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sue]국립극장ㆍ국악방송 빈자리 채울 인물은 누구? 하마평 무성
[Hot Issue]국립극장ㆍ국악방송 빈자리 채울 인물은 누구? 하마평 무성
  • 이은영 ㆍ진보연 기자
  • 승인 2021.08.3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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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호 국립극장장, 내달 20일 임기 종료…최종 후보 3인으로 압축
문화계 “최종 후보 3인 제 각각 문제 많아”…블랙리스트 관여자 문제 등 적절성 논란
6월부터 공석인 국악방송 사장직, 예산감축ㆍ인력부족ㆍTV활성화 등 문제 산적
국악방송 사장에 유영대 전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확정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발행인ㆍ진보연 기자]국립극장과 국악방송 수장 자리를 두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국립극장은 지난 2018년부터 재직해온 김철호 극장장의 임기가 오는 9월 20일로 끝남에 따라 후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울러 국악방송은 2019년 9월 2일 김영운 사장이 임명되어 2022년 9월 1일까지 3년 임기였으나, 김 전 사장이 국립국악원장으로 자리를 옮김에 따라 지난 6월부터 공석인 상태다.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외관(제공=국립극장)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외관(사진=국립극장 제공)

지난해 개관 70주년을 맞은 국립극장은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을 전속 단체로 두고 있으며 전통예술에 기반을 둔 현대적 공연작품 개발 및 타 장르와의 융ㆍ복합을 통해 세계무대에 선보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17년부터 진행한 해오름극장 리모델링 사업을 마무리하고 오는 9월 정식 재개관을 앞두고 있으며, 전통의 깊이는 더하되 동시대 예술의 다양한 담론을 담아내는 정체성을 강화하고자 한다. 

인사혁신처 중앙선발시험위원회는 차기 국립극장장 후보로 최종 3인을 압축, 최종 심사 단계만 남겨놓고 있다. 현 정권의 남은 임기는 8개월가량으로, 차기 극장장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립극장장이 될 전망이다.

인사혁신처는 6월 30일 ‘2021년도 하반기 개방형 직위 공개모집 계획’을 통해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극장장 공개 모집 일정을 밝혔다. 문화예술계에 따르면 7월 16일 마감한 신임 국립극장장 공모를 통해 추려진 후보는 김해숙, 안성수, 유희성, 이창기, 진옥섭(가나다 순)이며, 이 가운데 온라인(ZOOM) 면접을 거쳐 김해숙, 안성수, 진옥섭 3인이 최종 임용 후보에 올랐다고 알려졌다. 임용후보자는 역량평가와 인사심사를 거쳐 최종 임용될 예정이다. 신임 국립극장장 선임은 이르면 내달 초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임 국립극장장 후보로 거론되는 3인.(왼쪽부터)김해숙, 안성수, 진옥섭.
▲신임 국립극장장 후보로 거론되는 3인.(왼쪽부터)김해숙, 안성수, 진옥섭.

‘국가대표’ 국립극장, 극장장 최종 후보 자질 부족 구설수

국립국악원 ‘최초 여성 원장’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던 김해숙 전 원장은, 국립국악고와 서울대 국악과 및 동 대학원을 나와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98년부터 한예종 전통예술원 교수로 재직했다. 이어 국악원장 2014년 취임 이후 임기 2년을 마치고 1년 연임했다.

그러나 김해숙 전 원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것을 두고 문화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전 원장은 임기 당시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문체부의 압력을 시인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2017년 블랙리스트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김 전 원장은 “국립국악원은 문체부 산하 기관이기 때문에 상부의 지시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국립국악원의 특정인 공연 배제 사실을 인정했을 뿐 결정은 자신이 아닌 기획운영단장의 결정이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총선 당시 김해숙 전 원장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당)의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바 있다. 이러한 행보를 미루어 봤을 때 과거 국립국악원의 블랙리스트 사건은 불복할 수 없는 상부의 지시에 어쩔 수 없이 따랐다기 보다,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위한 결정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또한 지난 2016년 2월 국악원의 외부 강사 선발 과정에서 15년 차 전문 강사를 탈락시키고 국악 강습 무경험자인 국악원 내부 직원의 자녀 A씨를 선발한 일과, 2017년 6월 김 전 원장과 특수 관계인 사람들의 자녀가 국악원 단원에 대거 채용(27명)됐다며 문체부에 특혜 의혹 민원이 제기된 일 등 인사 비리 문제로 수차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 감사담당관실은 “2016년 선발된 외부 강사와 면접에서 탈락한 기존 외부 강사지원분야 및 평가그룹이 다르다. 선발된 A씨는 남도민요 분야에 지원해 최종 선발 됐으며, 탈락한 기존 강사는 타악분야에 지원해 1차 전형 통과 후 2차 면접 결과(4위)에 따라 탈락했다”라며 “또한 선발된 A씨의 경력증명서 확인 결과 국악강습 경력은 약 4년으로, 국악강습 경력이 전무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감사 결과를 밝혔다. 다만 “서류 심사 당시 경력증명 확인 절차가 없는 점, 세부기준을 수립하지 않고 담당자가 임의로 심사한 점 등 선발절차 개선을 요청한다”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국립국악원 친·인척 관계 종사자 27명’ 의혹에 대해 당시 국립국악원은 “2017년 국감시 국회에 제출했던 바와 같이 국립국악원 내 친인척 관계 종사자는 27명이며, 이중 대부분은 채용 후 연주단원으로 재직하면서 결혼 등으로 인하여 가족관계(18명)가 사후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일부 친·인척 관계(남매, 부모와 자녀)가 있으나, 국악계의 2·3세대가 많은점 등을 고려한다면 혈연관계라는 이유만으로 특혜 의혹을 제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라고 해명했다.

문화계 관계자 A씨는 “문 대통령은 취임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예술 검열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한 바 있다”라며 “김해숙 전 원장은 블랙리스트 관련 문체부의 압력이 있었음을 시인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사건 당시 본인은 ‘몰랐다’며 책임을 전가했고, 제대로 된 사과도 없었으며, 임기를 끝까지 마쳤다. 과거를 복기하지 않고 가해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면 결코 적폐 청산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무가 안성수는 지난 2019년 말까지 국립현대무용단 3대 예술감독을 지냈다. 미국 줄리아드대 무용과를 졸업한 후 1999년부터 지금까지 한예종 무용원 창작과 교수로 재직하며 신진 무용수의 배출과 안무가의 육성에 힘써왔으며 1992년 무용단체 ‘안성수 픽업그룹’을 결성해 안무가로 활동했다. 보니 버드 북아메리카상, 2005년 올해의 예술상 무용 부문 최우수상, 제17회 무용예술상 작품상 등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사업으로 선정돼 올해 6월 프랑스 샤이오국립극장에서 초연한 ‘혼합’과 2009년 초연 이후 현재까지 폴란드, 독일 등 해외 무대에서 선보인 ‘장미(봄의 제전)’ 등이 있다.

무용인으로는 탄탄한 커리어를 자랑하는 그이지만, 국립극장장 후보로서 적합한 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안 안무가는 문화예술의 대표기관인 국립극장 관련 전문성이 낮은데다, 과거 그가 자평했든 ‘무용 밖에 모른다’는 점에서 여러 예술단체와 공연예술부문 문화행정 분야를 아우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 가운데 처음으로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을 지낸 진옥섭은 두레극장 극장장, KBS가 지난 2001년 처음 출범시켰던 사내기업 ‘굿모닝 코리아’ 계약직 PD(2001.7.1~2003.5.30), 한국민속예술축제 예술감독 등을 역임했다. 또한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 임명 당시 문화재청은 그가 한국문화재재단 한국문화의집 예술감독을 지냈다고 밝힌 바 있다. 제보에 따르면 진옥섭 전 이사장은 이곳에서 공연 프로그램 기획·연출 및 공연 언론 홍보 업무를 담당했으며,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근무했다. 한국문화의집 인사 담당자는 “진 전 이사장이 예술감독으로 활동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증빙할 수 있는 자료는 개인 정보가 포함된 문서이기 때문에 공개가 어렵다”라며 “예술감독은 정규직이 아닌 위촉직으로 현재 해당 보직은 없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과거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으로 임명될 당시 그는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문화예술정책위원회 상임 정책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을 등에 업은 ‘코드 인사’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서류심사 합격자 6명 중 5위, 면접 심사 합격자 3명 중 3위를 하고도 이사장으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진 전 이사장은 제적당한 대학원 학력을 ‘이수’로 기재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와함께 KBS 내부 기획사의 계약직으로 근무했음에도 KBS PD를 역임한 것으로 이력서에 기재해 이 또한 논란에 휩싸였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당시 문화재청은 ‘해당 점수는 이사장을 선정하는 점수가 아닌 이사장 후보자 선정을 위한 점수에 불과하다’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무리한 인사였다는 평가를 남겼다. 

극장장 공모에서 고배를 마신 한 지원자는 “수십 년간 국공립 예술단체에서 공연기획과 예술경영을 수행하며 크고 작은 성과를 이뤘고, 다양한 결과로 그 업적을 인정받았다고 자부해왔으나 이번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라며 “나의 역량이 부족한 탓도 있었겠지만, 특정 학교 출신들이 기관장을 독식하는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그는 “전통예술을 기반으로 하는 국립극장을 이끌어가기 위해서 전공자들의 전문성은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 경우 특정 장르에 대한 지식은 해박하지만, 그 외의 장르나 예술 행정 등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라며 “국립극장장은 전통예술을 동시대적 예술로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을 함께 갖춰야 하는 자리이다. 하나에 매몰되지 않고, 시대의 예술을 이끌어갈 인물을 선발하는 데 보다 집중해주길 바란다”라는 바람을 내비쳤다.

▲지난 2019년 12월 국악방송은 국내 유일 전통문화예술 전문채널 ‘국악방송TV’를 개국했다(사진=문체부 제공)
▲지난 2019년 12월 국악방송은 국내 유일 전통문화예술 전문채널 ‘국악방송TV’를 개국했다(사진=문체부 제공)

갈 길이 먼 국악방송, 제대로 된 책임자는 어디에? 

국악방송은 개국 20주년을 맞았지만, 사장이 국립국악원장으로 가게 되어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하다. 사장의 중도 사퇴는 새로운 도약과 사업을 준비하던 국악방송 내부에 심각한 업무 혼선과 차질을 초래했다. 차기 임명이 언제 이뤄질지 미정인 상태나, 현 정부의 남은 임기를 따져봤을 때 신임 사장의 임기 역시 1년 남짓한 기간으로 예상된다. 이에 국악방송 직원들은 “단순히 국악계 출신의 인사가 아닌 방송에 대한 전문성과 정무적 능력을 바탕으로 책임감 있게 기관을 운영할 인사 임명을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김영운 전 사장의 후임으로는 유영대, 유은선, 정회천 (가나다 순)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이 중 유영대 후보의 임명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임 국악방송 사장 하마평에 거론된 후보.(왼쪽부터)유영대, 유은선, 정회천.
▲신임 국악방송 사장 하마평에 거론된 후보.(왼쪽부터)유영대, 유은선, 정회천.

판소리 전문가인 고려대 국문학과 유영대 교수는 국립극장 산하 국립창극단에서 국가브랜드 공연 <청>, 창극 <산불> <춘향> 등 작품을 총괄하며 6년간 예술감독으로 활동했다.

국악작곡가 유은선은 국립창극단 및 서울시국악관현악단 기획,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 국악방송 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1990년에 창단한 ‘다스름’의 예술감독인 동시에 국악공연 현장에서 MC, 연출가, 구성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7기 위원으로 위촉됐다.

전북대 한국음악학과 정회천 교수는 판소리고법과 가야금의 명인이다. 정 교수는 KBS 국악담당 프로듀서로 활동한 이력이 있으며, 정읍시국악단 국악장, 전북대문화회관 총감독, 국립창극단 단장 등을 역임했다. 또한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 교장을 맡았다.

국악계 학맥·인맥 카르텔 “더 이상 못 참겠다”

국악계 관계자 B씨는 “지난 2019년 말 국악방송 TV가 새롭게 개국했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방치되며 ‘시청자 없는 국악방송 TV’로 불리며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라며 “TV는 라디오와 전혀 다르다. 국악방송의 새로운 리더가 TV 제작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야만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국악 종사자 C씨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장직의 공석을 마주한 만큼 국악방송의 내부 분위기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기존에 안고 있던 인력 부족부터 예산삭감까지 산적된 숱한 문제들이 미처 해결되기도 전에 새로운 어려움이 닥친 것”이라며 “신임 사장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사명감과 소명 의식 그리고 조직을 이끌 리더십이라 판단된다. 개인의 영달이 아니라 기관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위해 움직이는 인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국립극장과 국악방송 모두 문체부 산하 기관인 동시에 우리의 전통예술과 고유의 정신을 보존하고 발전 및 대중화를 목적으로 하는 대표 기관이다. 그런데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남다른 사명감을 지니는 양 기관의 수장 임명을 두고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들 기관의 고질적인 인맥 체계 때문이다.

‘지원해봤자 어차피 될 사람은 정해져 있다’라는 인식은 집단 전체를 무기력하고 도태되게 만든다. 우리나라 문화계, 특히 전통예술/국악계를 지배하는 인맥ㆍ학맥 카르텔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받아왔다. 그리고 특정 집단의 장기 집권에는 편의적인 인사정책으로 이를 허용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우려의 목소리를 괜한 ‘오해’로 치부하며 덮어둘 것이 아니라,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채용ㆍ임명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