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 전관, 한국 아방가르드 선구자 김구림 개인전 《음과 양(YIN AND YANG)》개최
가나 전관, 한국 아방가르드 선구자 김구림 개인전 《음과 양(YIN AND YANG)》개최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09.1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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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아트센터 전관, 오는 17일부터 10월 17일까지
신작 20점 포함한 평면 작업, 오브제, 드로잉 전시
김구림, 백남준 다음으로 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 작품 소장돼 관심 모아, 대대적 초대전 열어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제 1세대 전위 예술가이자 실험미술의 선구자인 김구림(金丘林, b.1936-)의 개인전 《음과 양(YIN AND YANG)》이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오는 17일부터 10월 17일까지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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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inandYang21-S.75,2021,Objet,60x88x80cm (사진=가나아트센터 제공)

김구림은 1969년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를 구성하고 1970년 《제4집단》 결성에 앞장서며 한국전위예술 흐름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제4집단》은 영화, 연극, 음악, 무용, 엔지니어, 정치, 종교 등 예술계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모아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집단으로 당시 새로운 것을 하겠다는 젊은이가 모여 있었다. 장르를 넘나들며 자유로운 창작관을 펼치며 통합을 강조하는 그의 생각이 담겨있는 단체다.

일본, 프랑스, 미국 뉴욕과 LA 등에서 작품 활동을 해, 지금은 세계적인 작가들과 함께 전시회에도 참가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현대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구림 화백 (사진=가나아트센터 제공)

그의 작품은 테이트모던에서 2012년과 2016년 열린 전시에 소개된 바 있다. 2012년에 참여한 <A Bigger Splash: Painting after Performance>전에서는 잭슨 폴록, 데이비드 호크니, 쿠사마 야요이 등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테이트모던 미술관에 한국인의 이름이 올라 간 건 백남준 이후 처음이다.

2014년에는 테이트모던에 초청을 받아 사흘 동안 김구림이 1969년에 제작한 실험영화 ‘24분의 일초의 의미’를 상영했다. 이후 프랑스 릴에서 열린 ‘릴 3000 페스티벌’에 백남준, 서도호 등과 함께 초대받았다.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테이트 라이브러리 스페셜 콜렉션에 김구림 아카이브가 소장돼 있고 <태양의 죽음 Death of Sun> (1964)등 4점의 작품이 테이트모던 소장작으로 있다. 한국 미술가 중 백남준 다음으로 소장작이 많은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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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inandYang20S-73.,2020,acryliconcanvas,97.2x130.3cm(사진=가나아트센터 제공)

김구림은 우리나라 아방가르드 미술을 이끈 선구자로서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가장 독창적이며 기존 가치와 관습에 대한 부정의 정신을 견지한 작가다. 1958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회화와 판화, 조각, 도자, 자수, 사진, 설치미술을 비롯해, 퍼포먼스, 대지미술, 비디오아트, 메일아트등과 실험연극, 실험영화, 전위음악, 전위무용, 무대미술, 패션 등 공연예술에도 참여했다.

항상 새로운 예술 활동에 선구적 역할을 했기에 그에게는 늘 ‘최초’라는 말이 수식어처럼 따라다닌다. 하지만 김구림 작가는 “새로운 것을 만들겠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라고 말한다. 지난 2015년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구림은 “세월이 발전하면서 라디오에서 흑백 TV, 컬러 TV를 거쳐 지금처럼 인터넷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변하는 것처럼 내 작품 세계 역시 세상이 바뀌는 것과 궤를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변해왔다”라며 작품 창작의 원동력을 밝혔다. 그의 작업은 하나의 방식이나 소재, 재료, 주제 의식 등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유연한 태도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또 다른 것을 시도하며 자신의 예술 세계를 넓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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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inandYang21-S.66,2021,Acryliconpaper,45.5x59 cm (사진=가나아트센터 제공)

여든의 나이를 넘은 김구림은 현재 말기암과 심장 판막부전증으로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지칠 줄 모르고 새로운 작품 구상에 열중하며, 이번 전시 《음과 양》에 신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에서는 김구림 신작을 포함한 평면 작업과 오브제, 드로잉을 만나볼 수 있다.

김구림이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음양시리즈 주제로 진행해 온 작업에서는 양극 혹은 전혀 관계없는 두이미지가 디지털이미지와 아날로그적인 붓질이 한 화면 속에 공존하는 방식으로 표현됐다. 한순간에 갈기듯 휘저어놓은 손의 의미성은 한 예술가의 절박한 몸짓과 생명으로 귀결된다.

입체 작업과 오브제 작업에서는 여러 가지 쓰지 못하는 페기물을 이용해 그것들에 생명을 부여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시켜 과거와 현재를 한 자리에 정지시킨다. 이는 새로운 시대의 신화를 창조한다. 나무 패널 위에 금속, 케이블, 바이올린 몸통, 털 등을 붙여 제작한 <Yin and Yang 11-S.9> (2011) 작품처럼 다양한 물질이 섞여 묘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 그 예다.

이러한 작품들에는 자유롭지 못한 현대인 현실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와 동시에 현대인을 억압으로부터 해방시켜주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 또한 내포돼 있다. 김구림은 현대미술의 특징 중 하나로 ‘물질성’ 꼽았다. 그는 이를 토대로 재료의 범위를 확장해왔기에, 오브제 작품은 김구림의 예술 세계 전반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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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7-S.125,2007,Acryliconpaper,100x74.5 cm (사진=가나아트센터 제공)

김구림은 2013년 서울시립미술관 초대전 <잘 알지도 못하면서>로 대중의 재평가를 받고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대표적인 대지 미술인 <현상에서 흔적으로>를 46년 만에 재연해 화제를 모았었다. 또한, 그는 2018년 영국 런던에서 빅터왕이 큐레이팅한  DRAF 큐레이터 11번째 시리즈 <아시아 공연 예술 연구 (Institute of Asian Performance Art)>에서 한국 아방가르드 대표로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세계적인 인정을 받는 김구림은 유독 국내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자신의 고국을 찾아왔다.

가나아트 《음과 양(YIN AND YANG)》 전시 이후 김구림은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순차적으로 개최되는 공동기획전 《아방가르드: 1960~70년대 한국의 실험미술》 단체전에 참여하고, 국립현대미술관에서도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이번 전시가 김구림 <음양 시리즈> 작업의 성격과 의미를 깊이 있게 다뤄, 그가 한국 현대 미술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다시금 조명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