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화원 5·18 특별전 ‘전두환’ 문구 삭제, 단순 실수 아냐”
“아시아문화원 5·18 특별전 ‘전두환’ 문구 삭제, 단순 실수 아냐”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1.08.2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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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조사단 “문화원·광산구·전당, 알고도 묵인했다”
책임자 사과 및 재발 방지 마련 촉구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아시아문화원의 5·18 특별전 홍보물 ‘전두환 문구’ 삭제는 단순 직원 실수가 아닌 주관 단체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문화원, 광산구의 역사 의식 부재 및 조직 내 만연한 검열 구조가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포스터로 제작된 하성흡 작가 그림에서 특정문구가 삭제됐다(사진=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정상화시민연대 제공)

‘아시아문화원 검열·작품 훼손 진실 규명을 위한 공동 조사단’(이하 공동조사단)은 지난 19일 오전 옛 전남도청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아문화원과 광산구가 추진한 5·18 41주기 특별전(5월27일~6월13일) '역사의 피뢰침 윤상원-하성흡의 수묵으로 그린 열사의 일대기' 홍보물 전두환 문구 삭제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아시아문화원은 5·18 41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윤상원 특별전을 홍보하면서, 하성흡 작가의 작품 일부를 훼손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원작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트럭에 타고 있는 인물들이 전단을 뿌리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인물들이 탄 트럭 앞에는 ‘전두환을 찢’이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매어져있다. 그런데 이 작품이 포스터로 만들어지고, 아시아문화원 온라인에 게시되면서 해당 문구가 사라진 것이다.

이후 작품훼손과 검열 행위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진상규명 요구 성명 발표 및 항의방문 등 강력한 이의제기가 있었음에도 아시아문화원측이 “직원의 실수”라는 미봉책으로 사태의 본질을 흐리자 '아시아문화중심도시정상화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와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이하 민변 광주전남지부)는 공동조사단을 꾸리고 2개월 여 동안 조사를 진행해왔다.

공동조사단은 “헌법 제21조에 따라 예술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립아시아전당 및 아시아문화원은 헌법 정신을 파괴, 오월 정신이 담긴 예술작품의 특정문구를 아시아문화원 직원이 검열하고 삭제를 지시했으며, 아시아문화원 전 민주평화교류센터장 승인하는 말도 안되는 일이 발생했다”면서 “여기에 아시아문화원의 요구에 따라 이를 수용한 광산구청은 기획사에 특정문구 삭제를 지시했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역시 사실상 동의한 것이 명명백백히 드러났다”라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최초 검열 및 삭제 지시는 아시아문화원 지역협력팀 장모 씨에 의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해당 직원은 ‘전두환을 찢’ 문구가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삭제를 제안했으며 하성읍 작가의 답변을 듣지 못했음에도 관련인 모두가 동의했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관련 업무의 최종 책임자인 이경윤 전 센터장(현 청와대 문화비서관)은 검열행위에 대한 어떠한 지적이 없이 장모씨의 삭제 보고를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5·18 특별전 작품 홍보물 전두환 문구 삭제’와 관련해 진상규명에 나선 공동조사단이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결과를 발표했다.(사진=공동조사단 제공)

공동조사단은 “ACC 또한 문구 삭제에 대한 어떤 조치도 없이 검열 행위를 사실상 방조했다”라고 주장하며 “전시를 공동 주관한 광산 구청은 전시 대행사인 (주)아사비아에 '전두환찢' 문구를 홍보물에서 삭제하라고 지시하는 등 ACC‧아시아문화원‧광산구청이 하 작가의 작품 훼손‧검열에 상호 동조한 정황이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전두환 문구 삭제는 아시아문화원 직원의 검열과 삭제, 상급자의 승인, 광산구청,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수용해 발생했다”라며 “문구 삭제 행위가 단순한 아시아문화원 직원의 개인 책임에 한정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문화원의 역사의식 부재와 표현의 자유 및 검열 등에 대한 안일한 태도가 구조적으로 만연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라며 내부 자정을 촉구했다.

공동조사단은 보고에 이어 아시아문화원, 광산구청 및 문화체육관광부에 조치 의견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시아문화원의 검열 및 삭제 행위에 대한 책임자 사과와 재발 방지 마련 ▲특정 문구 삭제를 지시한 아시아문화원 담당자에 대한 징계와 재발방지를 위한 전 직원 대상 교육 권고 ▲광산구청 홈페이지에 사과문 게시 및 구청 실무 담당자들에 대한 적절한 징계 ▲문화체육관광부 차원에서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후속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이경윤 전 아시아문화원 민주평화교류센터장의 책임있는 사과 등이다.

한편, 공동조사단은 진상규명 결과 발표와 함께 이번 사건에 대한 조치 의견을 아시아문화원·광산구청·문체부·청와대에 각각 전달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