▲6장 단지 동맹 ▲7장 하얼빈 의거 ▲8장 뤼순감옥으로 구성됐다.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후 감옥에 갇힌 안중근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구조다. 아내 김아려 및 어머니 조마리아와의 관계 속에서 안중근의 사랑, 슬픔, 그리움 등의 감정이 배어 나온다.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은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주최 무용창작실 우수작품 제작지원 작품으로 선정돼 이미 초연됐었던 작품이다. 2021년에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대폭 확장해 스토리를 보다 탄탄하게 다듬고, 음악도 새로 작・편곡해 더욱 완성도 있는 무대를 선보이고자 했다.

특히 4장과 6장에서 볼 수 있는 남성 군무는 많은 출연진이 베스트 신으로 꼽을 정도로 훌륭했다. 절도 있고 힘있는 안무로 웅장한 느낌을 자아내는 장면이었다. 안중근 역을 맡은 윤전일은 프레스 콜에서 "여자 군무 만큼이나 디테일하게 연습을 했다. 그런 모습들이 더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객석까지 전부 활용한 무대연출도 일반 발레와는 구별되는 지점이다. 4장에서는 오케스트라 피트까지 활용해 의병들의 움직임을 더욱 역동적으로 구현했다. 7장 하얼빈 의거 장면에서는 프로젝션 맵핑 기술을 사용해 기차가 들어오는 중압감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양영은 연출가는 "공간 전체를 활용해 더욱 다이나믹한 감각을 전달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8장 뤼순감옥에서 엔딩 파드되를 선보이는 이동탁, 김지영 무용수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8장 뤼순감옥에서 엔딩 파드되를 선보이는 이동탁, 김지영 무용수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마지막 8장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안중근과 김아려가 선보이는 파드되는 두 사람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히 담아낸다. 각각 안중근과 김아려 역을 맡은 이동탁과 김지영은 해당 신을 연기할 때마다 조금씩 감정이 달라진다고 했다. 이동탁이 "오늘은 다 내려놓고 부인을 재회해 행복했다. 선배한테 그런 에너지를 받았다"라고 말하자, 김지영은 "기본적으로 슬픔이 깔린 듀엣인데 오늘만큼은 안중근을 지지하며 편해 보내주는 마음이 느껴졌다"라며 감정에 대해 특별히 얘기를 나눈 적도 없는데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고 했다. 한편 사쿠라/김아려 역을 맡은 박예은 역시 이 장면을 최고로 꼽으며 "엔딩 파드되는 리프트와 격한 동작이 많아 안중근이 매우 힘들게 선보이는 장면이다. 쥐어짜는 춤이 감정을 잘 전달할 거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마지막 내레이션이 꼭 필요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인물들의 감정을 잘 담아낸 감동적인 파트였다.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은 예술의전당 창작 진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현재 한국 발레의 경우 해외 라이센스 작품이 90% 이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 발레의 발전을 위해서는 해외 라이센스 작품과 창작 작품이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다. 이에 예술의전당은 창작 레퍼토리를 확충하는 한편, 한국인에게 친숙한 이야기를 다뤄 관객을 확장하려는 목적에서 이번 공연을 지원하게 됐다.

▲연습실 현장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연습실 현장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이러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프레스 콜에서 2장 결혼식 장면의 안무가 클래식 발레 위주로 구성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문병남 안무가는 "발레라는 성문화된 테크닉을 존중하면서 우리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했다. 우리 이야기로 새로이 변형된 부분과 기존의 틀이 얼마나 잘 융합되고 있는지 봐줬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은 한국 발레의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공연 관계자들이 희망하는 대로 매해 선보이는 레퍼토리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다만 전형적인 남성 영웅 서사에 여성 무용수들을 소모적으로 이용한 측면은 상당히 아쉽다.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담아내는 창작 발레도 더 많이 등장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