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대통령 후보의 품격(品格)과 격조(格調)
[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대통령 후보의 품격(品格)과 격조(格調)
  • 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 승인 2021.09.0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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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2022년 3월 9일.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일이다. 6개월여를 앞둔 지금 시점에서 누가 대통령이 될지는 오직 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대학 수업 때 재미있게 보여주는 동영상이 있다. YTN에서 2017년 대선주자들의 새해 소망을 인터뷰한 것이다. 안철수는 오스카 와일드가 한 말을 소개하였다. “우리 모두는 시궁창에 있지만 몇몇은 별을 바라본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희망을 생각하는 정치인 그 중 하나이고 싶다”라고 하였다.

안희정은 독일의 문호 쾨테 희곡 「파우스트(Faust)」를 말러가 교향곡화한 8번 교향곡 마지막 천사들의 합창에서 “영원한 여성성이 우리를 구하리라(Das Ewig Weibliche zieht uns hinan)” 나오는 말을 인용하였다. 안희정은 “그것이 키우고 먹이고 안아주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고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정의다”라는 말을 하였다.

오세훈은 『한서(漢書)』 동중서전(董仲舒傳)에 나오는 ‘해현경장(解絃更張)’이란 말을 이용하였다. 해현경장은 ‘거문고 줄을 바꾸어 맨다’라는 뜻으로 느슨해 진 것을 긴장하도록 다시 고치거나 사회적 정치적으로 제도를 개혁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 말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 김광수 농협지주 회장이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말하는 등 정치인이나 기관장들이 많이 이용하는 인기 있는 고사성어 중 하나이다.

오세훈은 또한, 2015년 스웨덴 영화 <오베라는 남자(En man heter Ove)>라는 영화에서 “모든 어둠을 쫓아내는 데는 한 줄기 빛이면 충분하다”라는 말을 이용하며 “희망의 한줄기 빛을 공유하고 싶다”라고 하였다.

유승민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했던 말로 전해지고 있는 “비장의 무기는 아직 내 손안에 있다. 그것은 희망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같이 뛰자라는 바램을 나타내었다. 이재명은 중국 당나라의 유속(劉束)이 쓴 소설집 <수당가화(隋唐嘉話)>애 나오는 ‘사불범정(邪不犯正)’을 소개하였다. 사악한 것이 바른 것을 범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정의를 이길 수 있는 부정은 없다는 말이다. 이 말을 인용하면서 “공정한 사회가 되어야 된다는 국민들의 꿈이 이룰 수 있는 해가 되길 바란다”라고 하였다.

4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그때 당당하고 포부에 찬 이들을 돌이켜보고 그들의 말을 다시 새겨보면 뜻과 말은 좋았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고 할 수 있다.  

비록 그 희망과 정의는 허황되게 별만 바라보았고, 여성성을 이야기한 분은 잘못된 여성성의 해석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뤘다. 그들이 이야기한 한 줄기 희망의 빛이라도 있었으면, 끈을 놓지는 안했을텐데. 결국 공정한 사회는 이제 균형추가 있어도 무용지물이 될 정도로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그래도 우리는 희망과 정의를 가슴에 품고 다음 세대에는 좀 더 나아지기를 바래고 있다. 요즘 야당의 한 대선 예비후보가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이렇게는 안할 것이다라며 현 정치수준을 그대로 드러내었다. 

정치 이념과 목표를 같이 하고 있는 같은 당 대선주자들끼리 서로 머리를 움켜잡고 서로 먼저 놓으라며 하는 모양새는 저잣거리에서 술취한 거렁뱅이들이 하는 싸움판과 별 다른 바가 없다. 모양새도 모양새이지만 말본새 또한 가관이다.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상식이나 체면과는 거리가 먼 일차원적 낱말들이 후보들의 입에서 내뱉어질 때 이들이 과연 한 나라를 이끌어갈 대통령 자격이 있는 사람들인가 싶다. 

중국 당나라때 관리를 등용하는 시험에서 인물 평가의 기준으로 『신당서(新唐書)』 선거지(選擧志)에 따라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신언서판’은 용모가 반듯하고 당당하며, 말이 논리가 있고 교양이 있으며, 글씨체가 이쁘고 바르며, 사물의 이치와 상황 판단이 훌륭해야 한다는 기준점이다.

사서 가운데 하나인 『대학(大學』에 스스로 수양하고 세상을 다스린다는 ‘수기치인(修己治人)’하는데 여덟가지를 제시하였다. 그것을 팔조목(八條目)이라고 하는데 격물(格物)·치지(致知)·성의(誠意)·정심(正心)·수신(修身)·제가(齊家)·치국(治國)·평천하(平天下)이다. 나라를 잘 다스려 천하를 태평하게 하는데있어서 극기(克己)해야 할 것이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6가지나 된다.

우리나라 대통령 후보자가 격물(格物)부터 제가(齊家)까지 된다면 저절로 품격(品格)이 있는 말과 행동이 나올 것이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격조(格調)를 높여 품위(品位)있는 국가 최고의 통치권자가 될 것이다. 

건반위의 구도자라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 선생이 아주 기본적이면서도 멋진 말을 남겼다. “매 순간, 가장 진실하게”

우리라도 매 순간, 가장 진실되게 격조있는 품격으로 품위를 지키면서 문화와 예술로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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