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위켄드룸, 김한샘 작가 개인전 《Sword & Sorcery》
디스위켄드룸, 김한샘 작가 개인전 《Sword & Sorcery》
  • 안소현 기자
  • 승인 2021.09.2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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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10월 16일까지

[서울문화투데이 안소현 기자] 김한샘 작가의 개인전 《Sword & Sorcery》가 오는 10월 16일까지 디스위켄드룸에서 열린다. ‘소드 앤 소서리’는 마법, 괴물, 영웅, 천사와 악마 등의 비현실적인 소재가 등장하는 판타지물의 하위 양식 중 하나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해당 장르에 속하는 모험담 등 특정 내러티브를 주관적 상상력의 울타리로 상정하고, 그 안에서 자유로운 도상의 배치와 공간적 연출을 실험한다.

▲김한샘, '한 목표를 노리는 세 영웅', 2021 (사진=디스위켄드룸 제공)
▲김한샘, '한 목표를 노리는 세 영웅', 2021 (사진=디스위켄드룸 제공)

김한샘의 작업에는 주술적 상징물과 비현실적 도상이 혼재돼 등장하지만, 드라마틱한 서사나 극적인 충돌 장면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 작가에 의해 현실로 튕겨 나온 가상의 존재들은 숭배나 경외 혹은 매혹의 대상이기보다 어딘가 어색하고 불완전하다. 이러한 부조화는 제작 과정의 몇몇 요소로부터 기인하는 듯하다. 작가는 오래된 2D 인터페이스 게임에서 봤을 법한 비트맵 이미지를 컴퓨터 툴로 그리고, 이를 종이에 출력한 후 구조물과 병합한다. 이 과정은 극도로 발전한 디스플레이 기술이 현실보다 더 진짜 같은 가상의 세계를 구현하는 오늘날 시대착오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작품 제작 태도와 완성된 작품 사이의 대비도 주목할 만하다. 신화적 이미지는 제의 행위에 가까운 노동 집약적 제작 방식을 통해 세상에 나온다. 그러나 완성된 상징물의 모습은 조악하고 익살스럽다. 바로 이 어설픈 조합의 대비로부터 작품의 아우라와 에너지가 발생한다. 박물관처럼 연출된 전시장은 크고 작은 생산물에 허구적 맥락을 덧씌우며 이질적인 요소 간의 대비를 한층 강화한다.  

결국 김한샘이 구축하는 세계란 디지털과 아날로그, 삶과 죽음, 현실과 가상, 고급과 키치라는 대조적인 차원이 교차하는 곳에서 일시적으로 형성되는 장면들의 연쇄다. 그리고 그 장면은 각기 다른 현실적 조건 위에서 가변적으로 재현되며 보는 이에게 새로운 상상의 여지를 제공해 준다.